+전시기간: 11월9일~11월20일
+전시장소: 대안공간 풀
취재 | 김유진 기자 (midi@yoon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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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대안공간 풀이 5년 동안 매년 기획해 온 새로운 시각전의 2005년 버전이다. 대안공간 풀이 해마다 여는 기획전으로는 새로운 시각전을 비롯하여, 공모를 통해 진행하는 새로운 작가전과 풀의 성격에 부합하는 기존 작가의 전시를 진행하는 기획초대전이 있다.
다른 두 기획전과 비교하여 새로운 시각전이 갖는 특이할 만한 점은 갓 졸업한 미술대학 졸업생이나 재학생을 중심으로 한 단체전이라는 점이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는 이들을 통해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각을 찾아내고, 동시에 그들에게는 데뷔전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 대안공간 풀의 의도다. 전시장에 각각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배치하기도 했다.
2005 새로운 시각전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회화 작품이라는 점이다. 디지털과 테크놀로지를 이야기하는 21세기에, 어리고 젊은 작가들이 보여주는 2005년의 새로운 시각이 회화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새롭기 보다는 낯설게 다가온다.
왜 회화인가? 이런 질문에 전시 기획에 참여한 장윤주씨는 이렇게 답을 내렸다.
“회화는 작가의 신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을 두 배로 늘인다면, 일이 간단해지지만, 회화는 작가의 신체성을 두 배 혹은 그 이상으로 발현해야 가능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회화를 대하는 자세는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의 자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회화에 대한 답이 이렇다면, 이제 이 방식을 통해서 어떤 주제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이는 ‘새로운 시각’이라고 걸려있는 타이틀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다섯이다.
김보민은 <고사관수><몽유도원><부작란>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화의 고루한 관습을 묶어버리고, 여기에 현대적인 요소를 넣어 한국화의 확장을 시도했다. 작품의 기법이나 크기, 모시에 그림을 그렸다는 점은 매우 전통적이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한국화’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림의 작은 일부로서 하나의 환상으로서 그림 안에, 혹은 작가의 머리 속 안에 자리잡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전체는 현대적인 일상이다. 그 일상은 옛 한국화의 작품으로, 혹은 공중에 떠있는 책으로 표현된 자신 안의 판타지를 포함한다. 이러한 충돌은 전달 매체와 내용의 절묘한 엇갈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리고 유머러스하다.
김경희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문제를 익숙한 만화 캐릭터로 전달하고 있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 재미를 주었던 귀여운 미키-미니마우스 캐릭터는 일상에서 터부시하는 소재인 섹슈얼리티의 문제, 특히 관습화 된 남성성-여성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도구로 만들었다.
이주원은 그야말로 새로운 시선을 드러냈다.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의 발과 무릎을 그린 그의 작품 <걷는다>는 바닥에 가깝도록 낮게 깔린 시선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걷는다>라는 제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보이지만, 걷는 것 혹은 이를 포함하는 행동의 주체가 과연 ‘누구인가’ 혹은 ‘어느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
그리고 이는 걷는 것의 주체는 그것을 조종하는 머리나 사람 자체가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는 다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래서 <걷는다>는 제목은 생활 속에 쓰이는 ‘걷는다’라는 말의 배반처럼 느껴진다.
이희숙의 키워드는 왜곡이다. 일상이 갖고 있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를 흑과 백이라는 색의 구분으로 그리고 분절과 이미지의 왜곡으로 표현했다.
함수연의 작품은 조금 더 일상적이다. 회화작품과 작품 옆에 붙어있는 간단한 문장이나 대화가 함께 어우러질 때 하나의 작품이 된다. 이미지를 보고 이야기하고 나누는 일상적인 행위가 작품과 텍스트를 통해 한번 이루어지고, 이를 보고 있는 관람객에게는 보다 다층적인 분석과 수다의 ‘꺼리’를 제공한다.
2005 새로운 시각전은 매우 다양하고 단편적이다. 하나의 주제를 갖고 기획되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는 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재미있는 중구난방이 여기에 있다. 이는 전시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람객을 흥미롭게 끌어들인다.
그럼에도 이 다양함을 관통하는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일상이다. 장윤주씨는 이렇게 말했다. “2000년대 학번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일상이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는 사라지고 점점 사적이고 개인화 되어가는 것이 지금의 사회문화적인 현상이다. 이 전시 역시 그런 내용이 많이 반영되어있다.”
개인이 갖는 미디어, 디지털카메라나 블로그 등은 현대의 화두를 소소한 일상으로 변화시켰다. 지금 새로운 시각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회화라는 전통적인 매체로 이러한 현대의 일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새로운 시각은 그럼 무엇이냐’ 라던가 ‘회화의 위기 논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어떤 대안을 마련할 수 있냐’라고 묻는다면, 그 답안지는 아직까지 백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첨단의 기술과 파격만이 새로운 시각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깨었다는 점에서 이 전시는 충분히 새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