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3
지난해 문을 연 원주 소재의 한솔뮤지엄이 최근 ‘뮤지엄 산’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제2의 개관을 맞이했다. ‘뮤지엄 산’은 기업 미술관이 아니라, 공익을 실천하는 예술 공간으로서의 목표와 산으로 둘러싸인 미술관의 지리적 특성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26일에는 두 번째 개관 소식과 함께 한국화와 판화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개관전 Part 2 ‘진실의 순간: 한국화와 판화’ 展이 열렸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뮤지엄 산
‘진실의 순간: 한국화와 판화’ 展에서는 한솔문화재단에서 수집한 한국화와 판화 작업 중 150여 점을 선보인다. 청조갤러리 1,2,4 공간에서 이뤄지는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인 소정 변관식의 4미터 폭 수묵담채화 ‘무장춘색’을 비롯해, 고암 이응노의 수묵추상화 등을 만날 수 있다.
청조갤러리 1에서는 소재의 질감을 다양하게 표현한 ‘현대 한국 판화의 전개 1’이 펼쳐진다. 한국 내에서도 30여 점 밖에 공개되지 않은 정규의 판화 작품 중 10 작품뿐 아니라, 동판화의 메조틴트 기법을 서정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황규백 작가의 30여 점의 작품 등도 소개된다. 이어지는 청조갤러리 2에서는 ‘현대 한국 판화의 전개 2’가 전개된다. 한국적 감수성과 색채를 입힌 오윤의 판화와 함께, 프랑스에서 작업의 기반을 다진 이성자가 일주일을 자연적 요소로 표현한 ‘일주일’ 시리즈의 작품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청조갤러리 4에서는 현대 한국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현대 한국화의 세계’가 열린다. 시, 서화 일체의 전통을 잇는 변관식, 이상범 등의 전통 산수화 작품을 비롯해 민화, 무속화 등에 영향을 받은 박생광, 문자 추상이라는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이응노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작품을 시대순으로 단조롭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작품 간의 호흡을 고려한 전시장의 구성도 인상적인 이번 전시는 9월 14일까지 이어진다.
뮤지엄 산은 백남준 작가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청조갤러리 3과 제임스 터렐 특별관 등 작품에 특화된 전시 공간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백남준의 ‘인도는 바퀴를 발명하였지만 플럭서스는 인도를 발명하였다’는 공간 내부의 높은 벽과 바닥에 반사되는 빛으로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한편 제임스 터렐은 빛과 컬러 등을 통해 관람객의 시각과 시공간에 대한 경계의 다른 차원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여 온 작가. 제임스 터렐관은 기존에 있던 ‘Ganzfeld’, ‘Wedgework’, ‘Skyspace’, ‘Horizon’ 네 개의 작품과 함께 4월 첫 선을 보이는 일몰 프로그램과 6월 공개예정인 ‘Skyspace’에 추가되는 스페이스 디비전 등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려 한다.
이번 전시를 ‘개관전 Part 2’라 이름 붙인 데에는 ‘뮤지엄 산’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 데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제임스 터렐의 최초의 상설 전시관을 갖춘 공간을 나타낸 SPACE의 ‘S’와 예술 작품(ART)의 ‘A’, 뮤지엄을 둘러싼 자연 환경을 나타낸(NATURE) ‘N’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또한 산 정상에 있을 뿐 아니라, 뮤지엄 내, 외부 어디에서든 산을 볼 수 있다는 공간적 특성을 담아 이름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뮤지엄 산은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선 특화된 건축물과 콘텐츠로 이미 개관 7개월 만에 유료 관람객 7만 명이 찾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제임스 터렐을 통해 느끼게 될 빛과 시공간의 경험까지. 뮤지엄 산에서는 관람객 스스로가 다양한 경험을 직접 선택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뮤지엄 산: http://www.museumsa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