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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민정See 눈으로 바라본 플라스틱 세상

2014-10-16


해마다 높아지는 기온과 함께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빙하, 자연분해(순환) 되지 않아 몸살을 앓고 있는 대지, 그리고 탁한 공기. 이처럼 오래 전부터 지구는 병들어가고 있다. 무분별한 플라스틱 제품 사용은 우리 건강도, 자연도 성치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미 편함에 길들여진 우리로선 그 사용을 쉽게 멈출 수가 없다. 파괴된 환경으로 세계 곳곳에서 질병과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자연과 공존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늘어나고 있다. 환경과 건강을 주제로 열리는 ‘Plastic Society’ 역시 이와 관련된 사회적 고민을 담은 전시 중 하나다.

에디터 | 박유리(yrpark@jungle.co.kr)
사진제공 | 갤러리 AG

1960년대까지만해도 사람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플라스틱은 어느덧 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의 건강에도 폐를 끼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주변에는 온통 플라스틱 일회용품이 넘치고, 과자봉지, 플라스틱 소재의 포장재, 가구 등 생활 속 곳곳에 쓰레기 더미로 뒹구는 모습을 본 작가 민정See는 이 같은 모습들이 우리 세상의 축소판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쉽게 쓰고 버리는 행위를 통해 플라스틱 문화가 조장된다고 생각한 작가는 2008년부터 Plastic Falsity(플라스틱 허위)부터 Plastic Beauty, Plastic Green(인공녹색, 인공자연), Plastic Society 전까지 플라스틱 시리즈를 계속 작업해오고 있다. 작가는 사진으로 찍은 실제 모습을 담기 위함과 세상을 향해 작가가 목소리를 내는 장치로 사용하기 위해 대다수의 작품을 디지털 프린트를 이용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뜨이는 작품은 바로 ‘참!잘했어요’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다양한 모양의 ‘참!잘했어요’는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 또는 과제물에 받았던 확인도장을 아크릴로 형상화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상 도장들 사이에는 ‘myself’가 매달려 있고, 천장과 대조되게 바닥에는 쓰레기 더미가 무덤을 형성한다. 우리가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이 건강과 환경을 해친다는 것을 잘 알지만, 눈 가리고 모르는 척 사는 우리 스스로에게 상을 준다는 표현을 담은, 반어적인 작품으로 빨리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문화와 세상에 대한 작가의 조소가 담겨 있다.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 통을 가득 모아 만든 일회용 컨테이너 위에 잔잔한 영상이 흐른다. 영상에는 물 위에는 건물과 하늘이 비치고 후반부가 되면, 비가 내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작품 ‘Plastic Society’ 속 하늘과 물은 인간이 만들 수 없는 것을 뜻하며 컨테이너를 형성하는 플라스틱과 영상 속 건물은 우리가 만든 것들을 의미한다. 작가는 우리가 만든 플라스틱 세상을 죽은 메마른 자연, 갈대가 둘러싸고 있는 모습으로, 그런 세상을 보며 하늘이 우는 형상을 비가 내리는 것으로 표현했다. 작품에 사용된 플라스틱은 내용물이 담겨 있었을 때 아끼고 보관했던 것이었지만, 그 물질이 사라짐으로써 쓰레기가 되어버린 용기 위주로 선별했다.
작품 양 쪽 끝에 전시된 ‘Resistance’는 작가가 상상한 동물을 나타낸 작품으로, 디지털 프린트 위에 녹색 쓰레기 이미지를 꼴라주 작업을 보여준다 자연과 닮음을 가장한 쓰레기에 둘러싸인 고슴도치를 연상케 하는 동물처럼 우리 인간도 역시 쓰레기에 갇혀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를 담는다.

Plastic Green 시리즈는 광교신도시의 건설현장 사진과 건설 과정에서 뽑혀 나간 식물들을 촬영해 비닐에 인쇄 후 못과 실로 고정한 콜라주 작업이다. 작가가 광교신도시의 건설현장을 작품에 담아낼 수 있었던 건 거주지역이 광교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도시 건축을 위해 산을 깎고 길을 내고 건물을 세우는 광경을 봐왔던 작가는 이를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과일을 감싸는 포장지와 현장의 인부들이 먹다 버린 음식물 포장지, 인위적인 색을 띠는 뚜껑, 깡통, 플라스틱 제품 등을 현장에 직접 방문해 수집했다. 여기에 박힌 못은 인간의 인위적인 힘을 상징하는데, 무분별한 개발이 자연에 피해를 준다는 걸 못이라는 장치로 극대화시키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녹색을 띠는 쓰레기들을 세 가지 종류로 모아 정방향 큐브로 만든 ‘Plastic Green’과 녹색 쓰레기를 디지털 프린트로 인쇄해 만든 꼴라주 looseness,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디지털 프린트를 이용해 대형마트 운송차량이 녹아 내리는 듯한 기법으로 표현한 ‘Plastic Society’ 등 환경과 건강에 대한 생각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을 맞이할 준비하고 있다.

Jungle : 안국약품에서 실시한 신진작가공모전에 당선됐다고 들었다.

전시하는데 한 번도 비용을 들인 적이 없다. 공모전도 마찬가지다. 큰 돈 들여 작품을 하는 것을 고수하지 않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공모전들을 찾게 되었다. 신진작가공모전 역시 그러하다. 어렵게 통과하고, 시간도 꽤 오래 걸리지만 앞에서 말한 내 신념을 지키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한다. 비싼 작품 자체가 목적이 아닌, 그저 생각해보는 수단이 되는, 거쳐가는 작업을 지향한다.

Jungle : 플라스틱을 주제로 한 작업을 하게 된 이유는?

2011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다. 유방암, 뇌종양 수술, 지금은 척수막 암 투병 중이다. 병원에서는 병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아픈 나에게 누구는 ‘음식으로 치료했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야 한다’와 같은 개인 견해들을 많이 들려주었지만, 내 스스로 내린 결론은 오염된 먹거리, 도시 환경을 피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환경 이슈에 눈이 가게 됐다. 주위를 둘러 보니 온통 플라스틱, 일회용이 만연한 문화가 펼쳐 진 것 같았다. 쓰레기통에 뒹구는 가벼운 과자봉지들, 플라스틱 포장재, 플라스틱 가구 등을 보며 쓰레기 통은 우리 세상의 축소판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플라스틱 시리즈를 2008년부터 작업하고 있다.

Jungle :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 중 특별히 애착 가는 것이 있다면?

‘참! 잘했어요’다. 바닥에 쓰레기를 설치하고, 그 위에 대조적으로 스탬프 이미지를 설치한 이 작품은 빨리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컬쳐, 세상에 대한 조소가 담겨있다. 참! 잘했어요 이미지 옆에 우리가 애써 피하고픈 myself 라는 글씨가 매달려 있다. 피해서 보지 않아야만 만들 수 있는 시스템들이 있는 것 같다.

Jungle : 작품 속에 어떠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었나.

자연, 인간 모든 것이 그물 망처럼 얽혀 있는 넷에서 인간이 힘주어 당기면 그물에 큰 구멍이 생기듯이 그 구멍이 인간에게 되돌아 오는, 연결된 세상이다. 모든 생태계, 자연과 인간이 미세하게 얽힌 하나의 생태 망 안에, 조화로운 인간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회 시스템, 우리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인들이 되길 바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여 주는 작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Jungle : 앞으로의 계획은?

내가 표현하는 주제는, 내 스스로가 보는 세상이다. 누군가는 목소리 높여 이야기 해야 하는 주제이고, 그것이 비단 정치, 사회 쪽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적으로 느리지만, 예술가의 시각으로 사람들에게 파고 들어가기 바라는 주제다. 앞으로 몇 년은 더 해야 할 주제로 한동안은 같은 주제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환경과 건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생태미술 관련 전시회인 ‘Plastic Society 민정See 전’은 오는 11월 13일까지 갤러리 AG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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