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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국내 최초 다큐멘터리 사진상 | 제1회 지오-올림푸스 사진상

2003-12-24

국내 최초의 다큐멘터리 사진상인 제1회 지오-올림푸스 사진상의 시상식이 지난 12월 1일 리츠칼튼 호텔에서 국내외 사진계 인사 1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되었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잡지인 월간 지오(GEO)가 주관하고 디지털 사진계를 이끌고 있는 기업 올림푸스 한국(주)가 후원한 이 사진상은 국내 포토저널리즘 활성화와 사진 시장의 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해 제정되었으며, 이날 시상식에서 지난 6개월간 국내 사진계를 들썩이게 했던 주인공인 수상자들이 발표되었다.

먼저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흥구 씨가 ‘좀녜’라는 작품으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좀녜’는 제주도 방언으로 ‘해녀’를 뜻하는 말이다. 수년 간의 경력을 가진 선배 사진가들과의 경쟁에서 어린 나이로 대상을 거머쥔 김흥구 씨는 주제에 대한 애정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실제로 그는 근 1년간 제주도를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공을 들여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날 김흥구 씨는 순은 트로피와 1000만 원의 고료를 받았는데, 특히 카메라 옵스큐라를 형상화해 제작된 '세상에 하나뿐인' 트로피는 금속공예가 심현석의 작품이다.

대상 수상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 레자(Reza)는 "한 두 개의 훌륭한 사진이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을 중요하게 보았다. 작가 본인이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에 대한 좀더 심도 있는 기록이 더욱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수상작 ‘좀녜’는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과 사진가로서의 애정어린 시선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일보 사진기자 출신의 박종우 씨는 ‘술루 군도의 바다 집시’라는 작품으로 금상을 수상했는데, 시상식에는 태국에서 취재 중인 그를 대신해 그의 아내가 참석했다. 계명대학교 사진디자인학과 4학년인 진달래 씨는 에이즈 환자의 투병기를 담아낸 ‘귀천’이라는 작품으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특히 진달래 씨는 수상의 영광을 스승인 석재현 씨와, 지금은 고인이 된 작품의 모델 정말숙 씨에게 바쳤다. 석재현 씨는 올해 1월 탈북자들을 취재하던 중에 체포되어 현재 중국에서 수감 중인 포토저널리스트로, 이날 시상식에서는 조속한 그의 석방을 기원하는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수상 작품들을 슬라이드쇼로 상영했다. 이들 작품은 추가 작업을 한 후 2004년 내 월간 GEO에 게재될 예정이어서, 완벽하게 구성된 하나의 피처스토리로서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 사진상의 첫 회 심사위원으로는 ‘내셔널지오그래픽’편집장과 백악관 출입기자를 지낸 김희중 씨, ‘뿌리깊은 나무’의 아트디렉터였던 이상철 씨, 한국사진연합 이사장인 주명덕 씨, 그리고 여러 차례 월드프레스포토상을 수상한 장본인이자 1998년과 2004년 월드프레스포토상 심사위원을 맡은 레자 씨가 참여해 상의 권위를 높였다. 앞으로 이 사진상이 월드프레스포토상이나 퓰리처상과 같은 명망 높은 사진상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 | 이정현기자 (tstbi@yoondesign.co.kr)

심사는 우선 작품 수에 제한 없이 심사위원마다 눈에 띄는 작품을 선별하고,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탈락시키는 방식을 반복하며 전개되었다. 최종적으로 좁혀진 작품들을 대상으로는 각 작품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와 작업 방식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 한 장의 돋보이는 사진이 아니라 한 편의 기사를 구성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 있는 피처스토리를 위해 본 상이 제정된 만큼 주제를 형상화해 내는 탄탄한 구성에 더 많은 심사 기준을 두었다.

김흥구의 ‘좀녜’는 사진의 완성도 면에서는 약했으나, 주제에 대한 애정과 일관성 있는 시선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종우의 ’술루 군도의 집시’는 주제적인 흥미와 다양한 구성 등 피처스토리로서의 모든 요소를 갖추었으나, 보다 심도 있게 접근하지 못한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진달래의 ‘귀천’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에이즈를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로 구성한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응모작들에 대한 심사위원의 공통된 의견은 작품의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해외 소재의 경우, 밀도 있는 천착보다는 관광지로서 접근한 작품이 대다수였다. 물론 첫 회가 가지는 운영상의 한계도 노출되었다. 특히 피처스토리 부문과 연재 부문에 대한 구별이 모호해 응모작들 간의 차별성이 전혀 없었고, 애초 계획대로 올해의 작가상을 수여할 만한 마땅한 작품을 찾는데도 한계점이 드러났다. 심사 과정에서 두 부문에 대한 구별을 무시하고 대상과 금상, 심사위원상으로 나눈 것은 이 때문이다.

끝으로 심사위원들은 이번 수상작의 수준이 지오-올림푸스 사진상의 기준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라는 데 모두 뜻을 같이 했다.(심사위원: 김희중, 이상철, 주명덕, 레자)


제1회 지오-올림푸스 사진상의 대상 수상자에게 수여된 트로피는 사진기의 기본 원리인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를 형상화 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어두운 방'이라는 뜻의 카메라 옵스큐라는 어두운 방의 벽이나 차광막의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온 빛이 반대편 벽 위에 거꾸로 된 상을 투영시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사용된 카메라 옵스큐라에, 렌즈를 사용하여 상을 밝고 선명하게 만들면서 점차 오늘날의 사진기로 진화한 것이다.
순은으로 제작된 대상 트로피는 금속공예가 심현석의 작품이다. 그는 2000년부터 은으로 사진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외형 제작만이 아니라 사진기를 이루는 모든 부속들까지 그의 손으로 은을 깎고 다듬어서, 모양만 사진기가 아니라 실제로도 작동되는 사진기들을 제작했다. 금속공예가 심현석의 사진기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애정은 지오-올림푸스 사진상 트로피에 담겨, 본 상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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