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2
부천에 위치한 독립서점 오키로북스 오사장과의 인터뷰 2편.
지난 1편에서 독립서점을 연계기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2편은 본격적인 작업물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서점으로만 머물지 않고 책도 출간하셨어요. 〈이별의 순간들〉 〈세렝게티의 주민들〉 〈나빛나일기장〉 〈달걀후라이책〉 〈상어사전〉 등 특별한 주제의 책이 많아요. 어떻게 기획되고 출간하게 된 건가요? 과정이 궁금해요.
제가 동물을 좋아해 동물원을 자주 가는 편이에요. 갈 때마다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물은 유흥거리로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싶어서 동물과 관련된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세렝게티의 주민들〉 표지©오키로북스
기존에 출간된 동물 관련 책 대부분이 개와 고양이 등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맞는 책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누구나 보고 공감할 수 있는 특히 젊은 세대가 읽을 수 있도록 귀여운 일러스트가 담긴 책을 만들었죠. 그 책이 〈세렝게티의 주민들〉입니다.
〈이별의 순간들〉 표지와 내지 이미지©오키로북스
그리고 〈이별의 순간들〉은 제가 독립출판사 2년 차에 만든 책입니다. 이별을 주제로 독립출판 작가 23명에게 받은 글로 구성된 책입니다.
이 책에 참여한 작가 대부분이 기성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하셨더라고요. 꾸준히 하면 무언가 되는구나 생각이 들어 애정이 가는 책입니다.
〈나빛나일기장〉 표지와 내지 이미지©오키로북스
〈나빛나일기장〉은 〈세렝게티의 주민들〉을 같이 작업한 나빛나 디자이너의 일기장을 복간한 책입니다.
나빛나 작가가 매일 일기를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 년 동안 꾸준히 쓰시면 제가 꼭 책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라고 약속을 했어요.
실제로 일 년 후에 일기장을 가지고 오셨고 그 자리에서 스캔한 후 인쇄소에 넘겼어요. 출판은 쉽게 이뤄졌지만, 책 안의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아요. 작가님의 일 년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거든요.
〈상어사전〉 표지©오키로북스
〈상어사전〉은 〈세렝게티의 주민들〉 2편의 형식으로 만들었어요. 상어 다큐멘터리를 보니 원래 상어는 나쁜 동물이 아닌데 인간이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낸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상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1년간 도서관을 다니면 자료를 수집했어요. 일러스트레이터와 한 달에 한 종류의 상어를 작업해서 12개월 동안 12마리의 상어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최근 출간된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 번 해봤는데요〉는 오사장으로, 〈상어사전〉은 본명으로 책을 출간했어요.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 번 해봤는데요〉는 오키로북스가 아닌 주식회사 김경희에서 출간되었어요.
이 책은 오키로북스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책이랑은 성격이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세컨드레이블인 주식회사 김경희를 만들어서 출간했어요.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 번 해봤는데요〉 표지와 내지 이미지©주식회사 김경희
이곳에서는 기존의 오키로북스와는 다른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출간할 예정이에요. 작가명은 사람들이 절 오사장으로 알고 있으니까 오사장으로 가볍게 갔고 〈상어사전〉은 가벼운 책이 아니기에 본명을 사용했어요.
주식회사 김경희에서 다른 책도 나오는 건가요?
네, 현재 〈경희 씨 요즘 어떻게 지내요?〉 라는 책이 곧 나올 예정이에요. 이 책은 김경희씨가 인스타그램에 자기의 단상을 적어 내려간 것들을 그대로 모았어요.
그러면 오키로북스에는 어떤 책이 나올까요?
〈세렝게티의 주민들〉 개정판을 지금 준비 중입니다. 〈상어사전〉과 판형을 맞춰서 동물 시리즈 다섯 권을 3년이나 5년 이내에 완성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지금은 판다에 관련된 책 준비 중이고요. 그다음은 공룡사전을 해보려고 해요.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 번 해봤는데요〉 마지막에 아내의 일기로 바뀌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초판에는 없었어요. 개정판을 내면서 아내가 자신도 글을 쓰고 싶다고 해서 넣게 되었어요. 남편의 1차 목표가 아내를 기쁘게 하는 거잖아요! 하하, 그래서 기쁘게 해주기 위해 넣었어요(웃음).
아내의 반응이 궁금하네요.
되게 좋아해요. 지금 자기도 책을 내고 싶다는 얘기 많이 하더라고요.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 번 해봤는데요〉 내지 이미지©주식회사 김경희
독립출판 워크숍도 하시잖아요. 직접 하시나요?
네, 제가 직접 해요. 6주간 책 기획하고 만들어요. 사실 6주에 책을 만든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이미 콘텐츠가 있으신 분들은 만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좀 불가능해요.
그래도 저는 뭘 만들어도 좋으니까 대충이라도 만들어보라고 해요.
무조건 끝까지 하는 것을 강조하는 편이라서 콘텐츠의 구성이나 책의 짜임새에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끝까지 해보라고 말씀드려요.
6주를 결석 없이 나오는 분도 드물어요. 수강인원의 10% 정도만 책을 만들어요. 완벽하게 만들려다 보니 스스로 ‘나는 안돼’라는 좌절을 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냥 결과물을 생각하지 말고 끝까지 해봐야 다음이 있어요.
결과물을 떠나서 끝까지 무조건 나오고 32페이지, 16페이지짜리 책이더라도 만들어 보시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독립서점은 돈이 안된다는 말을 하잖아요.
제가 돈이 안 되는 일을 좋아해요. 그런 일들이 재밌잖아요(웃음).
그런데 전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수익이 생겨야 직원들 월급도 주잖아요.
돈을 좇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좇으니까 돈이 같이 오는 것 같아요. 요즘이 그래요. 저희가 지금 전성기처럼 쭉 올라가고 있어요. 하하. 약간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상어사전〉 내지이미지©오키로북스
오키로북스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 건가요? 책 출간 외 다른 프로젝트들이 있을까요?
일단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보고 싶어요. 지금 저의 고민은 오키로북스 서울점이에요.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림길에 있어요. 아, 그것이 좀 스트레스입니다. 하하 나름의 스트레스…
하지 않으면 그만인데, 더 크게 키우고 싶은 생각과 이렇게 작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공존해요. 크게 하면 그만큼 받는 스트레스도 많을 거니까. 지금은 스트레스가 없는데 굳이 더 늘려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제가 농담 삼아 반디앤루니스 같은 서점이 될 거라고 말해요. 장난이 아니라 크게 키우고 싶은 꿈이 있어서 늘 고민을 해요.
편견 같지만, 독립서점이 대형화되면 매력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제가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를 했었어요. 접근성이 좋으면 사람들이 더 오더라고요. 그래서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렝게티의 주민들〉 내지 이미지©오키로북스
물색 중인 동네가 있으세요?
가장 가깝게는 3개월 정도 홍대 쪽에서 팝업스토어를 열 생각이에요. 저희는 서점이잖아요? 서점은 일단 책을 많이 파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저희한테 책을 맡겨주신 분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거든요. 그래서 책을 많이 팔려면 좋은 위치에 있어야 하지 않나 해요.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서점은 무조건 최대한 많이 홍보해서 책을 알리고 많이 파는 게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워크숍을 통해 버는 돈보다는 책을 팔아서 버는 돈이 많도록 힘쓰고 있어요.
정글 독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현재 지역마다 독립 서점이 많이 있어요. 그곳에 가셔서 책을 구매해보시는 건 어떨까 해요.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촬영협조_ 오키로북스
5kilomarket.com
www.instagram.com/cafe5kmbook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