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31
박도은 작가의 ‘달빛 사과-차오르다’ 展 포스터(사진제공: 여니갤러리)
한편의 서정적인 시를 닮은 전시 박도은 작가의 ‘달빛 사과-차오르다’ 展이 9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여니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이 조금 독특하다. 달빛 사과? 한참 실리콘밸리와 벤처에서 유행하던 작명법과 흡사하다.
박도은 작가는 자신의 회화와 언어를 잘 매치할 줄 안다. 잘 안 어울리는 듯한 두 단어를 붙여 새로운 고유 명사구를 만든다.
에버 노트, 레드 망고, 카카오 톡, 엘로 모바일과 같이 말이다.
사과는 우리말의 소리로는 사과(Apology)를 생각하게 하는 엉뚱한 과일이기도 하고, 창세기의 선악과이기도 하여, 우리의 원죄와 욕망, 그리고 호기심을 상기하기도 하고, 백설 공주를 쓰러뜨린 독, 위험을 상징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억압하는 영국 정부에 대항하다가 한입 물고 죽었다는, 그래서 1000조가 넘는 기업 가치를 가진 애플의 로고가 한입 배어 물은 사과의 모습이라는 전설을 떠올리게도 하는 그 과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애플의 사과는 이제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비틀즈의 명반들이 쏟아져 나온 스튜디오의 이름도 사과였다. 그래서 사과는 역사적으로 명작을 표상하기도 한다.
박도은의 작품 즉, 그녀의 사과를 우리가 감상할 때, 그것은 사과(Apology)가 되기도, 우리의 죄(Sin), 욕망, 호기심이기도, 때로는 독(Poison), 위험이기도 하다.
또는 소수의 정체성과 저항을, 그리고 역설적으로 부(Wealth)와 명작이기도 하다.
그 외에 박 작가가 달빛 사과라고 이름을 붙인 은유적인 이유와 빛에 따라 달라지는 달의 분위기를 이번 ‘달빛 사과-차오르다’ 展을 통해 느껴보자.
에디터_장규형(ghjang@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