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2
<HEREN> ⓒ Kim HeeJune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패션 포토그래퍼 중 하나인 김희준.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꼽히는 특유의 ‘파스텔 톤’이 인상적인 나른하고도 감성적인 패션화보.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어떤 계기로 패션사진의 길로 들어섰나?
교양수업 과제 중 하나가 패션쇼를 보고 오는 것이었다. 런웨이를 보는데 아드레날린이 솟더라. 직접 옷을 만들긴 어렵고, 옷의 매력을 보여주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사진에서 해답을 찾았다. 한동안 정말 개념 없이 사진을 찍었다. ‘어둡다’, ‘밝다’ 개념으로 조리개를 구분할 정도였다. 혼자 사진을 찍다보니까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문화·예술적인 것에 기여하고 싶다는 간절함도 생겼다. 그길로 홍장현 실장을 찾아갔다. 그렇게 3년 동안 어시스턴트 생활을 했다. 독립하고 촬영한 이효리 사진이 알려지면서, 패션작업 의뢰가 많아졌다. 이후 <Bazaar>, <Marie Claire>, <Cosmopolitan>, <Elle>, <Vogue>, <HEREN> 등과 화보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김희준의 트레이드마크인 ‘파스텔 톤’의 시작이 궁금하다.
패션사진은 구도, 조명, 포즈 등을 미리 머릿속에 그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초기엔 ‘모든 화보가 비슷한 톤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 색깔을 찾으니 사진이 다양해지더라. 새로운 포즈를 시도했고, 불필요한 오브제는 과감히 배제했다. 몇 달을 그렇게 하니까 “실장님이 하는 톤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왔어요.”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색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모델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조화로운 색의 조합을 찾으려고 한다. 내가 고른 색은 ‘나의 경험, 성향, 판단의 총체’다. 인물을 보면 색을 선택하는 회로가 직관적으로 작동한다. 한 걸음 물러서서 내 사진들을 본다면 비슷한 톤처럼 느껴지겠지만, 자세히 보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Noblesse> ⓒ Kim HeeJune
개인적으론 모델의 손동작이 인상적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느낌이랄까.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뭉툭한 코끝과 넓은 하관을 단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콤플렉스를 가리기 위해 손을 사용했던 것이 시작인 듯 하다. 일종의 그래픽적인 도구였던 셈이다.
자신의 작업 스타일을 설명하는 몇 개의 단어를 꼽자면?
평등과 평화. 어떻게 하면 모델의 매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 정답은 권위적이지 않은 촬영 환경을 만드는 것. 비록 모델이라 할지라도 수영복차림이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촬영 전에 충분히 설명을 하는 편이다. 여성들을 필요 이상으로 본질과 다르게 표현한다거나, 남성 우월적 시각으로 담지 않으려고 한다. 어쨌든 대중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니까.
잡지화보를 찍을 때 ‘패션사진가는 시안 그대로 찍기만 한다’라는 말이 있다.
예전엔 시안을 가져와서 그대로 찍어달라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엔 사진가의 해석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다. 기자가 콘셉트와 부합하는 감각적인 시안을 가져오면, 회의를 통해 큰 틀을 정한다. 이후는 사진가의 몫이다. 특히 색감 같은 경우 의상 스타일링과 촬영 분위기에 따라 현장에서 결정하는 편이다.
<Allure> ⓒ Kim HeeJune
폐간되는 잡지가 많은데, 위기를 체감하나?
아직까진 체감하진 못한다. 디지털 매체가 있으니까. 이제는 누구나 자본을 갖고 있으면, 연예인을 섭외해서 촬영할 수 있는 시대 아닌가. 그보다 잡지에서 일하던 역량 있는 기자들의 설 자리가 사라진다는 게 더 안타깝다.
김희준 모델과 어울리는 색, 주로 파스텔 톤을 통해 인물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사진작업을 한다. <Bazaar>, <Claire>, <Cosmopolitan>, <Elle>, <Vogue>, <W> 등과 협업했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인스타그램(@kimheejune)
에디터_ 박이현
디자인_ 서바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