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31
광고가 너무 좋아 하루종일 그 생각만 한다. 아이디어에 모든 걸 걸었다.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야무지게 실현하고 있는 아이디어만 생각하는 바보 아닌 바보들은 이름도 ‘idea(아이디어)’와 ‘idiot(바보)’를 합쳐 ‘아이디엇’이라 지었다.
아이디엇은 2018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3개의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이디엇은 사회문제부터 기업의 고민까지 아이디어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아이디어 전문 광고기획사다. 대학 동기였던 이승재, 이정빈 공동대표가 함께 아이디엇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창업한지 3년만에 대한민국 광고대상(2년 연속), 올해의 광고상, 부산 국제 광고제, 아시아 태평양 스티비 어워드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승재 대표는 세계3대 광고제인 ‘뉴욕 페스티벌’의 심사위원으로도 선정됐다.
심폐소생술을 간접 경험하게 해주는 ‘CPR-Stick’
첫 작품은 세계 응급처치의 날 캠페인으로 진행했던 대한적십자사의 ‘CPR-Stick’으로, 야구장 응원도구인 막대풍선 한 쌍에 아이의 이미지와 깍지 낀 손의 이미지를 인쇄해 바람을 주입하면서 인공호흡을, 한 쌍의 막대풍선을 두드리면서 심폐소생술을 간접 경험하게 해주는 프로젝트였다. 회사 설립이전 두 사람이 함께 아이디어를 냈던 것을 이승재 대표가 실행, 비즈니스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아시아 태평양 스티비 어워드(2015)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함께 아이디엇을 시작하게 됐다.
홍대 거리의 쓰레기를 줄어들게 한 ‘미니 환경 미화원 스티커’
마포구청의 ‘미니 환경 미화원 스티커’는 실제로 큰 변화를 일으킨 프로젝트로, 대한민국 광고대상, 부산 국제 광고제 등에서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승재 대표는 아이디엇을 가장 많이 알린 프로젝트 중 하나라 소개하며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명했다. “활기찬 에너지를 받고 싶어서 홍대 지역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출근시간에 너무 지저분한 거리의 모습을 보게 됐어요. 많이 놀랐죠. 크게 문제의식을 느꼈고, ‘아이디어를 통해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 조사를 해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레기통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고, ‘쓰레기통의 위치와 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 작은 표지판을 만든다면 30m, 혹은 50m 정도는 발길을 옮겨서 버려주지 않을까’해서 만들게 됐어요.”
아이디엇은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관할구청에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사비를 들이기도 했다. “먼저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기 위해 이정빈 대표가 전화를 했는데,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미팅을 하고도 해당 부서를 만나기까지 한참이 걸렸어요. 마지막에 청소행정과라는 곳을 소개받아서 진행하게 됐죠. ‘참 좋은 아이디어’라며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결제를 올리고 승인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 그냥 저희가 비용을 들여 하겠다고 했어요. 스티커 제작비용과 모델(배우) 섭외비만 들었어요.”
외국인 근로자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를 알린 ‘손가락 잘렸는데 나가래요’. 포스터의 손가락 부분을 찢어뜨려 부착했다.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의 ‘손가락 잘렸는데 나가래요’는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근로자의 날을 맞아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진행했던 캠페인으로, 근무 중 산업재해로 손가락이 잘렸는데 공장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의 사연을 찢어진 포스터로 구현했다. 아이디엇의 직원들이 뽑은 가장 기억나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이 프로젝트와 함께 시작해 디자인을 하고, 전반적인 진행에 참여한 안정헌 디자이너에겐 더 특별하다. “입사 후 첫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가장 뜻 깊은 프로젝트였어요. 제가 참여한 첫 번째 프로젝트가 수상으로까지 이어져 더 뿌듯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건, ‘근로자의 날’하면 ‘빨간 날’, ‘쉬는 날’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프로젝트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이에요. 직접 외국인 근로자분들을 만나고 그분들과 촬영했던 여러 과정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아이디엇이 브랜딩 한 ‘오늘, 와인한잔’은 프렌차이즈 업계에서 매우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광고 이외의 분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이정빈 대표는 ‘오늘, 와인 한잔’의 브랜딩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와라와라(F&D Partner)에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아이템을 원했어요. 브랜딩 기획팀으로 들어가게 돼서 와인카페 ‘오늘, 와인한잔’을 만들었죠. ‘오늘, 와인한잔’이라는 이름부터 구성, 메뉴, 콘셉트까지 모든걸 기획했어요. 결과가 매우 좋아서 전국에 약 4~50개 매장이 오픈됐고, 프렌차이즈 업계에서 굉장히 성공적인 예시로 꼽히고 있어요. 아이디엇이 광고뿐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 연결되는 브랜딩 전략들도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엇이 작업한 기업은행의 ‘이것만 기업해’. 카드 혜택이 쉽게 기억된다.
‘이것만 기업해’라는 익숙한 카피도 아이디엇의 작품이다. 이승재 대표는 기업은행의 캠페인은 기존의 카드광고 분석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많은 종류의 카드혜택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기존의 카드광고를 분석했는데, 대부분 한 장의 지면 안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모아서 보여주고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한 지면에서 혜택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한 장의 지면에 한 가지 혜택만 놓을 때 진짜 혜택처럼 보인다는 의견을 수집할 수 있었어요. 혜택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버스, 스크린도어 등 400여 면의 광고매체에 각기 다른 혜택을 하나씩 넣는 방식을 택했고, 전달하는 메시지를 사람들이 잘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언어유희를 활용해 ‘이것만 기업해’라는 문구를 넣었죠. ‘이것만 기업해’라는 카피는 확장성이 무궁무진해요. ‘기업해’는 포스터, 스탠드배너, 공식사이트, 페이스북, 바이럴영상 등에도 활용된 연관 브랜드 캠페인이 됐어요.”
아이디엇의 아이디어 회의는 5명의 직원이 모두 함께 한다. 클라이언트로부터 요청을 받으면 어떤 방식으로 소화할 것인가에 대해 전체적인 기획회의를 하면서 모두가 내용을 숙지하고, 각자 아이디어를 짠 후, 다시 모여서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디벨롭한다. 모두의 공정한 성장을 위해서다.
안정헌 디자이너 역시 디자이너로서 가장 좋은 점으로 공동 회의를 꼽았다. “누군가의 A라는 아이디어가 회의를 통해 A+가 되기도 하고 B와 합쳐져 C가 되기도 해요.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생각을 할 수도 있고, 혼자서는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발전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요. 회의 과정이 숙지가 되면 작업하기도 훨씬 편해요. 일반적인 회사의 디자이너는 경력이 짧을수록 개인적인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자유롭게 낸 의견이 반영되기도 하고, 그 생각을 결과물로 키울 수 있으니 디자이너에게 참 좋은 기회죠.”
이정빈 대표는 아이디엇의 목표에 대해 ‘시대를 이끌어가는 집단이 되는 것’이라 말했다. “요즘 말로 힙한, 계속해서 힙할 수 있는 집단이 되고 싶어요. 아이디어쪽에선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게 목표예요. 광고 아이디어만 하는 회사로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흰 아이디어 컴퍼니예요. 아이디어로 세상의 문제들, 기업의 고민들을 해결하죠. 광고대행, 마케팅뿐 아니라 브랜딩, 브랜드 익스피어리언스, 영상 등 아이디어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을 합니다.”
왼쪽부터 아이디엇의 이승재 대표, 이정빈 대표, 안정헌 디자이너 ⓒ Design Jungle
이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금까지의 작업을 한 권으로 정리한 아이디어북과 함께, 아이디엇의 이름이 적힌 트로피를 포맥스로 제작해 기업에 보내는 거다. 포맥스 트로피에는 기업의 이름을 적어 넣을 수 있도록 했다. 내년도 수상을 함께 하자는 의미다. 아이디엇의 회사소개서 겸 아이디어 전략회의의 좋은 참고자료가 될 책자는 희망기업에 무료 배포될 예정이다.
스타트업의 컨설팅 작업도 하고 있는 아이디엇은 자체 브랜드 제작을 또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다. 아이디어라면 그 누구보다 자신 있는 아이디엇의 무궁무진한 생각들이 어떤 결과물들을 이루어낼지, 더욱 넓은 분야에서 빛을 발할 그들의 활동이 기대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아이디엇(ide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