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4
어린 시절 참 귀걸이를 하고 싶었더랬다. 반짝이고 달랑이는 예쁜 귀걸이를. 당시에는 지금처럼 붙이는 귀걸이도 구하기가 어려워서 아쉬운 대로 아무 스티커나 귓불에 붙이고는 만족해했었다.
5살 된 딸 아이는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어른용 귀걸이를 자신의 귀에 대보거나 스티커를 귀에 붙여보기도 했다. 귀걸이가 하고 싶다는 아이에게 스티커형 귀걸이를 사주었지만 뭔가 부족한듯한 눈치다. 동그라미 모양에 몇 가지의 컬러가 다인 그것이 마음에 들 리 없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스티커 귀걸이는 없을까. 할 수만 있다면 직접 만들어주고 싶다. “누구 만들어 주실 분 없나요?”
달랑이는 귀걸이가 하고 싶었던 조카의 바람을 담아 이모 디자이너가 특별한 귀걸이를 만들었다.
그런 귀걸이 만드는 분, 있다. 빛나는순간의 박정원 디자이너는 예쁘게 그린 그림에 투명 테이프를 길게 뜯어 귀에 붙이고 나타난 조카의 모습을 보고 다양한 디자인의 어린이용 붙이는 귀걸이를 만들었다. 달랑이는 귀걸이에 대한 조카의 로망을 이모 디자이너가 이루어준 셈이다.
박정원 디자이너는 ‘빛나는순간’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위트 있는 문구로 특별한 기분까지 선사하는 보틀용 붙이는 라벨카드, 봉투를 열면 바로 예쁜 그림이 보이게 한 봉투형카드, 1부터 100까지의 숫자들로 디자인된 100가지 순간 숫자카드 등 일상을 빛나게 하는 디자인 제품들을 선보여왔다. 이번엔 귀걸이를 향한 깊은 애정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스티커 귀걸이 귀욤뽀짝을 출시했다.
아이들의 연약한 피부를 위해 의료용 테이프를 사용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귀엽고 앙증맞은 디자인도 좋지만, 귀욤뽀짝은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재료로 엄마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아토피가 있는 조카 덕(?)에 특별히 많은 신경을 썼는데, 피부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해 의료용 테이프를 사용, 특허받은 기술로 만들고, 날카로운 절단면에 혹시라도 피부가 상처를 입을까 싶어 말랑말랑하고 탄력 있는 우레탄으로 제작, 어린이용품 KC 인증을 획득했다.
스티커 귀걸이 다섯 쌍으로 이루어진 뽀짝시리즈
뿌잉시리즈에는 귀걸이와 스와로브스키 귀걸이가 한 쌍씩 들어있다.
귀염뽀짝 스티커 귀걸이 by 빛나는순간 박정원 디자이너 interview
안녕하세요. 먼저 디자이너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회사에서 CI, 패키지, 캐릭터 디자인을 하다가 독립해서 현재 ‘빛나는순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정원 디자이너입니다. 그래픽 작업을 하면서 디자인 문구를 제작, 판매하기도 해요.
어떤 제품들을 선보이셨나요?
주로 ‘빛나는순간’이라는 브랜드 네임처럼 평범한 순간을 빛나는 순간으로 만들어주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기념일에 딱 맞는 숫자를 골라 선물할 수 있는 숫자카드와 와인이나 더치커피 등 병에 들어있는 음료를 선물할 때 더 뜻깊은 선물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라벨카드, 이 두 가지가 주력상품이에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제 관심사가 조금 바뀌게 됐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 아이에게 유익한 것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까 가는 곳도 공원, 놀이터, 도서관이 됐고요. 최근엔 최근엔 6살 조카의 아이디어로 스티커 귀걸이 귀욤뽀짝을 만들게 됐습니다.
귀욤뽀짝 스티커 귀걸이는 자신의 그림에 테이프를 길게 붙여 귀에 착용한 박정원 디자이너의 조카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조카의 아이디어가 깜찍하면서도 뛰어난데요, 어떻게 론칭하게 되셨나요?
6살인 조카가 자신이 그린 그림에 테이프를 붙이고 귀에 달고 와서는 “내 귀걸이 어때?”하는데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는 게 너무 귀여웠어요. 기존 스티커 귀걸이들은 대부분 원형이고, 달랑이는 형태는 없었거든요. 그걸 본 제 동생이 ‘이걸 제품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했고, ‘괜찮겠다’고 대답한 것이 론칭까지 이어지게 됐어요. 딱히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의지까지는 없었는데 몇 달 동안 언제 만들어 줄 거냐고 끈질기게 따라다니더라고요(웃음). 어쩔 수 없이(?),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만들게 됐죠.
아이도 있다고 하셨는데, 아이도 귀욤뽀짝 귀걸이를 착용하나요?
제 아이는 5살 남자아이이고요, 바로 옆에 조카들이 살고 있는데 4살, 6살 된 여자아이들이에요. 그 아이들은 매일 옷에 맞춰 귀걸이를 하고 나가고, 무척 좋아하죠. 친구들에게도 자랑도 많이 하고요. 아쉽게도 정작 제 아들은 귀걸이에는 관심이 없답니다(웃음).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디자인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아이들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하기 위한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평소 조카들이 좋아했던 하트, 리본, 별, 보석, 작은 동물들 같은 것들을 귀걸이 모양으로 연습장에 많이 그려두고, ‘같이 색칠하자’, ‘이거 오려서 귀에 붙여볼까?’하면서 놀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걸 더 좋아하는지 알게 됐어요. 특히, 토끼 그림 귀걸이는 조카의 특별 주문으로 제작됐는데, 그 토끼 귀걸이가 지금 베스트셀러예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토끼 귀걸이
다양한 디자인이 있어 의상 콘셉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리본이나 하트가 가장 인기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자아이라 처음엔 당연히 핑크, 리본, 보석에서부터 시작했는데요, 의외로 그런 것들보다 토끼, 꿀벌, 무지개 이런 디자인을 더 좋아했어요. 이야깃 거리가 있거나, 친구 같은 느낌이 드는 디자인을 좋아하더라고요.
디자인 과정에선 키즈 패션 착용샷을 서치해 귀걸이가 그 옷에 어울릴 만한지 올려 보면서 컬러와 디자인을 조정하기도 했어요.
아토피인 조카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재료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아이들에게 무해한 재료로 제품을 제작, 완성하기까지 어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엔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원래 거래하던 스티커 제작 인쇄소를 통해 작업하면 되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일반 스티커는 무독성이라 해도 피부에 붙이면 알레르기가 생기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만든 제품이 아이들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면 안 되잖아요. 특히 제 조카는 아토피 피부거든요.
그래서 안전한 의료용 테이프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의료용 테이프로 제작이 가능한 공장을 찾고, 또 귀에 붙인 채로 아이들이 잠이 들 경우, 구겨져서 아이들 얼굴에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말랑말랑한 소재를 찾고, 그 소재 위에 인쇄해줄 인쇄소를 찾아보았는데요, 정말 쉽지 않았어요. 제작해주실 공장 사장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그에 맞게 계속 디자인을 수정하고 하는데 6개월 이상이 걸렸어요. 공장 사장님들이 어려운 작업에 질려서 못하겠다고 하실까 봐 벌벌 떨었죠(웃음). 다행히 제품이 잘 나와서 지금은 중국, 일본 쪽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한 번 붙이면 꽤 오랜 시간 붙어있지만, 접착력이 약해지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리필 테이프도 제작했다.
한 번 붙이면 얼마나 지속되나요?
아이들이 손으로 떼어내지 않으면 2~3일 정도 붙어있어요. 접착제를 쓴 게 아니라 의료용 테이프를 붙여놓은 거라 피지가 올라오면 저절로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떨어지면서 귀에 상처가 나거나 하지도 않아요. 떨어진 귀걸이는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리필 테이프도 만들었는데요, 접착력이 없어진 의료용 테이프 부분만 바꿔 붙여주면 다시 사용할 수 있어요.
더 많은 종류의 귀욤뽀짝 귀걸이 시리즈도 만날 수 있나요?
네, 앞으로도 계절감에 맞게, 또 아이들이 더 좋아할 만한 그림으로 계속 출시할 예정이에요.
스티커 귀걸이 외에 다른 귀염뽀짝 제품 개발 계획도 있으신가요?
‘옛날에 귀걸이를 정말 좋아하는 공주가 있었어요.’로 시작하는 동화책을 만들어보려고 구상 중이에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동화책을 읽으면서 귀걸이도 붙여주고, 동화처럼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도록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빛나는순간(www.instagram.com/ppoza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