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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인터뷰

모든 나이를 아름답게, 누가 입어도 예쁘고 자연스러운 옷

2019-11-25

왜 할머니들의 옷은 그냥 할머니 옷 같을까. 편하면서도 예쁘고 세련될 순 없을까. 할머니들만 입는 그런 옷 말고 좀 다른 옷을 입으시면 훨씬 달라 보일 텐데. 

 

할머니를 좀 더 예쁘게 꾸며드리고 싶은 손주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봤을 거다. 할머니들이 스스로 그런 스타일을 만든 건 아닐 텐데, 패션 취향마저 ‘노인’이라는 사회적 정의에 맞춰진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특별히 할머니를 사랑하는 한 손녀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옷을 입고 즐거워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게 됐다. 평소보다 활기차고 즐거워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본 손녀는 옷이 할머니의 마음을 젊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고 예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모든 세대를 위한 옷 ‘오래’는 세대 구분 없는 패션을 만드는 브랜드다. 

 


 
젊은 세대부터 할머니까지 모든 세대를 위한 옷, 세대 구분 없는 패션을 만드는 브랜드 ‘오래(orae)’의 창립 배경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Beautiful as you are)’는 철학과 ‘지금의 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디자인은 어떤 연령층이 입어도 잘 어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한다. 

 

오래의 심벌 프리지어. ‘영원한 친구’라는 꽃말을 지녔다. 

 

 

신재경 대표는 ‘오래오래 행복하세요’라는 편지글에서 ‘오래’를 따 브랜드명으로 삼았고, ‘영원한 친구’라는 꽃말을 지닌 프리지어를 심벌로 삼아 패션을 통해 나이 상관없이 친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오랜의 룩북 이미지. 오래된 것이 주는 자연스러움의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무보정 필름 사진들을 선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무엇이든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눈길이 가는데, 오래를 처음 보았을 때도 그랬다.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신대표는 오래를 통해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 오래됨이 가진 깊이감을 전하고자 한다.  

 


펀딩을 통해 선보였던 프리지아 자수 지퍼 에코백과 프리지아 자수 이중면 손수건

 

 

오래는 할머니도 입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하면서도, 요즘 세대가 즐겨 입을만한 감성의 제품들을 선보인다. 지난해 펀딩을 통해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쓸 수 있는 커플 아이템으로 프리지어가 수놓아진 손수건과 에코백을 선보인 오래는, 이후 여러 체형 변화를 고려한 ‘봄이오래 원피스’를 자체 제작해 역시 펀딩을 통해 소개했다.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입는 원피스. 할머니와 손녀 모두 같은 사이즈(프리사이즈)를 착용했지만 유니버설 패턴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체형이 다른 손녀와 할머니 모두에게 잘 맞는다. 

 

 

사이즈 연구를 통해 유니버설 패턴 디자인을 개발, 어떤 체형도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원피스는 손이 잘 닿지 않아 불편한 뒷지퍼 대신 앞 단추를 달고, 넉넉한 주머니로 편리함을 더했으며,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겨드랑이 쪽 스티치가 없도록 제작하는 등 실용성을 고려한 디테일로 완성됐다.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입는 오래의 첫 번째 원피스는 할머니와 손녀 사이를 더욱 끈끈하게 하고 함께 하는 순간을 기억에 남길 뿐 아니라, 손녀에게는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할머니에게는 패션을 통한 자신감을 선사해 주목을 받았고, 어떤 나이든 항상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오래인지 블라우스와 하늘색 땡땡이 블라우스. 55부터 77까지 편하게 입을 수 있게 디자인이다. 

 

귀여운 디자인의 하늘색 땡땡이 블라우스가 할머니에게도 잘 어울린다.

 

 

오래의 디자인은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입기에 좋지만, 그렇다고 무난하고 점잖은 것만은 아니다. 자신이 할머니가 되어서도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자 하는 신 대표는 ‘understandable / useful / unique detail’이라는 디자인 철학으로, 원피스를 비롯해 재킷, 블라우스, 가방, 액세서리 등 어떤 연령대가 사용해도 좋은 특별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할머니의 옷장 속 옷들을 새롭게 해석해 디자인한 모던 빈티지 리넨 반팔 재킷 여름오래 자켓

 


복고에서 영감을 받은 앤틱 자수 블라우스. 할머니와 손녀 모두에게 어울린다.  

 

오래헤링 자켓.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오랜시간 함께 할 수 있는 재킷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복고 트렌드도 읽을 수 있다. 복고에서 영감을 받은 옛날 감성을 지니면서도 과하지 않은 디자인은 누가 언제입어도 자연스럽다. 복고 디자인 연구는 할머니의 옷장을 참고로 젊은 세대와 할머니의 취향 모두를 고려해 이루어졌다. 


나이를 먹어서 할머니가 되어도 아름다울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나이와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신 대표가 오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나이 듦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관점과 사회적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옷을 디자인해 나이로 구분 짓는 패션 시장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캐주얼 패션시장을 새롭게 정의하며, 나이를 기준으로 많은 것을 정의하는 사회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 어떤 나이이든,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확산시키는 것이 신 대표가 오래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이다.  

 

아름답고 인자한 미소를 갖고 계셨던 신 대표의 할머니는 손녀가 디자인한 오래를 입으시고 더 밝게 웃으신다. 오래는 어느새 일주년을 맞이했다. 더 많은 할머니들이 당당하게 당신의 아름다움을 즐기실 수 있도록, 세대 구분 없이 모두가 자신의 나이를 사랑할 수 있도록 오래가 오랫동안 다양한 방식의 울림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오래(www.oraes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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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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