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3
② 공존을 위한 비건 패션
윤리적 소비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기 위한 중요한 움직임 중 하나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상품을 구입하는 윤리적 소비에는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옷을 추구하는 비건 패션(vegan fashion)도 포함된다.
모피뿐 아니라 다운, 가죽 등 동물에게서 잔인하게 채취한 원료 사용에 대해 반대하는 비건 패션은 환경과 동물 보호를 위한 움직임일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과 공존을 위한 중요한 방식이다.
비건 패션은 소비를 통해 가치를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으로 인해 하나의 문화가 됐고, 밀레니얼 세대들의 관심을 받으며 에코 및 비건 브랜드의 매출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환경을 지키고 동물을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패션, 공존을 위한 하나의 움직임으로써 비건 패션을 살펴본다.
윤리적 소비를 위한 비건 패션
동물들에게서 가죽이나 털을 채취하는 과정은 자세히 듣거나 보지 않아도 무척 불편하다. 비건 패션은 멋진 옷 한 벌 만들자고 동물들을 잔혹하게 대하는 이러한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반대의 움직임으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에 패션을 붙인 말이다. 동물의 털이나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식물성 소재나 인조 제품 등의 합성 소재 등으로 만든 제품을 ‘비건 패션’이라 일컫는다.
비건은 아니지만 윤리적 소비를 위한 제품들도 있다. 동물의 털을 사용하긴 하지만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동물의 털을 채취해 만든 제품들로, 오리와 거위의 털을 채취하기 위한 사육, 도축 및 다운 생산 과정에서 동물 학대 여부를 확인하고, 기준에 부합된 다운에는 RSD(responsible down standard)라는 인증이 부여된다.
명품 브랜드도 동물 학대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구찌, 아르마니, 랄프로렌, 타미힐피거, 캐빈 클라인, 코치, 샤넬, 베르사체, 버버리, 스텔라맥카트니 등 해외의 유명 브랜드들이 ‘퍼프리(Fur free)’를 선언하고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하는 등, 명품 브랜드들도 퍼프리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패션위크도 모피 제품을 금지했다.
식물성 가죽으로 만들어진 페퍼의 제품. 동물 가죽의 단점을 보완해 실용성을 더했다. (사진출처: www.papperstudio.com)
동물 가죽을 대신하는 식물성 가죽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인조가죽은 가볍고 저렴할 뿐 아니라 다양한 무늬와 색상 표현을 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해 환경에 해를 끼친다. 하지만 자연 소재로 만들어지는 식물성 가죽은 독성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생분해돼 환경친화적이며, 동물을 보호하는 동시에 인체에 안전하고 가격적인 면에서도 저렴해 주목을 받고 있다.
식물성 가죽 중 하나인 한지 가죽은 가죽을 대체하는 훌륭한 소재 중 하나다. 2014년 한원물산이 선보인 한지 가죽은 닥나무 껍질을 활용한 것으로, 동물성 가죽과 비슷한 질감이지만 가죽보다 가볍고 착용감이 좋아 여러 패션 제품에 활용된 바 있다. 한지로 만든 가죽은 질감은 가죽의 느낌이지만 가죽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가방, 파우치 등은 물론 다이어리, 신발 등 다양한 잡화와 의류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파인애플 농장에서 버려지는 파인애플 잎사귀와 줄기를 이용해 만든 피나텍스는 영국의 카르멘 이요사(Carmen Hijosa)에 의해 2014년 만들어졌다. 자연소재를 업사이클링 한 것으로, 사용 후 땅에 묻으면 자연적으로 분해가 돼 환경에도 무해하다. 이 밖에도 버섯으로 만들어진 버섯가죽 마일로(MYLO), 선인장 가죽 데세르토(Desserto) 등, 내구성이 좋고 촉감이 부드러운 동물성 가죽 대체 가죽이 개발, 사용되고 있다.
공존을 실천하는 국내 브랜드
비건 패션이 트렌드가 되면서 해외의 많은 브랜드들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도 환경과 동물에 대한 철학과 뛰어난 디자인으로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비건 브랜드들이 있다.
페퍼는 동물을 해치지 않는 식물성 가죽으로 패션 제품을 만든다. 느낌은 동물성 가죽과 비슷하지만 동물성 가죽보다 사용이 편리하다. (사진출처: www.papperstudio.com)
페퍼
페퍼(PAPPER)는 동물을 해치지 않고 만드는 가죽, 에코백처럼 가볍고 물에 강한 가죽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한 브랜드로, 까다로운 고민을 거쳐 그 답을 나무에서 찾았다. 동물에서 가죽을 얻지 않지만 화학공정을 거치는 제품이나, 친환경 적이긴 하지만 내구성과 실용성이 떨어지는 소재를 배제한 결과다.
페퍼가 사용하는 식물성 가죽은 한지의 주재료인 닥나무의 인피를 사용해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이 친환경적이며, 실제 동물 가죽과 같은 느낌이지만 동물성 가죽의 단점을 보완, 관리가 쉽고 무게가 가벼워 사용이 편리하다. 한지와 닥나무의 효능 중 하나인 항균력도 장점 중 하나. 독특한 디자인으로 패션 피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환경, 실용성, 디자인 세 박자를 두루 갖춘 제품을 선보인다.
할리케이의 한지가죽으로 만든 세미백. 세미백에 사용된 한지가죽은 환경친화적 코팅처리에 무독성 염료를 사용했으며, KC안전인증마크를 획득했다.
할리케이가 새롭게 선보이는 세미백 시리즈. 원두를 담은 후 버려지는 커피자루, 버려지는 청바지와 비건 가죽으로 만든 제품이다.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harlie22)
할리케이
청바지 하나를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자그마치 3,781리터. 평균 3년에 한 번씩 버려지는 이 청바지들을 활용해 화학가공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할리케이(harliek)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업사이클 브랜드다.
청바지를 업사이클한 가방, 액세서리 등의 제품을 선보이다 제품에 사용하던 가죽 소재에 대한 연구를 새롭게 하게 됐고, 재생가죽과 비건가죽을 청바지 업사이클링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할리케이는 자연친화적인 소재인 한지가죽으로 만든 비건가죽 세미백(SAMI BAG)을 펀딩을 통해 선보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버려지는 커피 마대자루와 청바지를 업사이클링해 비건가죽과 믹스매치한 새로운 세미백 시리즈를 출시, 캐주얼한듯하면서도 클래식한 느낌을 완성시켰다.
비건타이거의 로고
비건타이거의 ‘Super Animal Fur’ 시리즈. 사랑하는 동물을 위해 상상하는 동물을 입을 것을 제안한다.
포효하는 맹수의 모습이 담겨있는 비건타이거의 ‘Born to be Wild’ 컬렉션. 동물 관광산업으로 인해 착취당하는 동물들의 해방을 염원하며 디자인됐다. 유명 연예인들의 소장 아이템으로,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컬렉션이다. (사진출처: vegantigerkorea.com)
비건타이거
‘모피동물의 수호자’인 비건타이거는 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비건 패션을 지향하는 비건 패션 브랜드로, ‘동물학대 없는 패션’을 추구한다. ‘cruelty free’라는 슬로건으로 잔혹함이 없는 비건 패션을 제안하며, 모피뿐 아니라 양모, 가죽, 실크, 앙고라, 오리털 및 거위털 등 동물들의 생명을 착취해서 생산된 소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직접 선정한 비동물성 소재로 패션 제품을 만들고, 생산자에게 공정임금을 지불하며, 수익금의 일부는 동물보호 기금 및 환경보호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비건타이거는 동물들의 털을 얻기 위한 잔혹한 행위를 멈추면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낫아워스의 티셔츠. (왼쪽)티셔츠의 가운데에 있는 낫아워스의 로고는 프랑스어로 ‘곰’이라는 뜻을 지닌 ‘OURS(욱스)’의 얼굴로 이루어져 있다. (오른쪽)3년간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농지에서 유기농으로 재배 생산된 유기농 면으로 제작된 티셔츠. 40수 양면의 톡톡한 원단에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 ‘욱스맨’이 된 낫아워스의 캐릭터 ‘욱스’가 그려져있다.
낫아워스는 캐주얼웨어뿐 아니라 클래식하면서도 개성 있는 디자인의 수트, 핸드백 등도 선보인다. (사진출처: thenotours.com)
낫아워스
‘not ours’라는 이름처럼 이 세상 수많은 것들이 우리의 것이 아님을 알리는 낫아워스(NOT OURS)는 동물 착취없는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비건 패션 브랜드다. 개인적으로는 ‘낫아워스’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다른 설명 필요 없이 우리가 멋지고 따뜻하기 위해 입고 두르는 것들이 우리의 것이 아닌 동물들의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NOT OURS’의 ‘OURS’는 ‘우리의 것’이라는 의미 말고도, 프랑스어로 ‘곰(욱스)’라는 의미가 있어, ‘동물의 가죽이나 털로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뜻을 전달한다.
브랜드 네임에는 이뿐만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자원이 우리의 것이 아닌 미래 세대의 자원임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ANIMAL & PVC FREE의 좋은 비동물성 소재로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디자인을 불필요한 재고를 최소화하며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비건 패션은 결국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하기 위한,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이제 우린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깨우치지 않으면 안 되는 단계에 와있다. 더는 그 시기를 늦을 수 없는 지금, 모두의 관심과 노력만이 우리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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