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한문화의 정체성 확립해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장동광 원장

2024-04-04

공예는 ‘쓰임새 있는 아름다운 조형의 한 형식’이라고 정의되어 왔지만 우리는 공예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공예의 새로운 모습을 찾고 우리의 생활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공예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 바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orea Craft & Design Foundation(KCDF), 이하 공진원)이다. 

 

 

 

우리 공예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공예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 나감으로써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전통 공예를 어떻게 느끼고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공진원은 공예, 공공디자인, 전통생활문화의 진흥을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전통과 현대공예문화, 디자인문화, 전통생활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하고 창의적인 기반을 조성,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2023 공예트렌드페어, 코엑스

 

 

공예주간, 공예트렌드페어, 공공디자인페스티벌 등을 개최할 뿐 아니라 행복한 공예교육,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한지분야 육성사업, 한식문화 홍보, 한복문화주간,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 등의 사업을 통해 모두가 일상에서 전통문화와 공공디자인을 느끼고 이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공진원은 장동광 원장이 이끌고 있다. 

 

장동광 원장

 

 

지난해 7월, 제5대 공진원 원장으로 취임한 장동광 원장은 대학에서 미술이론과 비평을 전공하고, 시각예술분야 현장에서 30년 이상을 일해왔다. 문화예술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쌓아온 그가 공진원을 이끌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우리 문화의 정체성 확립’이다. 미래를 위한 한국문화의 원형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그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발빠르게 실천해 나가고 있다. 

 

지난 3월 공진원이 내놓은 새로운 슬로건 ‘일상의 문화를 바꾸는 우리의 미래’는 한문화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며, 공예와 공공디자인, 전통문화 진흥을 담당하는 대표 기관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기관 전체 구성원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장동광 원장의 이러한 목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차이와의 만남’, ‘한국성의 맥’, ‘공예의 미래상’을 의제로, ‘조감(VISION)’, 통섭(CONSILIENCE)’, ‘연계(CONNECT)’를 통해 현대공예, 디자인과 전통생활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공진원 장동광 원장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장동광 원장은1960년생으로, 서울대 공예과 학사, 서울대대학원 미술이론전공 석사를 마치고 홍익대 일반대학원에서 미술비평전공으로 박사를 수료했다. 1989년 갤러리 빙 큐레이터를 시작으로 일민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청주공예비엔날레 초빙큐레이터 및 전시예술총감독, 숙명여자대학교 공예과 겸임교수, 서울대학교미술관 학예연구실장, 한국큐레이터협회 상임부회장, 유리지공예관 학예연구실장, 안양문화예술재단 공공예술부장, 한국도자재단 상임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Q. 2023년 7월 취임하셨다. 


지난해 7월, K-컬처의 뿌리인 공예, 디자인, 전통문화의 진흥과 세계화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진원의 원장으로 부임했습니다. 그동안 문화예술 현장에서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진원을 이끌며 K-컬처의 세계적 확산을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해달라는 바람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내외의 높은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역사적 소명의식을 느끼며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 하고자 합니다.

 

Q. 취임 당시 어떤 목표를 가졌었나.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은.


공진원의 설립목적은 ‘창의적인 공예문화, 디자인문화, 전통생활문화의 확산과 진흥을 통해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입니다. 2000년 4월 밀레니엄 시대의 개막과 함께 재단법인 ‘한국공예문화진흥원’으로 출범하였고, 2010년, ‘한국디자인재단’과 통합하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이름으로 2025년, 25주년을 맞이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를 지나는 나이이고, 앞으로의 5년~20년을 운영할 미래비전과 중장기계획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할 세계는 거대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종의 다양성, 다문화적 사회로 진입 등을 앞두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문제의 인식,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담론 형성에 우리 공진원도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취임 이래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지만, 공예·디자인·전통문화 다양한 사업영역을 아우르는 공진원이 지향해야 할 단 하나의 핵심가치는 바로 ‘한문화 정체성의 확립’입니다. 우리 한국의 원형성들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자라나는 미래세대에 전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자 소명입니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공예의 전통과 더불어, 지금의 현대성과 디자인적 가치를 재정립하여 21세기, 나아가 22세기를 위한 한국문화의 원형성을 모색해 나가야한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는 취임하자마자 공진원의 설립목적 및 비전, 조직 규모와 사업내용, 운영예산 등을 면밀히 재검토하였으며, 단기사업 중심이었던 기관의 구조를 중기적/연구/개발 중심으로 체질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였습니다. 문화예술계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진흥원의 중장기 계획 및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내부 체질개선과 함께 이 대장정을 함께 할 우리 공진원 임직원들에게도 전문성 강화 및 의식변화, 적극적인 자기계발 등을 주문하였으며 사내 독서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독서문화 반나절’제도도 새롭게 도입하였습니다. 사업 명칭에 있어서도 외래어 사용을 지양하고 한글순화주의의 원칙 아래 아름다운 우리말을 발굴하여, 기관의 정체성과 한글의 고유한 가치를 제고했습니다. 공진원을 국내 여타 공공기관 중에서 가장 세련되고 선도적인 기관, 문화예술계의 젊은 인재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문화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Q. ‘일상의 문화를 바꾸는 우리의 미래’라는 새 슬로건이 발표됐다. 어떤 내용인가.


공진원이 추구해야 할 지향점과 역할, 기능을 재정립하고, 기관의 당면 목표를 집약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슬로건이 바로 ‘일상의 문화를 바꾸는 우리의 미래(Our Future that Changes the Culture of Everyday Life)’입니다. 전통문화를 바르게 계승하고 현대공예와 디자인 분야의 창의적 기반을 조성하여 한문화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는 한편, 공예와 공공디자인, 전통문화 진흥을 전담하는 대표 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기관 전체 구성원의 의지를 담았습니다. 또한 우리 구성원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자신 스스로부터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의 반영입니다. 

 

Q. 현재 기관 사업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종식 이후 증가하는 문화부문 향유욕구 증대 및 K컬쳐의 세계적 관심증대 등 대외 문화예술 환경변화에 맞춰 전통과 현대공예, 디자인과 전통생활문화의 재조명, 창의적인 기반조성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차이와의 만남’, ‘한국성의 맥’, ‘공예의 미래상’을 3년간의 연차적 의제로 설정하고, ‘조감(Vision)’, ‘통섭(Consilience)’, ‘연계(Connection’ 라는 3가지 핵심어에 기반하여 사업 실행계획을 새롭게 재편하였습니다.

 

첫 번째 핵심어인 ‘조감’과 관련된 변화입니다. 우선 기존 연구와 학술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공예와 디자인사를 재정립하여, 한국공예 미학의 성찰과 담론에 기여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공예이론가상’ 부문을 신설하고, 올해의 공예상도 ‘금빛마루 공예상’으로 제명하여 상의 권위를 높이고 학술적인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KCDF갤러리는 자체 기획전시 비중을 늘이고, 아카이브 기능을 강화할 것입니다. 문화역서울284 역시 학예연구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한복, 한지, 공공디자인 분야 다양한 토론회와 학술 포럼을 열어 문화예술 담론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현재 격월간지로 발행되고 있는 <공예+디자인>의 제호를 <공예문화>로 바꾸고 영문을 병기한 특집란을 개설하여 영국의 <CRAFTS>, 미국의 <American Craft> 등 해외 유수의 공예지에 견주어 뒤지지 않는 수준의 공예전문지로 만들겠습니다. 

 

전통문화축제 오늘전통, 문화역서울284

 

 

두 번째 핵심어는 ‘통섭’입니다. 큰 줄기(통)를 잡다(섭), 즉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공예문화와 공공디자인, 전통문화라는 기관의 세 가지 핵심 사업영역을 서로 융복합하여 새로운 문화예술적 가치를 만들겠습니다. 우선 내년 개장 100주년을 맞는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를 기반으로 미술과 디자인, 건축과 패션 장르를 통합하는 기획을 통해, 동시대 한국성에 관한 문화적, 예술적 시대정신을 선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9주년을 맞이하는 ‘공예트렌드페어’는 주제전과 부스 구성을 재구조화하고, 국내외 공예 전문갤러리 초청, 공예애호가 특강을 강화하는 등 면모를 일신할 예정입니다. 매년 설날을 기점으로 공진원이 열고 있는 전통생활문화축제 ‘오늘전통’은 전시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공예와 디자인의 연계성을 더욱 강화하여 진행할 것입니다. 

 

한복문화해외교류 한복패션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끝으로 세 번째 핵심어인 ‘연계’ 부분입니다. 연결과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나아가 아시아, 유럽 등에 K컬처 해외 주요 거점을 구축하고, 진출을 지원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매년 진행되고 있는 밀라노 한국공예전 규모를 확대하고, 중동의 거점 두바이에서는 공예 상설홍보관을 운영합니다. 하계올림픽을 맞아 파리 디자인위크 팝업전시 및 연계 한복패션쇼를 진행하고, 다문화 도시인 호주 시드니와 올림픽 개최지인 파리에서 한식문화 홍보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2023 공공디자인페스티벌, 부산 외 전국 160여곳 거점

 

 

전국 단위로 전개되고 있는 행사인 ‘공공디자인페스티벌’과 ‘공예주간’, ‘한복문화주간’ 등의 행사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 차원의 창작기반을 확충하고, 현재 전국 7곳에서 운영중인 공예창작지원센터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릴 한복상점, 한지문화산업 육성의 거점인 북촌의 ‘한지가헌’ 등을 활용하여 생산과 향유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서울문화재단과의 '문화예술 진흥과 융복합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Q. 최근 서울문화재단과의 ‘문화예술 진흥과 융복합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이 이루어졌다. 다른 문화예술기관과 협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기관 간 업무협약을 한다면 실적이나 평가를 위한 보여주기식 협약을 넘어 양 기관 사업에 실효적인 도움이 되고,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에 맺은 서울문화재단과의 업무협약은 작년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전시를 함께 성공적으로 치르며 쌓인 상호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체결되었습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예술과 첨단기술의 융복합을 보여주는 디지털 기반 미디어아트의 장을 올해 말 새롭게 선보일 계획입니다. 작년에는 부임 이래 처음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제가 평소 미래세대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공감하였기에 성사된 협약입니다.  

 

현재 문화예술기관 뿐 아니라 기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내, 외부 관계자들과 유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공진원이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이고 국민과의 관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긴 하지만, 문화예술계 내부 관계자들과의 우호적인 협업관계 구축 역시 지속가능한 경영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공공의 목적달성을 위해 내부적으로 우리 공진원을 후원할 수 있는 그룹을 조성해야 하고, 이 후원 그룹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장기적인 발전의 토대가 되는 네트워크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저는 두 개의 트랙을 가지고 공진원의 미래를 고민해 나가고 있습니다. 전 국민을 포함하여 공예, 디자인, 전통문화 관련 인사들과 함께 나아가는 길, 그리고 내부적으로 정부조직으로서 문화예술계 기관장 및 후원그룹과 상생을 모색하는 길입니다. 이 두 가지 트랙을 잘 조율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는.

 

재임기간 동안 ‘글로벌 공예·디자인문화진흥기관으로서의 위상강화’에 진력하겠습니다. 구체적 추진목표로 첫째, 조직구성에 있어서 목적지향성으로의 변모, 둘째, 대중과 교감하는 공예문화, 디자인문화의 공공적 협업과 연계, 셋째, 공진원의 이름에 걸맞는 학구적 연구기능 강화와 국제적 네트워킹의 중심기지 구축에 두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근미래에 먼저 시도하고 싶은 것은 ‘국제공예콜로키움’입니다. 전 세계 유명한 철학자, 공예 디자이너, 영화감독, 소설가 등을 망라해서 “당신이 생각하는 공예의 미래상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연속 강연을 진행하고 이를 출판물로도 발간하여 우리 시대의 철학적 담론을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또 문화예술 공공기관을 이끌며 ‘당대의 문화적 시대정신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자답하곤 합니다. 만약 오늘, 누군가 저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문화란 ‘바람과 같고, 물과 같고, 어느 날 정오에 비치는 봄날의 햇살 같은 것’ 이라 답하겠습니다. 문화란 그림자도 자취도 없어서 흔히들 그 존재성을 망각하지만, 우리를 숨 쉬게 하고, 젖어 들게 하고,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동시대 정신의 창인 것입니다. 저와 공진원 모든 임직원들은 이러한 문화의 힘으로, 문화를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공예문화·디자인문화·전통생활문화를 진흥하는 공공적이고 지속가능한 수행기관의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공진원
 

facebook twitter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진원 #새슬로건발표 #KCDF #공예 #전통 #전통문화계승 #우리공예 #공예의미래 #장동광원장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