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2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의 가능성 모색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수 세기 동안 전 세계의 순례자들과 여행자들에게 영감을 주어왔다. 이 길은 단순히 종교적 목적을 넘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역사가 만나는 길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도 이러한 ‘산티아고 순례길’과 유사한 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동서트레일’이다. 이 새로운 길은 한국의 문화적, 자연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여행자들에게 심리적 휴식과 삶의 성찰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동서트레일의 의미와 배경>
산림청은 지난 9월 19일 "2026년까지 충남 태안군에서 경북 울진군까지 한반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길이 849㎞(55개 구간)의 동서트레일을 조성 중"이라고 밝혔다.
‘동서트레일’은 한국의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대한민국의 지리적 양극을 잇는 트레일로 구상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다채로운 자연경관과 지역사회를 엮어내어, 순례길과 같은 정신적·신체적 여정을 경험할 수 있는 길로 계획되고 있다. 이 길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닌, 걷는 이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서트레일이 단순한 도보여행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한국의 고유한 자연환경과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산과 바다, 강과 호수를 거치는 이 길은 그 자체로 한국의 지형적 다양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끌어들이는 데에도 그 목적이 있다. 즉,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체험하며 한반도의 동서 문화를 교차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동서트레일 서쪽구간 개통식 걷기행사 포스터
<자연과 인간의 융합: 동서트레일의 비전>
동서트레일은 기존의 도시 중심 관광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여행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치유 여행의 개념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은 도시의 번잡함과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진정한 자유와 고요를 찾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동서트레일은 이러한 현대인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서, 자연과 인간의 융합을 추구한다.
동서트레일은 5개 시·도, 21개 시·군, 87개 읍·면, 239개 마을을 통과한다. 경북 구간이 275㎞로 가장 길고 충남 261㎞, 충북 231㎞, 대전 53㎞, 세종 29㎞ 등이다.
이 길은 국립공원, 자연휴양림, 역사적 유적지 등을 경유하면서 다양한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도보 여행자들은 한국의 풍부한 생태계와 자연을 만끽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전통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동서트레일을 중심으로 생태관광, 문화관광 등의 형태로 다양한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이는 지방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그 길을 걷고 서로 교류하며, 그 길 위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동서트레일 또한 국내외 여행자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이 길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자연을 융합시키는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동서트레일은 5개 시·도, 21개 시·군, 87개 읍·면, 239개 마을을 통과한다.
<도전 과제와 해결 방안>
하지만 동서트레일의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도전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먼저, 이 길의 인프라 구축과 유지 관리가 중요한 이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경우, 오랜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길이지만, 동서트레일은 인위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는 상당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지속 가능한 운영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동서트레일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종교적 의미를 바탕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서트레일은 그러한 종교적 배경이 없는 만큼, 다른 차별화된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적인 자연 사상인 풍수지리나 산신 신앙, 불교 문화 등과 연결시켜 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동서트레일과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트레일이 지나는 지역의 전통적인 마을이나 문화재, 그리고 자연 경관을 활용하여 각 구간마다 독특한 테마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테마는 도보 여행자들에게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그 길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과 경험을 얻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속리산 둘레길
<지역 사회와의 협력이 필수>
동서트레일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지역 사회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트레일이 지나는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을 통해,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린 관광 자원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도보 여행자를 위한 숙박 시설과 같은 인프라 구축을 넘어서, 그 지역의 전통 문화와 자연을 보전하고 이를 관광객들과 공유하는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
동서트레일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이는 단순히 걷는 길을 넘어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 사회가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태안군 안면도
<한국의 자연, 인간, 문화가 융합되는 새로운 상징 될 것>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로 구상되고 있는 동서트레일은 그 잠재력이 매우 크다. 한국의 풍부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기반으로 한 이 트레일은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휴식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동서트레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지역 사회와의 협력, 지속 가능한 운영 방안이 필수적이지만, 이러한 도전 과제를 극복한다면 한국의 대표적인 도보 여행 코스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동서트레일은 한국의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화가 융합되는 새로운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디터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사진출처_ 산림청,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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