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5
디자이너에서 갤러리 관장으로, 이제 작가로 변신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여홍구 작가는 수묵을 통해 산을 그리고 있다. 단순한 산의 형태가 아닌, 산이 전하는 원초적 에너지를 담아내고 있는 그는 설악산의 분위기를 그린다.
설악산만이 지닌 특별한 힘과 감성을 수묵을 통해 전하고 있는 여홍구 작가의 설악산을 주제로 한 3번째 개인전이 9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홍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설악단상’으로, 지난 2월 열렸던 개인전의 뒤를 잇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설악단상’이라는 제목처럼 이번 전시에서 여홍구 작가는 설악에 대한 순간적인 생각들을 수묵으로 표현한다. “객관적 사실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설악산이라는 대상에 대한 불현듯 스치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시각적이든 심상적이든 크게 와 닿는 하나의 순간을 표현하는 것이지요. 좀 더 냉철하게 대상을 견제하고 숙고해가면서 흥을 버리지 않는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Fragments of Mt. Seorak
그가 설악산을 선택한 것은 설악산만이 가지고 있는 정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려했다. “설악산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정기 같은 것들을 유독 깊이 느껴왔습니다.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지요.”
이번 전시에서 여홍구 작가는 색을 쓰지 않고 오직 먹과 물로만 작품을 완성했다. “색을 쓰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수묵으로만 작업을 한 이유는 먹에는 삼라만상의 모든 색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수묵에서도 푸른 빛, 갈색 빛 등 다양한 색을 볼 수 있지요. 물의 기운을 함께 융합 시켜 물의 에너지와 설악산의 원초적 기운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Fragments of Mt. Seorak
그의 이번 작품에서는 공룡능선, 큰새봉, 울산바위 등 설악산에서 볼 수 있는 풍경과 함께 그 장소가 지닌 느낌과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형태적인 특징을 표현해 분위기를 통해 어떤 곳인지 추측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면서도 산에서 느껴지는 힘찬 감정을 함께 표현하는 것이 이번 작품들의 특징입니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느낌을 전하면서도 그곳이 어디인지를 추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성숙한 분위기를 담아 내기 위해 추상적인 힘에 표현주의적 기법을 더해 지적논리의 표현과 원초적 에너지의 경계를 스릴 있게 넘나들며 작업에 임했습니다. 마치 로데오 경기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황소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듯한 느낌이랄까요(웃음).”
그의 추상적 표현 속에서는 수묵이 지닌 먹의 선 또한 느낄 수 있다. 절제된 선, 미니멀리즘적 선들은 그가 과거부터 수없이 해왔던 수묵 인체 드로잉을 통해 쌓아온 그만의 노하우이기도 하다. 향산 이대일 명지대 명예교수는 여홍구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여홍구 작가의 산수화는 진정한 몸의 그림이다. 산수가 몸이고 몸이 산수다”라고 평했다.
Fragments of Mt. Seorak
설악산에서 느껴지는 신비감을 표현하기 위해 붓을 잡고 춤을 추듯 그림을 그리는 여홍구 작가는 배접부터 먹을 가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소화해낸다. 이러한 작업 과정에 대해 그는 “도를 닦는 과정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그의 작업들은 소품인 15호부터 대형작품인 80호 크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들로 이루어지며, 약 35점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여홍구 작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행동과 몸짓을 통해 표현하는 조형적 요소들을 통해 성숙한 작품세계를 전할 이번 전시는 여홍구 작가의 작품세계에 큰 기점이 될 것이다. 관람시간은 11시부터 6시이며, 월요일은 휴무다.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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