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1
- 쉬는 날만 늘리는 사회, 그 뒤에 숨은 기업 경쟁력 하락과 위기
대한민국은 과거 경제 성장을 이룩하며 ‘한강의 기적’이라는 주목을 받았다. 그 성장의 주역 중 하나였던 디자인 산업 역시 한국의 제조업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디자인 업계는 그 성장 동력을 잃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의 뒤에는 ‘일을 덜 하려는’ 분위기와 ‘쉬는 날 늘리기’라는 인식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주 4.5일제 도입 논의까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디자인 산업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더 적게 일하고 많이 쉬는 것이 좋은 삶"이라는 인식은 디자인 분야의 창의성과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분위기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디자인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더 적게 일하고 많이 쉬는 것이 좋은 삶"이라는 인식은 디자인 분야의 창의성과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쉬는 날의 증가와 디자인 산업 경쟁력의 둔화>
우리나라 경제 둔화는 단순한 글로벌 경제 상황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주 5일제 도입 이후, 디자인 산업을 포함한 창의적 업종에서도 생산성과 혁신이 둔화되었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대체 휴무, 공휴일, 그리고 연차휴가 제도가 점점 더 강화되면서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을 더 많이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창의적인 작업은 특히 많은 시간을 들여야 성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단순히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혁신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디자인 산업은 단순한 노동 이상의 창의성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의 '더 적게 일하고 많이 쉬기' 문화는 디자인 작업의 특성과 맞지 않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쉬는 시간에서 오는 영감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도한 휴식은 오히려 몰입과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 특히 프로젝트 중심의 디자인 업무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야 하는데, 지속적인 휴식 문화는 이 같은 속도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디자인 경쟁력 약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디자인 산업은 더 이상 '쉬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디자인은 빠르고 효율적인 생산성을 자랑하며 국제 시장에서의 위치를 굳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베트남 등 신흥 디자인 강국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과 달리 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 혁신적인 디자인 제품과 솔루션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한국 디자인 업계가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일 적게 하고 많이 쉬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고객이 요구하는 프로젝트를 적시에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 자리를 해외 경쟁업체들이 빠르게 채울 것이고, 이는 곧 한국 디자인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일 적게 하고 많이 쉬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싸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디자인 산업의 구조적 문제>
디자인 산업은 창의성과 혁신에 의존하는 만큼, 지속적인 자기 계발과 트렌드 분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주 4.5일제 도입이나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제도가 강력히 논의되는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은 스스로의 역량 강화를 위한 시간마저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디자인 작업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국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
특히 한국 디자인 산업은 중소규모의 전문회사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 디자이너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구조에서 '더 적게 일하고 많이 쉬기'를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디자이너 개개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적절한 휴식은 창의성과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휴식과 일을 적절히 조율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고, 지나치게 휴식만을 강조하는 것은 대한민국 디자인 산업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디자인 산업은 창의적인 사고와 집약적인 작업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단순히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디자이너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몰입의 시간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휴식과 일의 균형을 맞추되,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 디자인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디자이너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몰입의 시간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제언>
결국 대한민국 디자인 산업이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쉬는 날'과 '일하는 날'의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나친 휴식만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디자인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우리는 "일을 적게 하고 많이 쉬는 것이 좋은 삶"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넘어서, 일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자이너와 기업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한국 디자인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다시금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 아니라, 더 나은 성과를 통해 사회적 기여와 개인의 성취를 이루는 대한민국 디자인 산업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디터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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