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1
독특한 상상력과 특유의 위트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 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berg)의 전시가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현대카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카 로텐버그는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에서 주목을 받았다. 영상을 주 매체로 설치,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는 신유물론 및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물질적 관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재료와 과정, 노동의 가치, 자연과 사람, 신체와 기계의 관계, 자본주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의 불합리함 등 동시대 삶의 조건에 대해 탐색한다.
미카 로텐버그 (이미지 제공: 현대카드)
이번 전시 ‘NoNoseKnows’는 국내에서 최초로 열리는 미카 로텐버그의 개인전으로, 20여 년간 작업해온 대표 영상들과 신체의 일부를 표현한 조각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두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은 인간의 신체를 통해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의 부조리를 담아낸 키네틱 조각과 설치 작업을 위주로 선보인다.
<Sneeze>는 재채기로 물건을 생산해내는 장면이 연출된다. 재채기를 하면 앞에 높인 테이블에 생산물이 생긴다. 비자발적인 행위인 재채기를 통해 물건을 생산해내는 모습은 기이한 생산 과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작가는 비자발적인 행위 속 노동자의 모습을 나타내면서 생산과 자원의 가치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벽면에 설치된 신체의 일부 역시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Ponytail>은 말총 모양으로 묶은 머리가 반복적으로 같은 동작을 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실제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신체에서 분리되어 반복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신체의 일부가 아닌 노동수단으로 기능하는 신체를 표현한 것이다.
<Ponytail> (이미지 제공: 현대카드)
<Mary’s Cherries>는 작가의 석사 졸업 작품으로 여성들의 기이한 노동을 통해 생산구조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드러낸 작품으로, 여성의 생식능력, 육체적 노동을 상징하는 풍만한 신체를 가진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 여성들이 손톱으로 체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단순 생산자로 전락한 여성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중국의 진주공장과 뉴욕의 사무실 장면이 교차하는 <NoNoseKnows>는 세계화된 생산 시스템 속노동착취적 구조와 불합리한 구조를 보여준다. 영상 속 여성은 재채기를 통해 생산물을 만들어내며, 재채기하는 코는 노동자를 상징한다. 여성, 노동, 신체, 경제 시스템 등 익숙한 사회적 구조를 엮어 부조리한 현실의 모습을 나타냈다.
<NoNoseKnows> 스틸 이미지 (이미지 제공: 현대카드)
<with salad>는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관람객은 작품의 손잡이를 돌림으로써 샐러드 생산라인에 참여하게 된다. 건강한 재료를 생산하지만 신체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이 작품은 부정적인 생산과정을 드러낸다.
<with salad>
<Lampshare>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버섯 모양의 조명이다. 최근 환경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작가는 폐플라스틱과 덩굴들을 활용해 조명을 만들었다. 폐플라스틱과 덩굴의 사용을 통해 자연의 이치와 공동체적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환경적 문제와 더불어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인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전시 전경
현대카드 스토리지의 상징적인 공간인 계단부 천장에는 영상작품 <Untitled Celling Projection>이 설치되어 있다. 색색의 전구를 깨고 있는 영상은 유리천장을 깨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노동구조 속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시 전경
<Untitled Celling Projection> (이미지 제공: 현대카드)
지하 공간에서는 두 가지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한쪽엔 동굴 입구가 설치되어 있다. 이 안에서는 지하터널로 비밀스럽게 상품을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제품 생산 및 유통 과정을 독특한 화면구성으로 담아낸 작품 <Cosmic Generator>가 상영된다. <Spaghetti Blockchain>은 후기 자본주의의 복잡한 생산 모습을 스파게티가 얽힌 모습에 빗댄 작품으로, 복잡해진 사회구조를 시사하고 있다.
<Spaghetti Blockchain> (이미지 제공: 현대카드)
상상의 세계와 현실을 넘나들며 감각적으로 사회 이면 속 불합리한 상황을 드러내고자 하는 미카 로텐버그의 이번 전시는 2025년 3월 2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이며 현대카드로 결제 시 20% 할인이 적용된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48 B2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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