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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서교육십西橋六十 2008: 취향의 전쟁

2008-02-26


‘홍대 앞’의 새로운 지역적 • 문화적 랜드마크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상마당’이 확고한 자리매김을 할 태세다. 바로 신예작가 60여 명의 작품을 초대, 전시하는 상상마당의 첫 기획 그룹 전 <서교육십 西橋六十 2008: 취향의 전쟁the battle of taste(이하 ‘서교육십 2008’)> 을 야심 차게 연 것.

주제 The Battle of Taste는 이미지가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시각예술가로 살아가는 작가들의 치열한 취향의 전쟁이자 싸움을 의미하는 한편, 광고 이미지와 이벤트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독특한 홍대 앞 문화를 선도해오던 시각예술가들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예술적 순수성을 지켜내고자 하는 그들의 힘겨운 격돌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술 신의 조명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손동현, 백승우, 성낙희, 조훈 등 ‘뜨는’ 아티스트를 비롯해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제각각 다른 취향을 가진 작가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이 ‘전쟁터’는 작게는 홍대 앞을, 넓게는 지금 이 시대를 지시하는 색다른 모자이크가 될 것이다.

자료제공 | 상상마당 박소현 큐레이터



<서교육십 2008> 은 홍대 앞으로 불리는 서교동에 자리한 ‘상상마당’에서 펼쳐지는 60인의 신예미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축제이자 난장亂場이다. 21세기 동아시아의 가장 눈부신 문화적 성취는 현대미술의 정착과 세계화라고 할 수 있다. 소위 문화의 허브를 자칭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현대미술이 경쟁하고 화합하는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여 한국 젊은이 문화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술문화특구로서 서교동 홍대 앞은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의 장이자 많은 문화예술가들이 주목하는 곳이다.

<서교육십2008> 은 미래의 한국 현대미술계를 풍요롭고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젊은 미술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정신과 비전을 가늠해보는 미술축제로 준비하였다. 또한 <서교육십2008> 은 2000년대 들어서 확대된 미술시장의 외연과 내적 운동의 활성화의 결과 나타나는 스타작가 중심의 개인전과 국내와 해외의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나타나는 보편적이며 국제적인 비엔날레 형식의 미술행사들에서 담아내기 어려운 내일의 현대미술의 독특한 비전과 가능태를 확인하는 미술전시의 새로운 역할모델의 형식을 제시하고자 한다.

협의의 주제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현재 시점에 앞서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가장 생산적이며 창의적인 시기에 기획하였던 새로운 젊은 미술가들의 모험과 열정을 함께 모았던 이미지의 난장을 새로운 비전과 형식으로 <서교육십2008> 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재연하고자 한다. 젊은 미술가들의 관심과 열정을 담아내는 미술축제의 이러한 시도는 유의미하다고 여겨진다.

요컨대 <서교육십2008> 이 지향하는 기획과 취미의 방향은 무언가 지금까지 우리의 안과 밖에서 벌어졌던 현상들에 대한 대답이자 응전을 향한다. 이는 다수의 신예미술가들의 감성과 표현들의 힘과 흐름이 한 장소에 모여 소용돌이치며 격돌하는 가운데 이러한 의식적-무의식적 활동이 만들어내는 어떤 평균적인 아니 보편적인 형상(Figure)을 찾으려는 시도가 될 것이다.

글 | 김노암 디렉터



1부 ‘형상의 밖’에서는 한국의 평균적인 삶의 조건과 교육 과정을 통과해온, 그러나 거기서 나아가 사회와 세계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생하려는 작가와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의 관계를 표현하고자 한다.

전시장의 안과 밖에서, 그리고 전시형식과 연출의 안과 밖에서 전통적인 작가와 관객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이를 해석하는 문제와, 예술의 안과 예술의 밖의 관계를 드러내려는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는 따라서 자신의 내부로 침잠하면서 동시에 한 사회외 일원이자 일정한 계급과 계층에 속하고 일탈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수 많은 미술가들이 집중해온 미적 형이상학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형상’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객관화해 가는 지를 잠시 노출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몇몇 작가들의 작업들에서는 내부와 외부, 자신과 타자, 예술의 밖과 예술의 안에 엮여있는 관계들에 주목하고 그 관계를 재편성하거나, 잘 짜여진 그 구보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시도들이 보여진다.

이상과 현실이 뒤섞여 그 안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정체성의 틈에 침투하려는 백승우의 사진 작업이나, 한 장소의 소소한 사건을 표지판에 기록하여 일상을 폭로하는 김나음의 작업, 자신의 작품인 차를 폐기하는 변형과정에 관객을 참여시키고자 오프닝 파티를 여는 알렉산드레 말타의 비디오 작업, 낡고 오래된 도서관 책들을 재배열하여 그 제목으로 시를 짓고 의미를 생성시키는 오재우의 작업, 자동차로 변형된 핸드폰이 관객의 전화에 반응하여 달리며 새로운 소통의 관계를 모색하는 최문석의 작업, 그리고 LED 전광판을 매고 지하철 등 도심의 이동공간에서 사람들이 보내는 문자를 광고하는 이동현의 작업 또한 공공의 장소에 사적인 흔적을 남기며 공간과 사람들의 관계에 틈을 만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을 작품 속에서 그대로 드러내어 예술의 형식으로 이용하는 작가들도 있다. 김지민은 수백 개의 상표들을 하나하나 엮어서 상표 본래의 의미를 지우고 하나의 완성된 구성 작품으로 형상화 한다. 조훈은 매춘 전단지의 상품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조각으로 표현하여 일회성과 욕망과 대상화라는 소비사회의 속성들을 예술의 매끄러운 표면으로 덮어낸다. 김현준은 폐박스를 이용하여 소비사회의 욕망의 대상물인 상품들로 재형성한다. 종이박스 본래에 있던 상표들은 새로이 구성된 예술작품에 자리잡아 아이러니한 풍경을 만든다. 안가영은 파편화된 도시의 이미지를 담아내며, 허나래는 행복한 가정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주입되어 있음을 잡지 광고로 포장된 가정의 모습으로 나타낸다. 또 선무는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에서 탈출하여 자본주의 사회에 자리잡아 살아가는 그는 대비와 혼란을 회화로 표현하고 있다.


전통적인 동양화의 화법으로 현대적인 이슈들을 표현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들도 눈에 띈다. 만화의 캐릭터 등 대중 문화의 이미지를 섬세한 동양화로 표현하는 손동현을 비롯하여, 임신한 여고생을 그리는 장지윤, 핸드폰 안의 신풍속도를 그리는 이인화, 그리고 이미라, 유갑규, 신유정 등이 매체특징적으로 고정화된 예술의 화법을 환기시키며 신선한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삶과 기억의 한 부분을 추출해 의미를 부여하는 김시원이나 이를 영상의 시퀀스 편집으로 나타내는 안정주 이외에도, 김민준, 소야, 김지은, 김진기, 이정웅, 이진혁, 지선경, 최윤석, 하용주 등 다양한 깊이와 색을 보여주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이 소개된다.

감각적 경험을 언어로 바꾸는 어려움 때문에, 전시 작품을 말로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1부 전시의 여느 작품들은 표현 가능한 언어와 형상의 갭이 기존의 미술작품들에 비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들이 자신과 타자, 사회의 관계를 현재의 삶 속에서 면밀히 관찰하고, 그 안에서 추출된 삶과 예술을 분리시키니 않은 채 연장선을 그으면 작업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이러한 지성적 예술활동이 미술품이 상품가치로 환원되는 현재 미술시장의 활황 속에서도 온전히 지속되어 가기를 기원한다.

글 | 박소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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