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8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내 눈물 모아', ‘시련’ 등의 명곡과 영화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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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공주>
등의 OST 작업으로 유명한 뮤지션 정재형이 국내에서 6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지난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성황리에 열렸던 이번 콘서트는 연주, 음향, 조명 등이 완벽에 가깝게 어우러진 공연이었는데 특히 사운드의 강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주되는 ‘미디어 아트’를 도입해 말 그대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취재 | 이상현 기자 (shlee@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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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이 국내에서 6년 만에 가진 이번 단독 콘서트는 한마디로 ‘밥이 맛있는 밥상’이었다. 하릴없는 눈요기거리가 푸닥거리는 여느 콘서트들과의 비교를 차치하고서라도, 음악이 그 중심을 굳건히 지킨 정재형의 공연은 분명 근래에 보기 드문 ‘좋은 콘서트’였다. 첼로와 바이올린, 전자기타와 신시사이저 등으로 단출하게 구성된 세션들은 마치 이어폰을 꼽고 레코드 디스크를 듣듯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선사했다. 이에 관객들은 야광 봉을 흔들며 ‘오빠’를 외치는 대신, 음악 ‘감상’에 젖어 자주 눈을 감았다. 누구는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걸쳤다는데, 완벽주의자라는 별명 그대로 정재형은 콘서트 전체를 기획하고 조율하며 푸지고 기품 있는 만찬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가 기본기에 충실해 차려낸 밥상에는 특별한 반찬이 추가되어 색다름을 더했다. 현대 미술의 한 갈래로 국한되었던 ‘미디어 아트’를 적극 도입, 새로운 무대 미술을 연출했던 것이다. “위축된 공연계를 살리기 위해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정재형의 의지를 담아, 페르마(perma)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이번 미디어 아트 작품들은 음악과 절묘한 호흡을 맞추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클래식을 기본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이 더해지는 정재형 음악의 ‘내적 필연성’에 근거, 디지털 기술을 통해 비주얼라이징된 영상들은 단순히 무대의 뒷배경이 아니라 공연의 심상을 배가시키는 증폭제였던 것이다. 이를테면 생경하지만 씹을수록 새로운 맛이 느껴지고 밥맛을 돋우는 맛깔 난 반찬이었다고나 할까.
이번 공연을 통해 팀 페르마가 선보인 미디어 아트는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무대 옆 부스에서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송출하는 형식이었다. 기존 VJ들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지를 ‘믹싱’하는 차원이라면, 이들은 툴을 이용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작가만의 특화된 이미지를 ‘생산’해낸다(미디어 아트 작가들은 쉽게 말해 개발자이자 디자이너인 셈). 사운드의 스펙트럼에 반응해 영상이 변주되는 신기한 기술이 가능한 것도, 현장에서 자유자재로 실시간 오퍼레이션해 음악과의 완벽한 ‘합’을 자랑하는 것도 바로 기술 중심의 매체 특성이 가져다 준 결과다.
갤러리를 통해 ‘유통’되었던 미디어 아트는 현재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광고, 무용, 콘서트, 어린이 교육 등에 활용되며 진정한 ‘인터렉티브 미디어’로서 대중에 한발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중이다. 특히 기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는 구현해낼 수 없는 독보적인 이미지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여기’가 아닌 ‘저 너머’, 새로운 시공간에 발을 붙인 듯 기묘한 심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접목할 수 있는 장르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자기 복제를 거부하고, 새로운 음악과의 조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뮤지션 정재형은, 미디어 아트를 콘서트에 접목시킨 실험으로 그 가능성을 대중에 알리며 아티스트로서 또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