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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또 치열하게, HoUSE of CoLLECTIoNS

2015-12-18

 

 

해방촌에 자리한 스튜디오를 향하는 길은 거칠었다. 오르막길도 그랬지만 눈발도 날리고 바람도 찼다. 해도 이미 저물어 어둑어둑했지만 오히려 기분은 업(up)됐다. 살짝 노리끼리한 빛이 도는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이야기 시작 전부터 마냥 앉아있고 싶은 기분을 갖게 했다. 여기는 젊은 세 여성으로 구성된 디자인그룹 ‘HoUSE of CoLLECTIoNS’의 스튜디오다. 

 

에디터 | 최유진(http://yjchoi@jungle.co.kr)

사진제공 | HoUSE of CoLLECTIoNS(http://www.houseofcollections.com)

 

HoUSE of CoLLECTIoNS는 세 여성이 멤버인 디자인 그룹이다. 서울, 정확히는 스튜디오를 베이스로 뉴욕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욕에서 만난 이들은 함께 디자인과 예술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함께 한 시간은 이미 오래지만 HoUSE of CoLLECTIoNS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올해 초다.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파릇파릇한 새내기 디자인 그룹인 셈이다. 부지런히 그룹의 프로젝트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이들은 디자이너 패션브랜드 bpb 룩북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자유로움을 선보였다. 

 

bpb 룩북 작업은 HoUSE of CoLLECTIoNS가 추구하는 재미와 자유로움, 그리고 bpb라는 브랜드의 신제품 콘셉트가 완벽하게 잘 맞아떨어진 찰떡궁합의 작업이었다. 자유롭게 꾸밀 공간과 그래픽적 요소, 또 이들이 즐기는 ‘파티’가 있어 주저하지 않고 작업에 응했다.

 

HoUSE of CoLLECTIoNS는 평소 해오던 작업 스타일대로 자유롭게 촬영 세트디자인을 하고 편집디자인을 하면서 브랜드의 디자인 콘셉트와 자신들의 색을 마음껏 드러냈다.    

 

HoUSE of CoLLECTIoNS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완성된 bpb 룩북 프로젝트

 

HoUSE of CoLLECTIoNS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완성된 bpb 룩북 프로젝트

 

 

디자인, 페인팅, 설치미술의 만남


HoUSE of CoLLECTIoNS는 미술의 총집합체라 할 수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JORIE(조정미), 페인팅을 전공한 C.NA(이지나), 설치작업을 하는 TIAA(홍지연)가 모여 각자 가장 잘 하는 부분을 작업한다. 하지만 어느 누가 어떠한 일을 할지, 일정한 규칙이나 틀은 없다.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할 때까지 모든 과정은 자유롭게 진행된다. 

 

모든 작업은 방향을 세운 후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하면서 구체화된다. 뼈대 위에 살을 붙여가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덩어리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떼어내듯이 말이다. 자유롭고 넓게 흐름을 타는 것이 이들의 작업방식이다. 

 

전공이 제각각인 이들이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각각의 멤버가 갖고 있는 공통된 관심사 때문이다.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형태만이 예술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되는 물건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 이벤트적인 요소들이나 인테리어 소품 같은, 생활 속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예술을 만들어보자 한 것이 HoUSE of CoLLECTIoNS가 만들어진 계기가 됐고 멤버들은 각자의 작업을 통해 다양한 얼굴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게 됐다.

 

Timeless SALON

〈Timeless SALON “Woman”〉, Mixed media

 

 

수집과 공간


HoUSE of CoLLECTIoNS라는 이름도 일상 속 수집에 대한 이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공간을 꾸미는 설치작업을 해왔던 TIAA는 집의 남는 방에 자신이 작업하거나 수집한 물건들을 전시하고 방의 이름을 House of Collections라 붙였다. 함께 작업하는 것이 좋아 그 방을 작업실 삼아 모인 이들은 일상 속 사물, 물건을 수집하는 것, 그리고 공간을 꾸미는 것을 공통점으로 삼고 방의 이름을 그룹의 이름으로 정했다. 

 

TIAA는 예술과 공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뉴욕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벽지, 가구, 심지어 휴지걸이까지 사물을 직접 만들고 전시를 하고 공간을 꾸몄다. 머물렀던 이들이 남긴 흔적들이 작품이 되기도 했다. 

 

공통관심사를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작업방식은 이들의 작업을 확장시킬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반드시 한번쯤은 이들을 혼란과 직면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별한 룰이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는 항상 혼돈에서 시작되지만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고, 마침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 순간을 위해 때론 나무를 톱질하고 시멘트를 괴는 ‘육체노동’도 한다. 

Timeless SALON MichaelJackson
〈Timeless SALON “Michael Jackson”〉 , Mixed media


가장 중요한 것, 말하기+듣기=즐기기


작업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말하고 듣기’다. 서로의 의견에 대해 가감 없이 생각을 나누는 이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레퍼런스를 가장 큰 재산으로 여긴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개인작업을 할 땐 자신이 떠올린 생각들을 혼자 간직하지만 이들은 모든 생각을 공개한다.  

 

이들에겐 다른 이들과의 교류도 중요하다. “즐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좋아한다는 말이 더 정확해 보인다. 매번 다른 주제로 ‘아트파티’를 기획해서 스튜디오나 건물 옥상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파티를 위한 전시를 준비하기도 한다. 이러한 준비과정과 만남의 시간 모두는 다양한 측면에서 이들의 작업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프로젝트 진행에 룰이 없어 자유롭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들은 가장 까다로운 작업을 추구한다. 남들이 하지 않지만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색을 내는 작업 말이다. 이것을 하기위해 멤버들이 꼭 지키는 규칙이 있다. 날마다 트렌드를 체크하고 각자의 모든 레퍼런스를 공유하는 것이다. 유행을 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르기 위해, 자신들만의 색을 더 확실하게 내기 위해 매일매일 스스로를 업데이트 하는 것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열린 오픈스튜디오에서 살롱을 콘셉트로 정하고 스튜디오를 헤어살롱으로 꾸몄다. 살롱이 과거 프랑스에서 문화예술을 이야기하는 하나의 장소를 나타냈다는 점과 현재 우리에게는 헤어살롱로 인식된다는 두 가지 개념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공통적으로 ‘고전’을 좋아하는 멤버들의 취향을 반영해 고전인물을 등장시켰고 클레이 작업으로 그들의 헤어를 꾸며주었다. 그렇게 그들의 스튜디오는 과거의 인물들과 현재의 사람들이 모여 예술과 문화를 교류하는 헤어살롱으로 연출됐다.   

 

좌_ 〈Timeless SALON “Apollo”〉, Mixed media, 우_ 〈Timeless SALON “Dupin”〉, Mixed media

 

HoUSE of CoLLECTIoNS의 작업실

HoUSE of CoLLECTIoNS의 작업실

 

 

‘흑자’를 위한 투자


프로젝트 진행도 좋고 자유로운 작업도 다 좋다. 그룹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이들이 어떻게 ‘흑자’를 내고 있는지, 운영방식 말이다. 

 

그룹 시작 초반부터 색이 잘 맞는 작업을 통해 흑자를 내고 출발을 했지만 시작이 좋았던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일정한 고정수입이 있는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프리랜서를 선언한 JORIE와 순수미술을 하고 있지만 이윤을 낼 수 있는 또 다른 작업을 펼치고 있는 C.NA와 TIAA는 그룹운영에 대해 “사실 현재까지는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라 말했다. 

 

HoUSE of CoLLECTIoNS를 통해 돈을 번다기보다 각자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그룹에 투자한다는 거다. 개인에게 들어온 일이라도 그룹의 성향과 맞으면 멤버가 함께 작업을 하고 개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면 개별적으로 작업을 한다. 일을 나누는 것에도 역시 규칙이 없으며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이 드는 그 시점에서 모든 것이 정해진다. 

 

세 멤버가 함께 작업을 한다고 해서 다 HoUSE of CoLLECTIoNS의 프로젝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벌기위한 행위와 HoUSE of CoLLECTIoNS의 작업은 확실히 구분 짓는다. 디자인그룹으로서 이윤을 추구하는 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룹의 색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코드가 맞고 추구하는 바가 같아야 비로소 HoUSE of CoLLECTIoNS 작업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는 신중함이 꽤 크다. 

 

파티 좋아하는 젊은 세 멤버의 자유로운 작업방식에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이들은  낮 12시에 스튜디오로 출근해 저녁 7시에 퇴근을 하며 프로젝트가 있거나 작업이 많을 땐 ‘퇴근 없는’ 야근을 한다. 누구하나 정한 적 없는 규칙이지만 사무실에 들어서면 각자의 자리에서 작업에만 집중하고 밥을 먹을 때만 말을 한다고.   

 

이들은 2016년에 정식으로 전시형태의 데뷔전을 열 계획이다. HoUSE of CoLLECTIoNS의 색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HoUSE of CoLLECTIoNS의 활동이 이미 시작됐지만 굳이 데뷔전을 계획하는 것은 디자인 그룹으로 활동을 하면서도 처음 가졌던 ‘목적’을 잃고 싶지 않아서다. 아트로 디자인을 하고 디자인으로 아트를 하는 것. 그 이상적인 모습을 더 많이, 더 자주 보게되길 바란다. 

 

HoUSE of CoLLECTIoNS의 멤버들. 왼쪽부터 C.NA(이지나), JORIE(조정미), TIAA(홍지연)

HoUSE of CoLLECTIoNS의 멤버들. 왼쪽부터 C.NA(이지나), JORIE(조정미), TIAA(홍지연)


 

members of HoUSE of CoLLECTIoNS 

 

JORIE(조정미)_ SVA(School of Visual Arts)에서 그래픽과 모션그래픽을 전공하고 놀공 디자인팀장,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비쥬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NEWSPEAK 모션디자인(뉴욕), HI(NY) 그래픽 및 모션디자인(뉴욕) 등 미국과 한국의 디자인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러다 최근 HoUSE of CoLLECTIoNS의 활동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하기위해 사표를 던지고 ‘프리’를 선언했다. 생각공장, 헤럴드디자인, 크래커매거진(서울), Pixie Market,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자연사박물관), SONY MUSIC(미국, 뉴욕) 등의 프리랜서 디자이너 및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HoUSE of CoLLECTIoNS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디자인과 음악을 두고 무엇을 전공할지 고민했을만큼 음악을 좋아한다. 비디오아트에도 관심을 두고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에 재학중이다. 

 

C.NA(이지나)_ SVA에서 Fine Arts를 전공했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줄곧 그림만을 그려왔다는 그는 그림 그리는 일과 함께, 그림 그리는 일을 통해 인테리어 등을 위한 벽화 작업 및 공간 아트 디렉팅 등의 작업을 해왔다. 인테리어샵 데오볼렌테(Deo Volente) 운영에 참여했었고 현재 실내건축디자인회사 ‘테제마디’ 아트디렉터로, 개인작업과 HoUSE of CoLLECTIoNS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슬픔을 승화시키는 능력을 지닌” 마이클잭슨이다. 

 

TIAA(홍지연)_ SVA에서 Fine Arts를 전공하고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MFA(painting과 수석 입학)를 졸업했다. 주로 설치작업을 하고 있으며 Living Arts Gallery, Salon 151 운영 및 전시 기획,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전, Although Everyday Objects Became Arts전 등 다수의 전시경력을 갖고있다. Yaddo, 0x-bow, Art Farm 레지던시 작가, 아트디렉터, 디자이너, 대학강사로도 활동하면서 역시 HoUSE of CoLLECTIoNS 멤버로서의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요즘의 관심사는 미니멀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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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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