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5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가 2016년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수상했다. 하얏트 재단(Hyatt Foundation)이 후원하는 프리츠커 어워드는 매년 인류와 환경에 가장 크게 공헌한 건축가에게 수여되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다. 역대 41번째로 프리츠커 수상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아라베나는 칠레 출신 건축가 가운데는 최초, 라틴 아메리카를 통틀어서는 아르헨티나의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 1980년 수상), 브라질의 오스카 니메이어(Oscar Niemeyer, 1988년 수상)와 파울루 멘데스 다 로샤(Paulo Mendes da Rocha, 2006년 수상)에 이어 네 번째 영예를 안게 됐다.
에디터 | 나태양(tyna@jungle.co.kr)
아라베나는 1994년 활동을 시작한 이래 사회적 책임, 경제적 수요, 도시와 거주 디자인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바탕으로 건축의 새로운 세대를 선도했다고 평가받는 건축가다. 그는 세계적인 주택 위기 속에서 도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장기간 헌신해 왔으며, 사회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예술성을 겸비한 작업을 통해 건축의 역할을 확장했다.
대표적 건축물로는 산티아고의 칠레 대학교(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세인트 에드워드 대학 기숙사(St. Edward’s University Dorms, 2008), 샴 타워(the Siamese Towers, 2015) 등이 있으며, 이들은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설계로 지역 기후에 대응하는 동시에 자연 채광을 활용해 사용자 우호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아나클레토 안젤리니 UC 혁신 센터(UC Innovation Center - Anacleto Angelini, 2014)는 아라베나 건축의 원숙함을 보여준다. 그는 마음을 끌어당기면서도 힘이 넘치는 구조, 불투명한 콘크리트를 사용한 빌딩 외관, 유리를 통해 들어온 빛으로 채워지는 안마당을 통해 생기 있고 리치한 환경을 창조했다.
그는 2001년 이래 ‘엘리멘탈(ELEMENTAL)’의 총감독으로서 참여적인 건축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아라베나 외에도 곤잘로 아르떼아가(Gonzalo Artaega), 호앙 세르다(Juan Cerda), 빅토르 오도(Victor Oddó), 디에고 토레스(Diego Torres)가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는 엘리멘탈의 슬로건은 ‘씽크 탱크(Think Tank)’와 대비되는 ‘두 탱크(Do Tank)’로, 주택, 공공건축, 기반시설, 교통을 비롯해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효과에 포커스를 맞춘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엘리멘탈은 단순히 상대적으로 빈민에 속하는 계층에게 주거지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인, 법조인, 연구자, 거주자, 지방 당국, 건축업자 등과 긴밀하게 협업함으로써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최상의 결과를 끌어내고자 한다. 엘리멘탈이 추구하는 ‘반쪽짜리 좋은 집(half of a good house)’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주거자가 자발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공간적 여지를 남겨놓아 개인이 성취감과 투자의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들은 칠레, 미국, 멕시코, 중국, 스위스 등에서 2,500개 이상의 저가 유닛을 디자인함으로써 사회적 특권의 뒤편에 가려져 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왔다. 엘리멘탈은 산티아고의 메트로폴리탄 산책로(Metropolitan Promenade, 1997~현재), 바이센터니얼 어린이 공원(Bicentennial Children’s Park) 등의 프로젝트를 맡았으며, 2010년 지진과 쓰나미가 칠레를 강타한 후에는 콘스티투시온(Constitucion) 복구 작업에 동원되어 긴급 구조와 기본계획(Master Plan)을 담당, 빌라 베르데(Villa Verde, 2013), 콘스티투시온 문화 센터(2014) 등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최근 아라베나는 중국의 의료 서비스 회사 ‘노바티스(Novartis)’의 상하이 사무실을 디자인하고 있다. 개인적이면서도 공공적이고, 포멀하면서도 인포멀한 형태의 모든 작업을 수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노바티스’에서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 사려 깊은 소재 사용, 공동체를 위한 고민이 돋보인다.
1월 14일 하얏트 재단의 회장 톰 프리츠커(Tom Pritzker)는 아라베나의 수상 소식을 알리며 “심사위원단은 진정으로 위대한 디자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 건축가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 아라베나의 건축은 소외 계층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자연재해의 영향을 완화했으며, 에너지 소비를 감소하고, 공공을 위한 따뜻한 공간을 창출했다. 그는 혁신성과 영감을 발휘해 인간의 삶을 증진시켰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소재와 구조를 이해하는 아라베나의 디자인 능력뿐만 아니라, 건축의 소통하는 힘을 끌어올리는 신선한 시각을 높이 평가했다.
소식을 접한 아라베나는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성취되는 건축 작업은 없다. 건축은 공동의 수련(discipline)”이라고 모두에게 영예를 돌리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아직 쓰이지 않았다. 우리의 계획은 아무런 계획을 갖지 않는 것, 불확정성을 대면하는 것, 예상치 못한 것을 열어젖히는 일이다. 이 영광의 순간이 새로운 탐험과 도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아라베나는 2016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의 감독으로 선정되었으며,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프리츠커 건축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2000년, 2005년)한 바 있다. 이번 수상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시상식은 오는 2016년 4월 뉴욕 UN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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