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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오감으로 생각하는 유니버셜 디자인

2009-01-06


혹시 당신이 오른손잡이라면 페트병의 뚜껑을 왼손으로 한번 열어보길 권한다. 사뭇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페트병들도 왼손으로 차례로 열어가며 그 정도를 비교해보자. 그 중 가장 오픈하기 쉬운 것, 그 페트병이 바로 나카가와 사토시가 말하는 가장 유니버셜디자인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지난 12월 27일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컨벤션 홀에서 열린 ‘오감으로 생각하는 유니버셜 디자인 워크숍’을 지휘한 나카가와 사토시는 “유니버셜디자인이란 굿 디자인을 만드는 하나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지난 12월 27일, 서울 영 디자이너스 파빌리온 국내 기획전의 부대행사로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컨벤션 홀에서 열린 ‘오감으로 생각하는 유니버셜디자인 워크숍’을 위해 일본의 Tripod Design 대표 나카가와 사토시가 한국을 찾았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 이날 워크숍은 크게 1, 2부로 나뉘었는데, 전반부는 우리가 생각하는 유니버셜디자인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그릇된 인식을 재고하고 그 뜻을 바로 세우며, 후반부는 이를 바탕으로 오감을 활용해 제품의 유니버셜디자인적인 측면을 평가해보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나카가와 사토시는 “흔히 유니버셜디자인을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을 타깃으로 한 특별한 디자인으로 축소하여 인지하지만, 이것은 이미 굿 디자인을 만드는 하나의 본질로 확대된 개념”이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애매한 대중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해왔지만 이제는 다른 태도가 강구된다”면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것은 유니버셜디자인적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흔하게 접하는 페트병조차 왼손잡이가 뚜껑을 열기에 어렵게 디자인되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

그리고 그는 한국의 유니버셜디자인이 대중화가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를 구체적으로 평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누구에게 있어 좋은 디자인인가, 누가 사용하기에 어려운가, 그리고 어떤 점이 어려운가에 대해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그렇게 ‘디자인의 외외성’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는 과정이 유니버설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Design is already here. 유니버셜디자인은 이미 그 안에 있다. 발견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서 손의 악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위해 젓가락 사이에 스프링이 장착된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하는 게 아니라, 기존 젓가락 형태의 변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쉽게 사용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유니버셜디자인이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모든 것에 바로 유니버셜디자인의 이해와 방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편 나카가와 사토시는 이를 평가하는 과정 역시 단순한 머릿속 생각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실체를 파악하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 수치만을 이용해서 디자인하는 오류를 벗어나야 한다. 또한 디자인을 단순히 미의 척도에 의한 평가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다각적인 평가가 요구된다. 예쁜 의자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의자에 누가 앉는지, 어디에 놓이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여러 가지 면까지 고려해야 한다.” 나카가와는 그 방법으로 오감 활용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1부에 이은 2부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장애인과 고령자 등의 신체적 입장이 되어서 기존 제품의 유니버셜디자인 정도를 평가해보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세 개의 음료수 패트병을 대상으로 각각 그 입장이 되어 체험 평가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예를 들어 손이 불편한 사람이 되어보기 위해 종이 테이핑을 해보거나, 약력이 약한 사람이 되어보기 위해 페트병에 크림을 발라 쥐어보거나, 난시나 원시, 근시 등 여러 가지 시력 장애자가 되어보기 위해 미리 준비된 안경을 착용해보는 등 머리가 아닌 몸으로 그들의 신체적 입장이 되어 제품의 유니버셜디자인을 오감으로 평가해보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의 일련의 평가는 PPS라는 시스템을 활용해 그 디자인적인 완성도를 수치화하여 비교해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주관적인 평가를 정량화하는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개선의 필요를 파악하는 것이다. 나카가와 사토시는 말한다. “유니버셜디자인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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