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아트 | 리뷰

사진가가 사랑한 도시

월간사진 | 2016-03-15

 

 

여기, 사진가의 심장을 뛰게 한 도시 이야기와 그 곳에서 채집한 사진들이 있다.

 

기사제공 | 월간사진 

 

뉴욕_ 김상훈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메트로폴리탄”

 

첫 만남 처음 방문한 것은 2000년이었다. 다양한 인종, 문화, 언어가 어우러진 모습이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사랑의 이유 나와 뉴욕은 애증 관계라고나 할까. 전 세계의 유수한 인재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곳이다 보니 배울 것이 많다. 뉴욕은 스스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꽤나 도도하다. 주는 것만큼 철저하게 뺏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폭넓은 스펙트럼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인 곳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잊을 수 없는 순간 2001년 뉴욕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9월 11일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 세계무역센터에서 약 2km 떨어진 강 건너에 살고 있었는데, 그 높은 빌딩이 무너진 날 하루 종일 촬영하면서 그라운드 제로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도 일주일 넘게 사고 현장에서 피어오르던 거대한 검은 연기를 잊을 수가 없다.

 

낯선 여행자를 위하여 교통수단에 따라 볼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 맨해튼에서는 지하철, 버스, 자전거, 도보를 이용해서 자유롭게 다녀보고,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한 눈에 보려면 패스트레인을 타고 허드슨 강 넘어 뉴저지의 호보큰이나 링컨하버 쪽 강변으로 가 볼 것을 권한다. 분주한 센트럴파크보다는 아늑한 느낌의 브룩클린 프로스펙트 파크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전망대보다 록커펠러 센터에서의 전망이 더 좋은 것 같다. 

 



ⓒ 김상훈

ⓒ 김상훈


 

홍콩_ 박찬민

 

“과거와 현재, 동서양의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

 

첫 만남 2000년대 초로 기억한다. 청소년시절 한창 인기를 끈 홍콩 영화에서 봤던 장소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마음이 설레었다. 수직으로 곧게 뻗어있는 화려한 마천루 속에서, 조금은 생경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도시로부터 묘한 인상을 받았다.

 

사랑의 이유 도시는 마치 생물처럼 생장한다고 한다. 도시라는 공간 역시 과거의 토대 위에서 현재가 자라고, 현재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미래가 준비된다. 내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곳들이다. 특히 홍콩은 동서양의 문화가 충돌하고 융합되는 공간이어서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잊을 수 없는 순간 신도시 샤틴에서 느꼈던 기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이곳은 특별한 관광지는 아니다.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저마다 비슷한 생활들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형 쇼핑몰의 식당가에서 풍기는 냄새를 제외하고는 서울과 특별히 다를 것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낯선 여행자를 위하여 홍콩은 걸어서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시내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스카이워크를 따라다니면 비나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어 아주 편리하다. 또한 도시를 천천히 가로지르는 2층 트램을 타고 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에 내려서 주위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이다. 무덥고 습한 여름날에는 구룡공원 안에 있는 공공 수영장에서 도시를 올려다보며 시원한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 박찬민

ⓒ 박찬민

 

 

에든버러_ 정경자 

 

“전통이 숨쉬는 마법같은 곳”


첫 만남 2010년 초, 공부를 위해 무작정 간 에든버러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축물이 즐비한, 서울과 사뭇 다른 풍광을 담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비가 자주 내렸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당황스러운 적도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축축이 젖은 도시의 고유 빛깔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사랑의 이유 세상의 모든 귀신 이야기가 에든버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오래된 작은 골목과 음침한 장소가 유독 많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모하는 세상 속에서 옛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길을 걷다 보면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을 입고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남자를쉽게 만나게 되고, 도시 전체가 마치 해리 포터의 무대처럼 보이는 마법 같은 장소다.

 

잊을 수 없는 순간 2년 남짓이지만 에든버러에서 잠시 살았던 기간에 개인적으로는 많은 일들과 변화가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뒤돌아보면 마치 현실의 시간 안쪽에 느리게 흐르고 있는 또 하나의 시간이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에든버러 북쪽 하이랜드의 광활한 자연과 특유의 색채가 기억에 남는다.

 

낯선 여행자를 위하여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6월에서 8월까지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잔디밭에 누워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시기다. 북해 바다와 에든버러 전경을 360도 둘러 볼 수 있는 아서 시트에 올라가서 청량한 바람을 맞아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 정경자

ⓒ 정경자

 

 

베를린_ 채승우 

 

“예술적 감성이 충만한 유럽의 보석”

 

첫 만남 2008년 9월쯤이었다. 독일의 가을 날씨는 손이 시릴 정도로 쌀쌀했는데, 내가 처음 도착한 저렴한 호스텔 방은 다행이 햇볕이 좋았다. 통일 전에는 동독이었고, 지금도 이민자들과 예술가들이 섞여 사는 동네였다. 세계 최고의 나이트클럽이 그곳에 있고, 골목 어귀에 위치한 베트남 쌀국수 집은 유럽 최고였다.

 

사랑의 이유 베를린은 예술의 도시다. 스타가 되기를 바라며 베를린으로 모여든 예술가들도 많고, 대박을 꿈꾸는 갤러리들과 오래된 미술관들이 훌륭한 전시들을 선보인다. 그 중에는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강렬한 전시들이 많았고 그것들은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잊을 수 없는 순간 정말 기가 막힌 전시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예술 아카데미’에서 열린 ‘기보법’ 전시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100여 명의 20세기 예술가들이 작업 아이디어를 기록한 설계도를 한 자리에 모아놓았다. 개념을 악보처럼 기록하는 작업이 어떻게 예술의 형태가 되는지 보여주는 참시한 기획이었다.

 

낯선 여행자를 위하여 전시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미술관 입구에 놓여 있는 ‘인덱스’나 ‘베를린 갤러리’같은 전시 안내 리플렛을 구해야 한다. 전시를 본 후에는 그 따듯한 감상을 품은 채 거리를 배회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맥주 한 병으로 갈증을 달래도 좋다.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함부르거 반호프, 예술 아카데미,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베를리니쉬 갤러리들은 너무도 훌륭하다. 시간이 한정적인 여행자라면 헬무트 뉴튼이 만든 사진박물관도 있지만, 차라리 기술박물관에 가서 카메라 전시를 보는 것도 좋다. 

 




ⓒ 채승우

ⓒ 채승우

 

 


 

 

 

 

facebook twitter

#사진 

월간사진
새롭게 떠오르고 있거나,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진가가 월간사진을 통해 매달 소개되고 있습니다. 월간사진은 사진애호가와 사진가 모두의 입장에서 한발 앞서 작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심도 깊은 사진가 인터뷰와 꼼꼼한 작품 고새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 사진잡지입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