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9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기대하고 지금보다 즐거운 내일을 바라면서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팍팍한 현실에서 비롯되는 아득한 희망이든, 좀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염원이든, 이러한 기대와 바람이 막연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지금 여기에는 없지만’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세상은 아니기에 우리는 오늘도 유토피아의 이상적 삶을 기다린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 | 문화역서울 284(seoul284.org)
문화역서울 284은 지금 복숭아 꽃 가득한 유토피아가 됐다. 바로 이곳에서 전시, 공연, 영화, 토크쇼, 워크숍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작가들이 바라보는 ‘이상적 삶’에 대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PEACH BLOSSOM: Hopeful Flower of Utopia)’가 펼쳐지고 있는 것.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는 신수진 예술감독의 ‘삶을 성찰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이어가면서 미래를 낙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낙원과도 같은 거대한 놀이터’를 꿈꾸며 마치 무릉도원(武陵桃源)의 낙원처럼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하지만 아무리 꿈같은 낙원이 있다 해도 스스로 찾지 않는 자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법. 문화역서울 284 역시 직접 발을 움직이고 마주해야 느낄 수 있는 유토피아로 꾸며졌다.
한국, 호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 7개국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이번 행사에는 사운드 아트,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 영상, 설치, 퍼포먼스, 음악,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가 27팀이 참여, 전시, 공연을 비롯한 다채로운 시각 및 공연예술을 선보인다.
전시로 보는 ‘이상적 삶’
‘인간의 이상적 삶’을 주제로 하는 전시는 소주제에 따라 스토리텔링의 형태로 구성된다. 소주제는 ‘감각의 정원에서’, ‘네모난 무지개를 따라’, ‘욕망의 땅 깊숙이’, ‘꽃을 피우다’ 4가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피부로 느끼고, 입으로 말하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고 느끼게 한 것이 특징이다.
강소영릴릴, 국형걸, 김명범, 김세진, 김원화, 김준, 문경원, 신성환, 양아치, 이병찬, 이희원 등 국내작가와 로랑페르노(Laurent Pernot/프랑스), 크리스토프 브뤼노(Christophe Bruno/프랑스), 해미 클레멘세비츠(Rémi Klemensiewicz/프랑스), 히로노리무라이(Hironori Murai/일본+김승영) 등 해외작가 15팀이 참여한다.
첫 번째 여정 ‘감각의 정원에서’는 문화역서울 284 중앙홀에서 시작된다. 대자연의 순수한 생명력과 위대한 힘이 공존하는 장소인 이곳에서는 상태로서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작품을 통해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이상적 인간세계를 경험할 수 있고 자연과 인간이 새로운 모습으로 공존할 미래의 풍경을 상상할 수 있다.
‘네모난 무지개를 따라’는 상상력으로 빚어낸 비현실적 세상 혹은 미래의 이상적인 공간에 대한 소망이 이야기되는 공간이다. 김명범 작가의 설치작업과 설치작가 문경원의 워크숍 형태의 대화를 통해 개개인의 기억, 각자가 꿈꾸는 유토피아, 작가가 제안하는 이상적 미래공원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욕망의 땅 깊숙이’에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소망과 욕구가 성취되는 허구의 세계 ‘판타지’, 일상적 욕망의 실현으로서의 판타지를 떠올릴 수 있다. 작가들의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와 욕망, 불안,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이 이야기된다.
마지막 여정 ‘꽃을 피우다’는 결국 인간의 노력과 행동을 통해 만들어가야 하는 현실로서의 우리 사회를 깨닫게 한다. 전세계에 전쟁, 기아, 난민 등이 발생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자극과 고통을 느끼게 하는 크리스토프 브뤼노의 작품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공동의 책임의식과 개인과 사회, 국가 간의 이상적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과 작은 움직임들이야말로 이상적인 세상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공연과 놀이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장르와 경계를 뛰어넘어 놀이가 되는 11편의 인형극, 연극, 음악, 무용, 퍼포먼스 등이 펼쳐진다. 원스텝(One Step at a Time Like This/호주), 팀 스푸너(Tim Spooner/영국), 틸라신(Thylacine/프랑스), 보라윤Bora Yoon(미국), 가브리엘 프로코피에프(Gabriel Prokofiev/영국), 마리사 실바트리즈 폰스(Marisa Silbatriz Pons/스페인), 김병오, 김혜경, 가다 프로젝트, 나나다시, 코끼리들이 웃는다, 재미웍스(오종철, 김남기) 등 6개국 12팀이 참가해 미술, 영상, 디자인, 놀이, 교육의 개념이 접목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선보인다.
‘놀이가 된 공연’에서 원스텝은 문화역서울 284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탐색하고 체험하면서 관객 스스로가 공연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미션 수행 게임 형식의 관객참여형 장소 특정적 공연 <업사이드다운인사이드아웃(upsidedowninsideout)>을 선보인다.
어릴 적 습관처럼 불던 휘파람을 예술적 행위로 창조한 행위예술가 마리사 실바트리즈 폰스는 ‘공연이 된 놀이’에서 로날도 산 마르틴과의 협업을 통해 전세계 모든 관객과의 직관적 소통을 이끌어내는 완벽한 언어이자 유토피아로서의 휘파람을 선보인다.
‘강연이 된 공연’에서 보라윤의 무대는 공연이자 강연이 된다. 2014 테드 펠로우(TED fellow)로 선정, 테드 강연을 펼치는 등 혁신적인 아티스트로 인정받은 그는 음향 디자인에 기반을 둔 영상 스토리텔링을 추구, 디지털 장치와 목소리, 일상 속 물체 등을 통해 기억과 연상을 자극하는 사운드파노라마를 펼친다.
‘공연이 된 미술’에서는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을 접목새킨 새로운 형태의 공연 ‘2015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팀 스푸너의 공연 <동물들의 집회>와 동물 모형 제작과정 시연 토크쇼가 진행된다. 시각예술과 음악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음악장르를 선보이는 탈라신과 VJ 라에티시아 벨리와의 협업도 자유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네마테크’가 되는 문화역서울 284의 3등 대합실에서는 3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프랑스 행위예술가 오를랑(ORLAN), 영화평론가 심영섭, 연기자 조민기, 안무가 차진엽 등 8명이 추천한 영화들로 이상적 공간과 이상적 관계를 담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상향을 향해 나가는 여정을 담은 <지중해>, 유토피아에 대한 단상을 담은 <솔라리스>, 인생의 의미와 관계 및 소통을 담은 <트루먼쇼> 등이다.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의 ‘복숭아꽃’은 ‘희망꽃’이다. ‘희망꽃’이 전하는 유토피아, 우리에게 희망을 전할 유토피아의 모습은 문화역서울 284에서 오는 6월 26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