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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47색 편의점 기행

2016-06-15

 

 

 

일본의 47개 지역의 다양한 개성이 돋보이는 제품들을 모아보며, 지역 디자인의 목적과 성장 배경을 짚어보자.

 

글 | Jun 도쿄 통신원(de_signq@naver.com)

사진제공 | d&department 

 

 

d-mart 캠페인 메인 이미지

d-mart 캠페인 메인 이미지

 

 

일본은 47개의 행정구로 되어있는데, 각 행정구획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이를 즐기는 장치도 비교적 풍성한 편이다. 대표적인 예로 수년 전 불경기를 이유로 유행했던 B급 그루메 그랑프리는 저렴하고 서민적인 음식들에 초점을 맞춘 이벤트로 각광받으면서 연내 행사로 자리 잡았다. 

 

같은 카테고리의 음식도 지역마다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비교 체험하는 재미를 주었으며 서민음식문화나 저가의 창작 음식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이시기를 기점으로 47개의 행정구를 비교하는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일도 많았으며, 다트를 던져서 선택된 지역을 소개하는 오랜 역사의 프로그램도 장수하고 있다.

 

그 여파로, 동북지역 아오모리의 방언은 방언을 넘어선 독특한 개성으로 인기를 끌었고 <아오모리 사전>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지역의 지형적 특징은 우리나라의 강원도와 비슷한데 겨울에는 추운 날씨 탓으로 모든 말이 짧은 단어로 이루어져 짧은 대화로 의사소통을 했다는 속설이 있으며 한 글자로 대화를 하는 일도 생겼다고 한다. 예를 들어 ‘べ(베)’는 ‘食べた(타베타=먹었나? 먹었다)’라는 의미로, 모든 식사에 관한 의사소통이 한 글자로 이루어지고 높낮이를 통해 표현되어 타 지역의 주민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했고, 출간된 사전은 매진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대박’을 치기도 했다. 

 

47개 행정구의 지역 브랜딩 

 

각 행정구의 개성을 표현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47개의 행정구가 시작한 지역 브랜딩은 이 같은 흐름을 타고 날개를 달았다. 지역의 이름과 상품 사진이 박힌 과거의 특산품 디자인들과 비교해 봤을 때 개성이 한층 상징적으로 표현되었고 지역의 색을 살린 디자인, 캐릭터 디자인 등에 초점을 맞추며 각 지역의 ‘개성 경쟁’으로 불씨가 옮겨붙었다. 

 

이는 국민들의 관심과 소비 형태가 지역 부흥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는데 와카야마 대학 관광부의 분석 논문에 의하면 광광 산업 지역 부흥을 목적으로 한 지역 브랜딩은 과거의 ‘상품명+지역명’에서 ‘지역단체 상표’의 형태로 변하였고, 관광뿐만 아니라 ‘저 지역에 살고 싶다’, ‘재미있다’, ‘좋아한다’ 등의 지역에 대한 호감도와 부가가치를 느끼게끔 하고자 일반 기업이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따랐다고 한다. 

 

지역제품 디자인의 경우에는 지역을 구성하는 소비자가 연상하는 많은 이미지들에 대한 혼합적 인상이 크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2010년 작성된 관광 백서에 따르면 2009년 상품 수출촉진대책으로서 일본 식품에 대한 해외로의 정보 발신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우치다 또는 각 지역 브랜딩의 이상적 형태는 이를 충실히 따르는 지역단체 상표 상품이 지역의 기후, 풍토, 전통, 문화를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전달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해당 지역에 대한 체험적인 이미지를 축적시키는 체류력이 강하다고 한다. 

 

기초 구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원산지 효과와 더불어 안정적인 인지도 향상을 통해 신뢰적 이미지가 굳어진다. ‘made in Japan’처럼 말이다.

 

편의점에서도 지역브랜딩

 

관광뿐만 아니라, 1인 가구 시대의 소비적 특색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의점 문화에서도 지역 브랜딩은 두각을 나타내기에 이른다. 편의점은 생활 속에서 직장인, 학생들의 주요 소비처인만큼 많은 종류의 편의점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2000년 초반에 유행하던 프라이빗 브랜드형을 이은 지역 브랜딩 제품의 론칭에 가장 대표적인 주자로는 로손을 들 수 있다. 패미리마트나, 세븐일레븐보다 기획적, 전시적 특징이 크고 캐릭터적 특징이 강한 로손은 첫 번째로 도지마롤이라는 고급 롤케이크에 초점을 맞춰 편의점임에도 불구하고 케이크 전문점 못지않게 디저트 강화에 앞장서며 상대적으로 브랜드 특징이 옅었던 자체 브랜드의 색에 활기를 불어넣더니, 일부매장에서는 디자인성 강한 지역단체상표상품화 제품들을 판매하며 디자인성 강한 편의점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d-mart47의 전시 및 판매품 일부

d-mart47의 전시 및 판매품 일부

 

 


d-mart47의 전시풍경

d-mart47의 전시풍경

 

 

지역적 특색에 따른 다양한 디자인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된 ‘d&department 프로젝트’와 협력하여 시부야 히카리에 8층에서 ‘dmart-47’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곳은 일본 각지의 롱 셀러 제품을 중심으로 재구성되어 실제로 47개 지역 5만여 개의 로손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전국적인 체인 편의점의 상품 구성의 주류를 소개하며 소기업이 프라이빗 브랜드의 성장과 수요 향상을 목적으로 지역의 환경과 풍토에 맞는 기초 만들기를 각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함께 하는 내셔널 브랜드로 유통경로 축소를 해야 했던 유통적 난점을 반대로 활용한 예이기도 하다. 

 

본래 d&department는 주로 디자인성이 강한 지역별 공예품을 취급하며 이벤트와 전시, 세미나 활동을 통해 지역 부흥과 지역 특화 디자인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다양한 형태의 기획전을 선보여 왔는데, 이번 전시에서 지역 하나하나가 갖는 예로부터 계승되어온 이미지나 상품, 식품의 공유를 통해 공감과 추억을 나누었다. 또한, 현대 사회가 지향하기 시작한 ‘물건 오래 사용하기’ 의식을 반대적 위치에 속하는 편의점 소비문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의점 제품을 통한 현소비의 모습과 함께 동시에 조명하였다. 

 

이는 대형마트, 대형 제품 브랜드의 전국 동일 제품 판매 및 확장으로 인해 일본의 크리에이티브 문화의 단일화가 촉진되고 있던 시점에서 각 지역의 개성을 잊지 않고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편의점이라는 간이공간적 유통매체 안에서 소비자들에게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함에 따라 생활 속에서 좀 더 쉽고 자연스럽게 지역 브랜딩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편의점 속 상품들을 지역적 전통에 발을 딛고 있는 지역 특산물들로 만듦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의 배경을 통해 전달되는 지역의 개성을 실감하게 하는 이러한 활동은 생산자를 응원하는 의식을 갖게 하는 소비를 촉진시켜 나아가 지역 부흥에 이바지하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참고링크 

www.d-department.com/shop/category/4382646780926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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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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