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모던아트뮤지엄 | 2016-08-10
천재. 사기꾼. 예술가. 마케터. 모두 미스터 브레인워시를 수식하는 단어다. 도대체 그는 누구인가?
티에리 구에타: 모든 순간을 기록하던 남자
티에리 구에타(Thierry Guetta)는 미스터 브레인워시(Mr. Brainwash)의 본명이다. 1966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 LA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원래 구제 옷가게에서 옷을 팔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특이점이라면 싸게 산 오래된 옷에 저마다의 이야기를 입혀 비싸게 파는, 수완이 뛰어난 남자였다는 것 정도? 그런 그에게 독특한 취미생활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비디오 촬영하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기록에 집착하던 티에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영상으로 남겼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촌이자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의 작업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데, 이는 그가 스트리트 아트의 세계로 들어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뱅크시: 따라잡고 싶은 롤모델
이즈음 티에리는 스트리트 아트의 전설적인 인물 뱅크시(Banksy)를 영상에 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될 놈은 된다더니, 좀처럼 자신을 공개하지 않던 뱅크시였지만 그의 열정에 감탄해 촬영을 허락했으며, 심지어 직접 스트리트 아트를 해보라고까지 제안한다. 티에리는 ‘미스터 브레인워시’로 이름을 바꾸고 LA에서 ‘Life is Beautiful’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게 또 대박이 난다. 미술계와 대중은 그를 ‘제2의 앤디워홀’이라고 칭송했으며, 작품 또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사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뱅크시의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줄거리이기도 하다. 영화는 무명의 아티스트가 슈퍼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예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2. 작품 분석
마돈나, 마이클 잭슨, 비틀즈: 앤디 워홀을 잇는 팝 아트의 신성
스트리트 아트에서 시작한 브레인워시는 팝 아트로까지 영역을 확장시켰다. 앤디 워홀의 작품 <청록색 마릴린>에 그만의 기발한 위트를 더해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했는데, 마릴린 먼로 특유의 노란 머리에 마이클 잭슨, 브리트니 스피어스, 오바마 대통령 등 알 만한 인물의 얼굴을 합성했다. (이는 평소 존경해온 앤디 워홀에 대한 오마주라고 한다.) 마이클잭슨의 <Xscape>와 마돈나의 <Celebration> 앨범 아트워크 작업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한 그는 깨진 레코드판을 자르거나 이어 붙여 지미 헨드릭스, 비틀스, 밥 말리의 초상화를 완성하기도 했다. 얼마나 섬세하게 얼굴을 표현했는지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레코드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카메라, 책, 타자기: 작품으로 승화한 수집과 기록질
브레인워시의 카메라 집착은 앞서 언급한 바 있다. 시작은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10살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머니에 대한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에 충격을 받은 그는 이후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내려는 강박이 생겼다. 이는 200개의 카메라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카메라 룸>이라는 공간에 잘 표현돼 있다. 수집, 기록에 대한 그의 집착은 전시장 한 켠에 쌓여 있는 타자기 더미, 수백 권의 책을 겹쳐 만든 <하트 북> 등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소멸되고 망각되어 가는 것들에 대해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으며, 영상 기록과 수집을 통해 이것들을 영원히 보존하고 기억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3. 논란 분석
예술 vs. 모방: 모방은 예술의 어머니?
미스터 브레인워시는 뛰어난 명성만큼이나 논란도 많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익숙한 작품에 붓질을 하고 스프레이 뿌린다고 예술이냐, 그건 모방이나 낙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마돈나 헤어스타일에 마이클 잭슨 그림을 합성한 그의 작품은 앤디 워홀을 떠올리게 하며, 멀쩡한 작품에 페인트를 흩뿌려놓은 작품은 잭슨 폴락을 연상시키긴 한다(물론 그는 이 모두가 옛 작가에 대한 존경을 담은 오마주 작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팝 아트와 스트리트 아트를 섞은 것은 온전히 그의 아이디어다. 그리고 많은 대중은 이 아이디어의 가치를 보고 이미 그의 작품을 예술로 인정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가? 그의 작품이 새로운 스타일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꼼수 섞인 모방이라고 생각하는가?
예술가 vs. 마케터: 타이틀을 결정짓는 한 끗 차이
우리는 브레인워시가 그의 첫 전시에서 작품보다 수많은 셀러브리티와 함께 흥미로운 퍼포먼스를 펼치며 유명해진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뱅크시에게 받은 짧은 글을 전시 홍보에 활용하거나, LA의 영향력 있는 매체 <LA Weekly>의 표지에 전시회 소식을 실어 관객을 끌어왔다. 그런가 하면 앤디 워홀이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라고 부르며 작품을 대량 생산해낸 것처럼, 그 또한 사무실에 직원을 고용해 작품을 생산한다. 거의 모든 과정을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을 시켜서 그냥 막 만들어낸다. 그리고 본인은 그 위에 (낙서 같은) 락카질을 하는 것으로 작품을 최종 완성한다. 그런 그를 아이디어 넘치는 예술가라고 해야 할까, 수완 좋은 마케터라고 해야 할까?
여기까지 읽어도 그가 누군지 모르겠다면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아라모던아트뮤지엄으로 향할 것.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데, 총 30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에디터 |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 | 아라모던아트뮤지엄(www.aramuseum.org/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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