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나이키 운동화에 애플워치를 차고, 프라이탁을 매며 브롬톤(Brompton)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다른 한 사람은 코스(COS)를 입고 가네코(Ganeko) 안경을 쓰며, 그가 사는 집은 헤이(Hay)의 가구와 무인양품에서 나온 제품들로 꾸며져 있다. 자, 누가 당신의 스타일에 더 가까운가?
이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인상은 다르다. 전자가 뭔가 활동적이고 스포티한 느낌이라면, 후자는 차분하고 모던한 느낌이다. 물건으로 사람을 판단하다니! 세속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현시대에서 한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은 그의 가치관과 생활태도를 나타낸다. 개성이 중시되는 시대를 넘어서 이제는 가치관을 대변하는 제품으로 나를 꾸며서 표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책 〈날마다, 브랜드〉 표지 (사진제공: 안그라픽스)
사회 흐름에 따라 브랜드도 변한다. 이제 회사의 브랜드는 ‘상품의 우수성’을 보장하는 마크가 아니라, 그 회사가 추구하는 정신과 철학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브랜드를 찾고, 구매한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브랜드의 특성 역시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과거 브랜드=마케팅으로 보았다면, 현재 브랜드란 회사의 얼굴이며 전부다. 심지어 유행하는 브랜드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 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현실에 관련 종사자들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책 〈날마다, 브랜드〉는 현재 주목받는 브랜드들을 예시로 들며 브랜드가 가져야 할 태도와 중요하게 여길 가치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한다. 저자 임태수는 브랜드 기획자이지만, 책의 내용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풀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브랜드에 관해 이야기한다. 전문 서적이라기보다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브랜드 관련 종사자라면,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브랜드의 수칙을 다시 한 번 가볍게 되새김하면 된다.
책은 저자인 임태수 플러스엑스(Plus X) 수석 기획자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한다. 또, 하나의 글이 끝날 때마다 책 하단에 작게 저자의 한마디가 쓰여 있는데 묘하게 공감된다. (사진제공: 안그라픽스)
책 중간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계속 보니 정이 간다. (사진제공: 안그라픽스)
애플, 성심당, 모나미, 츠타야 서점, 이솝(Aesop) 등 책 속에 나오는 브랜드는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있거나, 혹은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친숙한 것들이다. 왜 이 브랜드가 인기 있는지, 또 어떠한 강점을 가졌는지를 책을 통해 읽다 보면 신기하게도 우리가 사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현시대가 무엇을 원하고, 사람들이 어떠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도 알게 된다. 브랜드란 여러 전문가가 기획하고 설계한 계획이 아니라 사회 흐름을 읽고,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서 탄생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가 최우선으로 고려할 점이 시대의 흐름이라든가, 대중의 취향인 것은 아니다. 책은 오히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가치 있는 기업 정신을 오랫동안 유지하며, 그것을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말이다. 특히 저자는 진실함을 끈기 있게 유지하는 자세를 이야기하며 진실과 시간을 강조한다. 생각해보면, 요즘 인기 있다는 브랜드는 자신만의 진실한 가치를 가능한 오랫동안 보여주려고 한다. 사람들이 이런 브랜드를 찾는 이유에는 아마도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거부반응이 아닌가 싶다.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