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넘쳐나는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들. ‘보기에도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식(食)에는 미각뿐만 아니라 시각도 매우 중요하다. 바야흐로 눈으로 음식을 먹는 시대가 되었다.
음식의 이미지가 중요해지자, 푸드 디자인(Food Design)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음식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만이 푸드 디자인은 아니다. 사람들이 먹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해결하는 것도 푸드 디자인 중 하나다. 먹는 문제를 해결해주다니, 이것만큼 감사하고 멋진 디자인이 어디에 있을까.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얼마 전, 삼각형 모양으로 유명한 토블론(Toblerone)이 초콜릿 사이 간격을 넓힘으로써 많은 사람의 비난을 받았다. 간격이 촘촘하여 부러뜨리기 힘들다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방도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용량을 줄이기 위해 디자인을 변경한 것이었다. 소비자가 화를 낼만 하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눈치챘는가? 하지만 안심하시라, 영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아마 영국인들은 우리의 질소 과자와 같은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식품의 형태는 가격, 원료 등 다양한 외부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토블론 초콜릿은 비용절감을 핑계로 디자인을 바꾸는 꼼수를 부렸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탈리아 디자인 스튜디오 ‘파필라(Papila)’는 사람들의 먹는 방식을 반영하여 귀여우면서도 실용적인 푸드 디자인을 선보인다.
파필라는 식품, 그릇, 가구 등 음식과 관련된 디자인을 하는 스튜디오다. 이들이 디자인한 식품 중에는 우유나 커피에 찍어 먹기 편하도록 손잡이 모양이 있는 쿠키(Dipit)와 커피나 차에 쉽게 녹일 수 있도록 막대 사탕처럼 만든 각설탕(Sugarstick) 등이 있다. 파필라의 디자인 중 사람들의 식습관을 잘 반영한 음식은 ‘Breadbritte’다. 유럽 사람들이 접시에 남은 소스를 빵으로 긁어모아 먹는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 빵은 수세미 모양으로 제작되었다. 사람들의 먹는 모습을 관찰하여 이를 디자인에 적용하는 파필라의 작업은 왠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좌) Dipit by Berta Riera, (우) Sugarstick by Alberto Arza (사진 제공: Papila)
Breadbritte by Proyecta (사진 제공: Papila)
오브제로서 푸드 디자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음식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한편으로는 음식을 자신의 창작활동을 위한 ‘오브제’로 여기는 디자이너도 있다. 마치 포스터나 영상을 만들듯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음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디자인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넨도(Nendo)는 ‘2015 메종 오브제 파리(2015 Maison & Objet PARIS)’에서 독특한 형태의 초콜릿인 ‘쇼콜라텍스처(Chocolatexture)’를 선보였다. 26mm 정육면체 크기의 초콜릿의 형태는 방울방울(tubu-tubu), 매끈매끈(sobe-sobe), 삐쭉삐쭉(toge-toge) 등 9가지의 감촉을 나타내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쇼콜라텍스처.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방울방울, 매끈매끈, 삐쭉삐쭉, 까칠까칠, 데굴데굴, 서벅서벅, 숭숭, 뚝뚝, 둥실둥실 (사진 제공: 넨도, ©Akihiro Yoshida)
‘방울방울’을 표현한 초콜릿은 동그란 알맹이가 모여있는 형태로, ‘매끈매끈’을 표현한 초콜릿은 모서리가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로 되어있다. 또 삐쭉삐쭉은 뾰쪽한 가시 모양이다. 형태를 보며 디자이너가 어떤 단어를 표현했는지 알아맞히는 재미도 있다. 왠지 쇼콜라텍스처의 식감은 각 초콜릿이 나타내는 촉감과 동일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아까워서 먹을 수나 있을까. 장식장에 고이 모셔두고 싶은 초콜릿이다. (사진 제공: 넨도, ©Akihiro Yoshida)
넨도의 쇼콜라텍스처가 ‘음식’과 ‘디자인 오브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았다면, ‘KUF 케이크(KUF Cake)’는 더욱 ‘오브제’에 초점을 맞춘다.
영국 디자이너 키아 우츤-프랭크(Kia Utzon-Frank)가 디자인한 KUF 케이크는 대리석으로 만든 기하학 조각처럼 생겼다. 인테리어 소품처럼 보이는 이 케이크는 모두 식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디자인에 따라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약간씩 달라지지만, 주로 케이크 속 마블 모양은 서로 다른 맛의 아이싱 반죽 시트를 서로 번갈아 가며 쌓아 만든다. 표면의 대리석 모양은 마지팬(아몬드와 설탕을 분쇄하여 혼합한 반죽 상태의 과자)와 식용색소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모두 디자이너인 키아가 직접 만드는데, 원하는 모양을 내기 위해 수많은 실패와 연습을 거듭했다고 한다.
누가 케이크라고 말해주지 않는다면, 아마 모든 사람이 대리석 조각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사진 제공: KUF Studio, ©OWEN SILVERWOOD)
디자이너 키아 우츤-프랭크는 케이크를 잘랐을 때도 일관된 경험을 위해서 내부 빵의 디자인도 세심하게 신경 쓴다. (사진 제공: KUF Studio, ©Dunja Opalko)
독특한 푸드 디자인을 선보이는 마르티 귀세(Marti Guixe)는 “음식이야말로 사회에 가장 중요한 오브제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다”라고 했다. 물론, 디자이너는 요리사처럼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실용적으로, 때로는 예술적으로 접근한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푸드 산업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쉽게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