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이후 지금까지 FIAP가 후원하는 공모전에서 총 478회나 수상할 정도로 공모전에 집중해온 사진가 류신우. 그를 만나 공모전 입상 비결과 국내외 사진공모전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Lower Antelope Canyon, 핀란드 〈8th Finland International Digital Circuit〉 은상
세계 곳곳에서는 국제사진연맹(FIAP)가 후원하는 사진공모전이 열리고 있다. 최근 이러한 사진공모전에서 두각을 보이는 사진가가 있으니, 그가 바로 류신우다. 국제사진연맹(FIAP)이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사진예술단체로는 유네스코가 승인한 세계 유일의 NGO 기관이다. 정치, 이념, 인종, 종교적 성격을 배제한 사진 이벤트를 통해 사진예술을 증진한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류신우는 이런 FIAP의 자격증(Artist FIAP)을 취득한 한국 최초의 사진가이자, FIAP가 주최하는 국제사진공모전에서 478회(금상 5회, 은상 1회, 동상 2회, 가작 14회)나 수상한 열혈 사진가다.
주로 어떤 사진을 촬영하는가?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풍경사진을 많이 찍는다. 또한, 국제사진예술무대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고궁과 축제 현장도 많이 다니고 있다. 사진 촬영 시 주안점은 좋은 피사체를 만나면 제일 먼저 주제를 찾고, 그것에 맞게 부제를 찾는다는 것이다. 부제와의 시너지효과로 인해 주제가 더 돋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얼마전 국제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남한산성 소나무’ 사진이 있다. 2004년 우연히 이 소나무를 발견했는데, 그 이후부터 아침 안개가 있다는 일기예보를 접하면 그 즉시 남한산성에 갔다. 그러다가 2013년 5월, 새벽안개가 소나무를 감싸고 있는 사진을 찍게 됐다. 그런데 부제 하나만으로는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등산객들을 한 명씩 카메라에 담았고, 마침내 만족스러운 순간을 포착했다. 작품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셈이다. 등산객의 모습이 풍경과 어우러져 인상적이라는 평을 들은 사진이기도 하다.
건설, 토목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사회 초년 시절 다목적댐 건설 사업에 종사했다. 댐건설은 거대한 자연 친화적 인공조각(예술작품)을 만드는 일이다. 일을 하면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주 접하다보니 점차 토목기술사에서 사진가로 인생의 길이 바뀐 것 같다.
Namhansanseong, 슬로바키아 〈Bardaf International Exhibition 2016〉 금상
다수의 FIAP 후원 사진공모전에 참여하고, 또 상을 많이 받았다.
국내외 명소를 다니면서 디지털 사진 파일을 컴퓨터에 저장만 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파일들이 먼 훗날 인터넷 휴지통으로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저장돼 있던 사진 파일을 하나씩 끄집어내 골동품을 감정 받는 심정으로 FIAP가 후원하는 국제사진공모전에 출품했다. 국제사진공모전에 참여하는 데 드는 비용이 국내 공모전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도 한 몫 했다. 물론, 일반 국제 사진공모전에 참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금에 관계 없이 사진작가 칭호를 받는 사람들이 모여 경쟁하는 권위 있는 대회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싶었다.
FIAP 후원 공모전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 공모전에 활발히 참여했다. 서울특별시사진대전, 경기도사진대전, 경상북도사진대전 같은 한사협 주관 공모전과 일반 사진공모전에서 80여회 수상했다. 2006년 한국경제신문 주최 ‘제2회 사진 콘테스트’에선 대상도 수상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국내 공모전 참여 비율을 점차 줄였다. 그리고 오로지 사진 촬영에만 매진했다. 그러던 중 작년에 우연히 한사협 홈페이지에서 FIAP 공모전 소식을 보게 됐고, 그때부터 다시 공모전에 열심히 사진을 제출하기 시작했다. 인맥 같은 외부적인 요소 상관 없이 오로지 작품으로만 경쟁할 수 있다는 것에 끌렸다.
FIAP 후원 공모전에 주로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가 칭호를 받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승인한 사진예술단체에서 작가 칭호를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영예로운 일이다. 상금에 상관없이 말이다. 또한, 다른 사진가들과 작품으로 경쟁할 수 있고, 공모전을 통한 정보 교류와 우리나라 사진 홍보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FIAP 공모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니 많이 도전해보길 바란다(단, 작가 칭호를 받기 위해선 한사협 가입 필수). 다양한 분야(저널리즘, 풍경, 자연, 흑백 사진 등)에서의 경쟁을 통해 사진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Horseshoe Bend, 인도 〈First Impression 2016〉 금상
국제 공모전 정보는 어디서 어떻게 얻나?
FIAP가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patronages.fiap.net)를 활용한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chronological(연대순)’과 ‘by month(월별)’를 발견할 수 있다. ‘chronological’에는 해당년도에 FIAP로부터 승인받은 순서대로 공모전이 나열돼 있고, ‘by month’에는 그 달에 진행되는 공모전이 마감 날짜 순으로 정리돼 있다.
해외 공모전 참여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해외 공모전인 만큼 참여자에겐 영어가 가장 걸림돌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단한 영어 실력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사진공모전 사이트에 접속해서 응모 규정을 찾고, 여기에 명시된 파일 사이즈 등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수준이면 충분하다. 참가비는 PayPal(온라인 결제 서비스)로만 지불이 가능하므로, 사전에 꼭 개설해야 한다. 같은 작품의 이름은 한 번 정하면 절대로 변경할 수 없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웹브라우저는 익스플로러보다 구글 크롬이 더 편리하다. 응모작품 선정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발표작만 인정하는데, 국제사진공모전은 기발표작도 응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진 정리는 필수다.
특별한 공모전 입상 비결이 있나?
분야별로 주제에 맞는 작품을 잘 선정해야 한다. 그런데 분야별 정의를 보면 아무리 영어를 잘 하더라도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지 솔직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는 공모전 사이트에 접속해서 전년도에 분야별로 수상한 작품을 보면 주제에 맞는 작품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해외 공모전이 국내 공모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국내 공모전은 대부분 분야를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공모전은 일반적으로 4개 분야(Open Color, Open Monochrome, Nature, Photo Travel)로 구분한다. 또한, 해외 공모전과 달리 국내 공모전은 ‘국내외 발표되지 않은 사진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이로 인해 우수한 작품이 기발표작이라는 멍에에 묶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다른 사진공모전에 출품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연결된다.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디지털 접수와 심사를 함께 하는 공모전을 늘릴 필요도 있다.
공모전 입상 전과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국제사진공모전에 응모하기 전까진 국내 사진계만 맴돌았다. 그러다 작년 8월 이후 지금까지 FIAP가 후원하는 공모전에 서 총 478회나 수상했더니 피사체를 담는 솜씨가 향상됐다. 최근에는 내 작업을 본 뒤 FIAP 공모전에 도전하려는 사진가들이 늘어나, 그들로부터 사진 개인 지도 요청도 종종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사진계 관련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사진예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성 사진가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아날로그 시대에 안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성 사진가들이 다양한 분야별로 우수한 젊은 엘리트 사진가들의 창의적인 작품을 발굴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국내에서만 머물지 말고, 세계 사진무대에 진출하여 세계 사진예술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우리 사진예술을 널리 알렸으면 한다.
경북대학교 겸임교수이자 현재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최초 국제사진예술연맹(FIAP) 사진작가다. 1943년 안동하회마을 출생. 서울대학교 농공학과를 졸업했다.
에디터_ 박이현
디자인_ 김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