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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봄바람 따라온 프랑스 지역예술

2017-04-11

 

 

 

프랑스의 지역예술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마련됐다. 바로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5월 20일까지 열리는 ‘What is not visible is not invisible: 프랑스 지역자치단체 현대미술 컬렉션’이다. 

 

(왼쪽부터) 로랑스 가또(Laurence Gateau, FRAC 루아르 지역 디렉터), 베르나르 드 몽페랑 Bernard de Montferrand (FRAC 아키텐 및 Platform 회장), 안 끌레르 뒤프라(Anne-Claire Duprat, Platform 사무총장).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왼쪽부터) 로랑스 가또(Laurence Gateau, FRAC 루아르 지역 디렉터), 베르나르 드 몽페랑 Bernard de Montferrand (FRAC 아키텐 및 Platform 회장), 안 끌레르 뒤프라(Anne-Claire Duprat, Platform 사무총장).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What is not visible is not invisible: 프랑스 지역자치단체 현대미술 컬렉션’은 FARC(프랑스 지역자치단체 현대미술 컬렉션)에 소장된 2만 6천여 점 중 선별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FARC은 프랑스의 지역예술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1982년 설립되어 지역자치단체별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여타 미술관과는 다르게 정해진 전시 공간에서만 작품을 소개하지 않는다. 프랑스 거주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현대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지역협회,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유적지, 공원 등 다양한 장소를 찾아가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What is not visible is not invisible’은 줄리앙 디스크리 작가의 동명 작품 제목에서 영감을 받았다. 언뜻 보기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 벽 앞쪽으로 세 개의 적외선 전구가 천장에 달려 있는 형태인 이 작품은 관람객이 전시공간에 들어옴과 동시에 전구에 불이 켜지며 자외선 불빛으로 ‘What is not visible is not invisible’이라는 문구가 보여지게 된다. 이외에도 압살론, 한스 옵 더 벡, 루이지 벨트람, 미셸 블라지, 루이 깐느, 마틴 크리드 등의 회화와 설치, 영상 작품 30여 점을 볼 수 있다.

 

줄리앙 디스크리(Julien Discrit), What is not visible is not invisible, 2008, Light, invisible ink, UV paint on a wall, UV lamp, motion sensor,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49 Nord 6 Est – FRAC Lorraine, Metz © Julien Discrit and National Museum of Singapore

줄리앙 디스크리(Julien Discrit), What is not visible is not invisible, 2008, Light, invisible ink, UV paint on a wall, UV lamp, motion sensor,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49 Nord 6 Est – FRAC Lorraine, Metz © Julien Discrit and National Museum of Singapore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기는 건 바닥에 놓인 귀여운 고양이들이다. <Photomatou>(2004)은 7종의 포스터로 구성된 설치작업으로, 관람객이 가져갈 수 있도록 제공된다. 작가에 따르면, 관람객들은 포스터 중에서 자신과 가장 닮은 얼굴을 알아보고 가져간다고 한다.

 

2층 전시 전경.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사진에서 아래 부분 포스터 7종이 해당 작품이다.

2층 전시 전경.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사진에서 아래 부분 포스터 7종이 해당 작품이다.


 

조아킴 모가라의 <Perpetual Bouquet>는 전시 큐레이터가 화병, 받침대와 꽃을 선택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기관이 꽃다발의 관리를 맞는다. 작가가 창작한 이 작품은 절대로 똑 같은 적이 없다. 이 작품에 존재를 부여하는 이들의 모습을 반영한 일종의 자화상인 것이다. 클로드 루토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전시할 각각의 기관이 만든다. 전시의 주체가 되는 기관은 전시 작품의 최종 결과를 결정하는 데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조아킴 모가라(Joachim Mogarra), Bouquet perpétuel, 1988, Bunch of flowers, pedestal, vase,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FRAC Aquitaine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조아킴 모가라(Joachim Mogarra), Bouquet perpétuel, 1988, Bunch of flowers, pedestal, vase,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FRAC Aquitaine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클로드 루토(Claude Rutault), Definition / Method 131. Surrounding the painting, 1973 / 1981, Paint on frames, Variable dimensions, *Philippe Tirault 소장품 중 고영훈 작가 작품 사용. Collection FRAC Auvergne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클로드 루토(Claude Rutault), Definition / Method 131. Surrounding the painting, 1973 / 1981, Paint on frames, Variable dimensions, *Philippe Tirault 소장품 중 고영훈 작가 작품 사용. Collection FRAC Auvergne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3층으로 올라가면 녹색 풍선이 가득한 방이 눈길을 잡아 끄는데, 마틴 크리드의 작품이다. 관람객은 단색의 형태 없는 구체의 바다인 작품 안을 돌아다닐 수 있으며, 예술이 물리적 경험과 구성물 사이 어딘가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Work n°262, 2001, Balloons,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FRAC Languedoc-Roussillon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Work n°262, 2001, Balloons,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FRAC Languedoc-Roussillon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4층에서는 리샤르 포게의 <Series of 12 Figures>를 볼 수 있다. 유명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12개의 실루엣(단, 이번 전시에서는 5개의 시리즈)을 표현했다. 이 실루엣들을 스코글리터 패턴의 비닐스티커 위에 겹쳐 놓음으로써 관람객이 즐거우면서도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리샤르 포게(Richard Fauguet), Series of 12 figures, 1997-2001, Sticky venilia paper on a wall,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les Abattoirs-FRAC Midi-Pyrénées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리샤르 포게(Richard Fauguet), Series of 12 figures, 1997-2001, Sticky venilia paper on a wall, Variable dimensions. Collection les Abattoirs-FRAC Midi-Pyrénées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루이지 벨트람의 <Gunkanjima>다. 우리에게는 군함도로 잘 알려져 있는 하시마 섬은 19세기에 석탄이 발견되면서 전례 없는 산업 및 도시 실험이 일어난 곳이다. 1940년대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징용당한 곳이기도 해, 마음에 더욱 와 닿는다. 작품은 군함도의 다양한 역사적 시설을 되짚으며 섬의 실제 역사를 증명한다.

 

루이지 벨트람(Luidgi Beltrame), Gunkanjima, 2010, Single channel video, sound, 34

루이지 벨트람(Luidgi Beltrame), Gunkanjima, 2010, Single channel video, sound, 34' 45


 

앞서 소개한 작품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전시장을 방문하면 더 신선하고 다양한 프랑스의 현대미술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5월 20일까지로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까딱 잘못하다가는 놓칠 수 있으니 조금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기분 좋은 봄날, 자유로운 예술의 나라 프랑스로 떠나기엔 우리가 처한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가 않으니,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느낌이라도 내보는 건 어떨까.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송은아트스페이스(www.songeunartspac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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