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현대 비디오 아트의 대가 빌 비올라(Bill Viola)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피렌체라는 도시의 고전미와 빌 비올라 작품 사이의 조화는 더없이 특별한 경험을 전달한다.
전시는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작품이, 어디에 전시되는가도 중요하다. 작품과 잘 어울리는 전시 공간은 작품의 의미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피렌체 팔라초 스트로치(Palazzo Strozzi) 미술관에서 열리는 빌 비올라의 회고전
‘일렉트로닉 르네상스(Electronic Renaissance)’는 작품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잘 보여주는 예다. 르네상스 건축의 특징을 그대로 보존한 미술관의 고전적인 분위기는 빌 비올라 작품의 철학적 의미와 영적 느낌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에서 감상했을 때와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관람객은 파올로 우첼로(Paolo Uccello)의 〈홍수〉(1439-40)를 보고 난 뒤, 바로 빌 비올라의 〈폭우(The Deluge)〉(2002)를 감상하게 된다.
빌 비올라, 〈도치된 탄생(Inverted Birth)〉(2014). 미술관의 고요함은 작품의 영적 분위기를 돋보이게 한다.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 빌 비올라에게 영감을 주었던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 원작과 비올라의 작품을 병치하여 전시한다는 점이다. 폰트로모(Pontormo), 마솔리노 다 파니칼레(Masolino da Panicale)와 같은 르네상스 거장의 작품과 나란히 놓인 빌 비올라의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대의 긴밀한 연결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경험과 연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팔라초 스토리치 미술관은 피렌체의 다른 미술관-우피치 미술관(Uffizi Gallery), 뮤제 델로페라 델 두오모(museo dell’opera del duomo)-와 협력하여 전시를 확장했다.
폰트로모의 〈섬모 마리아의 성 엘리사벳 방문〉(1528-29)과 빌 비올라의 〈인사(The Greeting)〉(1995).
마솔리노 다 파니칼레 〈피에타〉(1424)를 참고한 〈출현(Emergence)〉(2002). 빌 비올라는 종종 고전 회화를 참고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2013년도 작 〈man searching for immortality/woman searching for eternity〉에서 루카스 크라나흐(Lukas Cranach) 〈아담과 이브〉(1528)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르네상스 미술에서 영향받은 빌 비올라의 작품 세계를 알 수 있다. 전시 제목이 ‘일렉트로닉 르네상스’인 이유다.
빌 비올라의 지난 40년간을 조망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와 피렌체의 깊은 인연에서 비롯되었다. 1970년대 초중반, 빌 비올라는 피렌체에 머물면서 비디오 아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따라서, 일렉트로닉 르네상스 전은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작가의 탄생이 피렌체에서 시작됨을 기념하는 전시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주최 측은 초창기 실험적인 작품부터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작품까지, 빌 비올라의 주요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올해 7월 23일까지로, 이 기간 동안 피렌체에 머물 예정이라면 꼭 들러보도록 하자.
자료제공_ 팔라초 스토리치 미술관(
www.palazzostrozz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