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4
핸드메이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직접 손으로 만든 공예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수공예품을 만드는 작가들은 어떤 경로로 자신의 디자인을 선보일까. 어디서, 어떻게 직접 만든 제품들을 판매할 수 있을까.
핸드메이트페어, 아트페어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열리는 각종 마켓에서 우리는 쉽게 이런 공예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마켓이 일 년 365일 매일 열리는 것은 아니다. 또 모든 공예작가들이 이러한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랑(www.ggrang.com)은 수공예 작가들의 장터 브랜드다. 다양한 핸드메이드 장르의 작가들이 그랑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작품을 판매한다. ‘그랑’은 ‘사람들과 동그랗게 어우러져 세상을 살아라’는 순우리말로, 현재 250여 명의 작가들이 활동, 800여 점의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랑에서는 손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판매가 가능하다. 공예 하면 떠오르는 액세서리부터 가구, 비누, 그릇 등 주방용기, 인형, 인테리어 소품 등 생활용품과 가방, 옷, 신발 등의 패션잡화, 카드, 달력, 다이어리, 사무용품, 식품과 음료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랑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수공예 제품의 거래에 특화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제각기 다른 요구 사항에 따라 제작이 이루어지는 수공예 제품의 특성에 따라 실시간 채팅으로 작가에게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등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많은 수공예 작가 및 브랜드들은 그랑에 입점해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그랑은 핸드메이드 마켓 등 다양한 행사에 참가, 작가들을 홍보하고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꺅토끼와 블랙뮤즈도 그랑을 통해 각종 페어에 참여, 소비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꽃의 향기로운 이야기, 꺅토끼
꺅토끼에서는 함혜경 작가가 탄생화를 모티브로 하나뿐인 레진공예 액세서리를 선보인다. 실공예 제품을 만들다가 지난해 3월부터 브랜드를 시작해 본격적으로 꽃을 베이스로 한 작업들을 해왔다. 현재 8~90%가 압화 작업으로, 지난 5월 초 코엑스에서 열린 디자인페스타에서는 처음으로 고체향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탄생화 퍼퓸’으로 일반적인 고체향수와 차별화를 두었다.
‘꺅토끼’의 ‘꺅’은 깜찍하고 귀여운 것을 볼 때 내는 감탄사 ‘꺅!’이기도 하고, 함혜경 작가가 예쁜 것이나 기분 좋은 사람에게 붙이는 ‘꺅’이기도 하다. 꽃, 그중에서도 탄생화를 메인으로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꺅토끼는 ‘꺅’ 하고 외치게 할만한 아기자기한 제품들을 디자인한다.
함혜경 작가는 꽃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겨울엔 꽃이 많지 않고 또 금방 시들어버리는 특성 때문에 오래 두고 감상하고 싶은 방법을 찾다가 압화 작업을 하게 됐다고 한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색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색에는 에너지가 담겨있는데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 따라 필요한 색감이 있고, 또 색에 의해 심리적인 위안을 받으며 힘을 얻게 된다는 거다. 특히 미적으로 아름답게 조합된 색은 우리에게 이로움을 준다고.
직접 꽃을 체취하고 직접 물올림을 해 손수 색을 입히고 레진 중에서도 가장 투명하고 아름다운 크리스탈 레진으로 작업한다.
귀걸이, 목걸이 등 여러 종류의 액세서리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하늘빛 물망초다. 물망초는 2월의 탄생화지만 탄생화와 별개로 오묘하면서도 아름다운 색 때문에 구입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10월 안개꽃과 5월 조팝꽃이 그 다음으로 인기 있는 제품들이다.
꺅토끼는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 해외 바이어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레진공예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더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온라인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면서 해외시장 진출도 꾀해볼 계획이다.
블랙처럼 많은 걸 떠오르게 하는 블랙뮤즈
블랙뮤즈는 자개공예를 선보인다. 패션을 전공한 조민정 작가가 은과 자개팬턴트로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든다. 액세서리가 좋아서 직접 배우다가 브랜드를 만들었고 전통적인 우리의 것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표현해보고 싶어 자개를 선택하게 됐다.
‘자개는 검정 바탕에 올렸을 때 가장 예쁘다.’ ‘블랙뮤즈’라는 이름은 자개에 대한 조민정 작가의 이러한 생각에 ‘조민정 작가를 보면 블랙 컬러가 떠오른다’라는 지인들의 느낌이 더해진 것이다. ‘뮤즈(muse)’는 예술과 학문의 여신이지만 [mju:z]는 조민정 작가의 이름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자개작업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개성 넘치는 톡톡 튀는 작품들은 정성에서 비롯된다. 말 그대로 매 순간 ‘한 땀 한 땀’ 작업하는 과정의 반복으로 완성된다. 온도와 습도는 필수, 꼼꼼함과 인내력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업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결국 과거와 현대의 만남, 전통과 유행의 콜라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희소성이 있는 작품들로 태어났다.
조민정 작가는 펜던트 등 액세서리뿐 아니라 자개를 그림과 접목, 자개페인팅 등 스케일이 큰 리빙 디자인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자개가 지닌 현대적인 감성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서다. 최근 SNS를 통한 온라인 홍보를 시작한 블랙뮤즈 조민정 작가의 목표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지금까지 본적 없는 느낌의 자개공예를 선보이는 것이다.
블랙뮤즈는 7월 중순 세텍(SETEC)에서 열리는 서울금손페스티벌에 참여해 더욱 다양한 자개공예 제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그랑, 꺅토끼, 블랙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