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우연히 눈에 띄는 잡지를 발견했다. 한 편의 영화를 다양한 관점으로 다루는 〈프리즘오브(PRISMof)〉라는 잡지였다. 내용도, 디자인도 공을 들인 티가 팍팍 났다.
그 후, 〈프리즘오브〉를 다시 만난 건 대형서점이었다. 4호와 5호가 나란히 잡지 신간 코너에 놓여있었다. 어라? 독립잡지 아니었나? 조금 혼란스러웠다.
〈프리즘오브〉는 2015년 12월, 1호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을 시작으로 올해 6월, 5호 〈아가씨〉까지 출간한 잡지의 신생아다. SNS와 입소문을 통해 점점 알려지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벌써 대형서점에 진열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줄은 몰랐다.
이쯤 되니, 〈프리즘오브〉를 만드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6월의 어느 날, ‘프리즘오브프레스(PRISMofPRESS)’의 유진선 공동대표와 유세연 헤드 디자이너를 만났다.
프리즘오브 2호 〈이터널 선샤인〉와 3호 〈화양연화〉
안녕하세요.
유진선 안녕하세요. 저는 발행인이자 프리즘오브프레스 공동 대표인 유진선입니다.
유세연 안녕하세요. 저는 헤드 디자이너 유세연입니다.
먼저, 〈프리즘오브〉의 뜻이 뭔가요?
유진선 프리즘(Prism)과 전치사 오브(of)를 합친 거예요. 일부러 전치사를 넣어서 뒤에 어떤 단어가 와도 말이 되도록 했어요. 풀어 설명하면, ‘모든 것의 프리즘을 담는다’인데요, 영화 한 편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는다는 걸 의미해요.
처음 봤을 때, 디자인에 신경 쓴 티가 나서 디자이너가 만든 잡지인 줄 알았어요.
유진선 처음에는 대학생이었던 저와 친구들이 ‘관객 입장에서 영화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는 마음에 영화 상영회 같은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어요. 그러다가 종이 매체로 영화를 깊게 다뤄보면 어떨까? 해서 나온 것이 〈프리즘오브〉이고요. 영문과, 국문과, 신방과가 모여서 기획만 하고 있다가 우연히 알게 된 디자이너가 합류하면서 시각적인 정체성이 잡혔어요.
지금 총 몇 명이 만들고 있나요?
유진선 저와 또 다른 공동 대표 1명, 디자이너 2명, 에디터 2명. 총 6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멤버들은 어떻게 모이게 된 건가요? 다들 배경이 다르던데요.
유진선 저는 원래 영화 수입사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화 제작이 아니라, 소비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멤버들은 인문학과 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둘 다 영화에 매력을 느끼는 학문이죠. 디자이너에게는 레퍼런스가 되는 영화가 있고, 인문학 전공자들은 적어도 한 번씩은 영화 분석 글을 접해보거든요.
유세연 저는 〈프리즘오브〉의 초대 디자이너(지금은 에디터로 있다.)가 제 절친이어서 이 잡지를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다 지켜봤어요. 또, 친구가 편집디자인에 대해서 저한테 많이 물어보기도 했고요. 저도 원래 편집디자인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취업할 때가 되니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프리즘오브〉가 정기 발간으로 결정되면서, 같이 하자는 제안이 왔어요. 그럼 이 기회에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마음에 수락했어요.
유진선 잡지가 나오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된 것이 바로 사람이었어요. 맨 처음 콘텐츠 기획이 60~70% 정리되고 어떻게 전달한 것인지를 고민할 때 디자이너를 만나게 되었고, 3호를 출간했는데도 여전히 출판 업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차에 세연씨가 합류했거든요. 적정 시점에 적절한 분을 만나서 콘텐츠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어요.
한 권을 제작하는데 기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유진선 작년이랑 올해랑 비교하기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작년에는 모두 본업이 따로 있어서 회의만 정기적으로 하고, 업무는 각자 했었거든요. 그런데 올해 2월에 정기 발간을 위해 각자 일을 그만두고 모인 후부터는 5주를 기본 제작 기간으로 잡고 있어요.
디자인 작업 기간은요?
유세연 글이 들어오면 바로 디자인을 시작해요. 그래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3주 정도 걸려요. 저는 편집디자인과 조금 러프한 일러스트를 담당하고요, 다른 디자이너는 꼼꼼하게 그려야 하는 일러스트를 담당하고 있어요.
4호 〈마미〉의 일러스트. 〈프리즘 오브〉의 그림은 모두 내부 디자이너들이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그린 것이다.
영화 스틸 컷이 전혀 없는 영화 잡지라는 점이 매우 독특한데요.
유진선 영화 잡지를 만들자고 결정했을 때, 다른 잡지들 사이에서 우리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어요. 예를 들어 〈아노〉라는 잡지는 영화 전공자의 평론을 싣기 때문에 스틸 컷이 흑백으로 작게 들어가도 독자들이 이해하거든요. 또, 〈씨네 21〉처럼 영화 스틸 컷을 넣기에는 저작권이 부담되고요. 그렇다고 해서 사진을 찍어서 사진집처럼 내자니 영화잡지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의견이 ‘프리즘피스’였어요. 영화 장면을 재해석한 ‘작품’을 같이 느끼게 하자는 거였죠. 디자이너가 없을 때 나온 아이디어라 비주얼적인 목표보다는 차별성에 더 중점을 둔 기획이었는데, 후에 디자이너가 더 좋게 살리는 방법을 연구해줬어요.
프리즘오브 2호 〈이터널 선샤인〉의 프리즘피스. 1~3호까지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받고, 그중에서 한 작품을 표지로 실었다.
5호 〈아가씨〉의 프리즘피스. 개정한 4호부터는 한 명의 작가를 선택, 그 작가가 해석한 영화 그림을 싣는다.
프리즘피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요.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유세연 첫 번째로는 이번에 다룰 영화와 얼마나 잘 어울릴지를 봐요. 그다음에는 작업을 맡겼을 때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영화를 멋있게 해석할 작가인지를 살펴봐요. 지금까지 선정한 두 분 모두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풀어줬어요. 5호 〈아가씨〉를 그린 람한 작가는 두 주인공의 관계와 그녀들이 주변 환경에 받은 영향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와 달리 4호 〈마미〉를 그린 구루부 작가는 영화 전체 스토리라인, 영화 내부 스토리에 집중해서 풀어줬어요.
〈프리즘오브〉의 또 다른 매력은 굿즈잖아요. 아이디어가 좋고, 디자인도 예뻐요.
유진선 굿즈는 영화를 소비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영화 티켓 외에 소비하는 것은 다 굿즈로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프리즘오브〉 역시 영화를 텍스트로 읽을 수 있는 굿즈죠. 그리고 잡지와 함께 오는 굿즈는 내가 사용할 수 있거나, 장식품으로 둘 수 있는 굿즈인 거구요.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일상에서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유세연 매호 굿즈의 형태를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고, 일반 독자보다는 ‘진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뭘 좋아할까’에 초점을 맞춰요. 예를 들면, 〈아가씨〉호의 굿즈는 은장도 형태의 책갈피로 했어요.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은장도의 영화적 의미를 알 테니까요.
그러나 디자인 형태를 영화에서 직접 가져오지는 않아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는 티 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어디에든 갖고 다닐 수 있는 디자인을 하려고 해요. 때로는 영화에 상징적인 의미들이 너무 많은데 그것들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워서 상징성이 있는 오브제를 선택하기도 해요.
프리즘오브 굿즈.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 호에서는 열쇠고리를, 〈화양연화〉 호에서는 성냥갑을 주었다.
* 본 기사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자료제공_ 프리즘오브프레스(
www.prismof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