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4
떡볶이, 어묵, 튀김, 김밥, 순대. 이 음식들은 한국 분식계를 대표하는 메뉴들이다. 떡볶이와 김밥은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우리의 ‘국가대표 먹거리’로 꼽히기도 했다. 떡볶이의 매콤 달콤한 소스는 튀김, 김밥, 순대, 어떤 음식과도 기막힌 콜라보를 이룬다. 시도 때도 없이 솟구치는 이 분식에 대한 애정은 아마도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것일 테다.
이 맛있는 분식들의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그룹이 있다. 스파이시워크숍은 우리나라 고유의 로컬문화라는 익숙한 주제를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새롭게 재해석한다. 이들은 얌얌타운을 통해 떡볶이, 어묵, 튀김, 김밥 등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지금 그들의 전시가 롯데갤러리 영등포점에서 열리고 있다. ‘얌얌타운’전은 국내 최초 스트리트 푸트 캐릭터 전시로 최초 스트리트 푸드 캐릭터와 함께 추석맞이 송편 캐릭터를 일러스트레이션, 카툰, 영상 등의 작품으로 선보인다.
얌얌타운은 스파이시워크숍이 2013년 만들었다. ‘We love local’이라는 슬로건으로 한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한국의 스트리트 푸드를 디자인으로 풀어내왔다. ‘맛테리얼’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었다. 더 잘 기억되고 더 잘 불리기 위해 맛있는 소리 ‘야미야미’, ‘얌얌’을 따 ‘얌얌타운’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스파이시워크숍은 떡볶이와 호떡을 즐겨먹는 두 명의 디자이너(이동훈, 송준호)로 구성돼 있다. 사실 이들은 떡볶이와 호떡뿐 아니라 모든 분식을 좋아한다. 이들이 디자인하는 캐릭터와 콘텐츠는 우리가 길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음식만큼 다양하다. 떡볶이, 어묵, 튀김, 김밥은 물론 겨울철을 대표하는 군고구마, 계란빵, 토스트, 군밤, 꼬치 등 우리의 모든 길거리 음식이 소재가 된다.
주인공은 스트리트 푸드 캐릭터 얌얌타운, 군고구마 캐릭터 구마구마, 쌀밥 캐릭터 핍밥 등이다.스트리트 푸드의 대표 캐릭터는 뜨거운 맛을 가진 매운 떡볶이 ‘다이나마이트’, 바삭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패셔너블 고추튀김 ‘그린’, 세 명의 김밥 형제 ‘롤링김브로스’, 뜨거운 설탕 소년 호떡 ‘슈가보이’이다.
그중에서도 튀김조끼를 입고있는 고추의 모습이 눈에 띈다. 고추튀김은 이들이 처음 그린 캐릭터다.
”고추튀김을 그려서 이 작업들을 하게 됐다고 생각해요. 떡볶이를 떡볶이로만 그리고 김밥을 김밥으로만 그렸다면 분식집 메뉴판에 떡볶이나 김밥을 그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고, 고추가 튀김조끼를 입고 김밥이 숄을 두르고 있는 이야기를 만들게 됐어요. 그후 다른 음식들에도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군고구마는 따뜻한 호텔에 사는데 각각 101호, 102호에 살고요, 김밥은 추워서 계란말이 케이프를 두르고 다니는 거예요. 그렇게 이야기가 확장됐죠.”
고추튀김은 독특해서 많은 관심을 받고, 김밥, 고구마는 꾸준히 인기가 좋다. 좀더 다양한 타깃층을 고려해 탄생시킨 군고구마 시리즈 구마구마는 어린 연령층과 주부층까지 좋아하는 캐릭터로, 베이징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떡볶이보다는 떡볶이 국물을 먼저 그렸다. “’피에타’라고 있어요. 이게 한국사람만 아는건데요, 김밥, 김말이, 튀김을 자꾸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잖아요. 소스처럼 먹는건데 이게 되게 창의적인것 같기도 하고요, 그 국물을 성녀처럼 생각했어요. 식은 튀김도 다 맛있게 만들어주니까요.” 떡볶이 국물과 김밥, 튀김이 완성됐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개성있는 스트리트 푸드 디자인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들이 스트리트 푸드를 디자인하게 된 배경에는 스트리트 컬처에 대한 애정이 깔려있다. “우리가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여행에 가서 관광지를 가는 것도 좋지만 야시장에서 먹거리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는 관광요소가 될 수 있거든요. 스트리트 푸드도 스트리트 컬처라고 봐요. 고추튀김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는 것도 그런 의미이고요.”
지금이야 이렇게 인기있는 캐릭터로 완성시켰지만 캐릭터 개발을 할 땐 고충도 많았다. 우리 길거리음식들 중엔 햄버거처럼 덩어리 있는 음식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들이 대게 길어요. 떡볶이도 길고, 김밥도 길고, 닭꼬치는 그중에서도 엄청 길죠. 그런 것들은 디자인하기가 모호해요. 군고구마는 그런 점에서 큰 장점이 있어요. 덩어리가 있고 노란 색감도, 겉을 감싸고 있는 자색도 매력적이고 확실히 예쁘죠. 또 떡볶이는 여럿이 모여있어야 떡볶이 같아요. 접시나 포크를 같이 보여주어야 하고요.”
스파이시워크숍은 얌얌타운으로 우리의 길거리 음식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제 더 많은 음식들이 더 많은 장소에서 이야기 될 차례다. 로컬적인 것을 가지고 더 넓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스파이시워크숍이 작업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바다. 여러 지역, 수많은 식재료들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갖게 되지 않을까.
9월 24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9월 28일부터 11월 5일까지 롯데갤러리 안양점에서 이어서 개최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얌얌타운(yumyum-tow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