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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안녕, 구럼비

2013-01-25


지난해 12월 (사)한국디자인기업협회와 ㈜디자인정글이 공동주관 한 ‘잇:어워드(It-Award) 2012’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잇:어워드’는 디자이너와 디자인기업CEO들이 직접 선택한다는 독특한 콘셉트의 어워드로 수상작들은 디자인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뽑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작품들이 수상작 리스트에 올랐는지, 매거진정글에서 차례대로 살펴본다.

에디터 | 정글콘텐츠팀
자료제공 | 슬로워크

Jungle : ‘안녕, 구럼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에 대해 알려주신 것은 임의균 대표님이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건설로 인해 강정마을 구럼비가 죽어가고 있으니 ‘안녕’ 프로젝트에 이어 ‘안녕, 구럼비’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요. 사실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이 저도 제주 해군기지건설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물론 있었고요.

Jungle : 이번 프로젝트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로 인해 사라지게 될 생명체를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습니다.

생명체를 주제로 다루게 된 것은 슬로워크 ‘안녕’ 프로젝트의 영향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제나 사람들의 싸움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생명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다만, '안녕'프로젝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안녕, 구럼비'의 12가지 생물 모두가 멸종위기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료 조사 과정에서 구럼비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 중에서도 멸종위기종에 속하는 생물들만이 기사화되고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살 곳을 잃고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공존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생물 12종의 그래픽을 먹색 면과 백색 점선으로 표현한 것 또한 먹색 면은 구럼비 바위를, 백색 점선은 구럼비 바위를 터전으로 살아온 수많은 생명들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Jungle : ’안녕, 구럼비’프로젝트는 많은 사람들의 후원과 관심을 이끌어낸 결과물입니다.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첫째는 포스터와 포스터의 PDF 파일을 CCL로 무료 배포했던 점이 긍정적인 역할을 차지했던 것 같고, 두 번째는 슬로워크의 블로그를 통해 진행과정을 공유함으로써 함께 고민해볼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것을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달력과 인포그래픽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던 점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Jungle : 슬로워크에서는 4대강 사업 문제를 다룬 ‘안녕’을 비롯해 ‘안녕,구럼비’까지 자체적인 목소리를 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슬로워크는 창립 초기부터 대부분의 인쇄물을 재생지와 콩기름 잉크로 사용하는 등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디자인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안녕’ 프로젝트와 ‘안녕 구럼비’ 등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을 환경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것 또한 그 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이러한 프로젝트의 디자인 결과물을 CCL(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로 공개하고 무료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참고: ‘안녕’ 프로젝트는 4대강 개발 사업으로 멸종 위기에 놓여있는 법정보호종 동•식물 12종을 알리기 위한 그래픽 포스터로,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사라져 가고 있는 4대강의 생태 습지로서의 가치를 알리고자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Jungle : 슬로워크에서 진행한 대표적인 프로젝트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사단법인 씨즈(seed:s)’와 ‘하자센터’가 함께 진행한 '청년(등)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의 포스터로 35개 청년 창업팀의 특징을 살려 각 팀의 포스터를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사업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35개 팀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간략하고 재미있는 포인트를 찾아가는 것이 즐거웠던 작업입니다. 해당 이미지는 1차 가이드 디자인 시안으로 통과한 2개 팀의 포스터입니다. 간략한 이미지 구성으로 인해 추후에 35개 포스터에 대한 다른 디자이너와의 공동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던 작업입니다.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의 2012년 사업성과를 소개하는 포스터형 브로슈어로 새로운 형식의 인포그래픽 디자인을 시도해 볼 수 있었던 작업을 했습니다. 붉은색과 녹색의 점만으로 그래픽요소를 만들어 사랑의 열매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였고 기존 인포그래픽과는 다른 접근방식으로(빈부격차를 한문으로 표현한다거나 외식횟수를 밥그릇 갯수를 표현하는 등) 인포그래픽에 새로운 재미를 더하려 했던 작업이었습니다.

Jungle : ‘안녕, 구럼비’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간혹 슬로워크의 디자이너들이 환경운동가나 사회운동가로 비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슬로워크의 디자이너들도 여느 디자이너들처럼 디자인에 대한 열정으로 디자이너가 된 사람들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환경이나 사회문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고 전달해 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자연스레 갖게 된다는 것 일 텐데요.

‘안녕, 구럼비 프로젝트’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디자인 작업뿐만 아니라 슬로워크 블로그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와 안녕, 구럼비의 작업 과정을 소개할 때에도 글자 하나, 사진 한 장도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담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안녕, 구럼비’ 프로젝트가 지속적이고 다양한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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