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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미술관에서 만나는 우리 동네 이야기

2013-04-09


영화 ‘건축학개론’의 첫 수업시간, 건축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삶의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건축이라고 한다면, 동네에서 건축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건축이라고 하면 일상적 공간이 아닌 유명한 건물들을 떠올리기 쉽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오는 8월 25일까지 이어질 ‘진례다반사’ 전은 이와는 달리 미술관이 있는 동네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술관이 위치한 경남 김해시 진례면을 미술관으로 개입시켜, 건축가, 조경가, 도예가, 설치 미술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7팀의 작가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전유하게 만든다. 진례의 공간을 살피기 위해 그들이 하는 방법은 리서치를 하거나, 사소한 삶의 모습을 살피는 것에서부터 사람들과의 인터뷰 등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들이 특정한 한 공간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진중한 태도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http://www.clayarch.org)

진례는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이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공간은 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도 대부분 이러한 작은 동네이다. ‘진례다반사’ 전시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진례라는 공간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진례로부터’를 시작으로, 진례 사람들의 일상과 이야기를 만나는 ‘일상-현장과 기록’, 진례를 자연과 역사의 측면에서 바라본 ‘다반사-자연, 역사 그리고 건축’ 등이다. 이 세 개의 이야기들은 동네와 삶이라는 측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보여준다. 작가들의 작업은 한 풍경 안에서 어우러지면서, 딱딱한 나열 형식을 벗어났다.

‘진례로부터’에서는 진례라는 지역이 갖고 있는 형태를 발견하고, 재해석해나간다. 진례는 분청도자의 고장이었으며, 현재에도 전통적인 공방들도 남아 있는 곳이다. 한편 시골과 도시의 사이에 위치해, 급격한 변화를 보인 곳은 아니었다. 시외로 향하는 큰길과 시골 길의 만남 등을 느낄 수 있는 등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설치미술가 고영택의 ‘낯설은 풍경’은 진례에 있는 다양한 건물 지붕들을 전시장에 옮기면서, 그곳에서 만난 소리들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또한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에 따라 움직이는 거울 조각을 배치함으로써 일상에서 우리가 스쳐 지나갈 사소한 감각들을 통해 ‘낯설은 풍경’을 환기시켜준다.

일상-현장과 기록’에서는 진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례라는 공간에 다가가는 작업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동네 사람들, 건축을 말하다’를 주제로 이미 다양한 지역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신아키텍츠는 진례에서도 직접 주민들과 호흡하는 방식을 택했다. 진례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식지를 제작하고, 그들이 사는 공간을 기록해 다시 지도 위에 표현하는 등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교감을 시도했다.

‘다반사-자연, 역사 그리고 건축’에서는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흔한 일상이 일어나는 공간을 숲과 허공에 뜬 집 등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려 했다. 김아연의 ‘우리 마을 숲’은 마을 입구에 자리한 오래된 고목을 통해 진례의 역사와 이야기를 대신하고자 한다. 고목은 오래 전부터 마을을 지키는 상징이며 역사였다. 또한 그 앞에 놓인 넓은 평상은 동네 사람들의 광장 같은 공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나무들로 이어진 숲을 통해 진례라는 공간을 하나로 이어준다.

와이즈건축의 ‘진례와 금호동에서 모여 살기’는 진례와 금호동의 모습을 모형으로 재현한 작업이다. 관람객들은 허공에 떠 있는 모형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공간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갖게 된다. 서로 다른 역사와 배경을 갖고 있는 금호동과 진례를 자연스럽게 잇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진례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우리의 삶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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