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2
9월 26일부터 내년 1월 18일까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현대도예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2014 아시아현대도예’ 전이 열린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대만, 그리고 스페셜 게스트로 초청된 체코의 현대도예를 엿볼 수 있는 장인 본 전시에서 같은 문화권 아래에 있지만, 같은 듯 다른 참가국들의 도예의 현재 흐름을 감상해볼 수 있다.
에디터 | 박유리(yrpark@jungle.co.kr)
사진제공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현대 도예가들의 작품을 조명해 도자공예 및 조형예술의 트렌드와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는 ‘2014 아시아현대도예’ 전에는 동아시아 42개 대학 도예전공 교수와 대학원생,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클레이아크김해 돔하우스의 중앙홀과 로비, 갤러리 1에 진열된 우리나라의 현대도예를 시작으로 2층에 위치한 갤러리 2에서 중국, 일본, 대만, 체코 순으로 진행되며, 아시아라는 문화권 아래에 있지만, 각 국의 문화적 특성에 맞게 진화한 다양한 형태의 현대도예를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색과 형태의 작품이 한곳에, 한국 도예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로봇을 형상화한 도자, 동양적인 요소를 가미했으나 그 외형은 현대적인 작품, 금과 스와로브스키 원석을 활용해 만든 작품 등 이번에 출품된 한국 현대도예의 특징은 다양한 색과 형태의 구상적 조형작품들이 많다는 점에 있다. 많은 작품 중에서도 올초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형상화한 우관호 홍익대 교수의 ‘MYTH-SCREAM’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를 형상화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우관호 교수는 이번 작품에서 인형의 두상을 사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두상에는 수많은 해골들이 새겨져 있고, 그 뒤에는 리본이 그려져 있는 이 작품에는 인재로 애석하게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들의 공포를 담아냄은 물론, 두 손 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우리네의 상황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도예 속에 현 사회의 이슈를 녹여냄으로써 관람객들과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해, 타 국가 전시와 차별화를 둔 점이 특징이다.
전통과 함께 하는 중국과 일본, 새로움을 꿈꾸는 대만
강렬한 빨간색으로 둘러 쌓인 중국 전시장에는 지역별로 유명한 5개 학교의 작품 65점이 선보였는데, 이들 작품 대다수가 전통 도자의 형식 및 기법을 전승해 차용하고, 변용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중국 전통의 기(器) 형태에 실용성을 배제하고 형태만 차용한 작품이나, 현대적인 개념으로 기호화하거나 상징화한 작품, 중국 남방 불산 지역의 전통 도자기법과 눌러 찍기 기법을 결합해 병마용, 전통 인체조각 및 혁명조각 등 중국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 등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민족주의 사조를 느낄 수 있는 작업들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4개국 중 현대도예를 먼저 시작한 곳이자 오랜 도자 역사가 존재하는 일본답게 현대와 전통의 융합이 잘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여러 가지 타입의 작업을 시도하는 학교 중 현대도예를 전문으로 하는 9개의 학교를 선정, 작품을 선별했다. ‘현대’ 도자라고 해서 전통을 등한시하기 보다는 전통의 일부를 그릇이라는 형태에 빌어 현대적인 예술이 되고자 하는 일본 측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타 국가 도예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침착하고 조용한 느낌이 나는 게 특징이며 일본 현대도예의 핵심인 정밀한 기교, 기술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귀여운 팬더부터, 반달곰을 형상화한 작품, 독특한 형태의 외형을 지닌 작품까지. 대만의 현대도예의 현실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도예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한국, 중국, 일본과 달리, 대만 대학에는 도예과가 개설돼 있지 않아 학부 때 도예를 전공하지 못하고, 석사 때 도자기를 전공하는 이들이 많다. 이번 전시도 석사과정에서 도자기를 전공한 학생들의 작품 위주로 꾸려졌다. 대만 도예의 경우, 실용성 있고, 다른 재료들을 혼합해 사용한 작품, 세부장식이 강조된 비정형적인 작품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서양의 문화가 접목된 도예
이번 전시에서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한 체코는 총 5점을 출품했다. 아시아권 밖의 유럽자기의 영향을 받은 체코의 경우, 백자에 대한 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비교적 짧은 역사이지만 도자의 상업화가 타 아시아 국가 못지 않게 발달한 곳이 바로 이 체코다. 체코대학에서는 주로 상업적으로 백자를 제작하는 업체들과 협업하거나 교류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데, 학생들에게는 작업의 내용과 공예의 콘셉트를 접목해 다양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체코의 세 지역에서 나오는 눈을 모아 형태를 만들고, 석고를 떠 제작한 작품처럼 실험적인 작품이 있는 반면에 그라인드 연삭으로 만든 화병처럼 실용적인 작품 등이 출품된 것처럼 실험적이면서도 상업적인 작업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 현대도예의 실질적인 흐름 및 현상을 조망하는 기획전답게 전시 오픈일이던 9월 26일에는 ‘아시아 현대도예의 시작과 변천’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이 열렸으며, 한•중•일•대만 출신 학생들의 작품을 강평하는 행사도 열리는 등 다채로운 학술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내년 1월 18일까지 열리는 본 전시를 통해 각 국의 도예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 세계의 흐름을 담은 현대도예의 미래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