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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Design as Culture

2003-12-15


오늘날 현대디자인의 흐름 중의 하나가 문화로서의 산업디자인을 재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 디자인의 발전 시기를 거쳐 현대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산업디자인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산업적 측면에서 주요시되어 왔고, 이러한 결과는 세계 디자인의 일관된 추세로서 획일적인 가치 평가를 하게 되었다. 반면에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와 지역, 국가, 민족 등 이면에 내재된 문화적 검토 시각은 별로 대두된 바 없었다.

디자인이 간결하고 세련된 조형미와 합리적 기능성 보다도 사용환경 문화와 얼마나 잘 적응되고 있느냐, 나아가서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디자인을 문화적 시각으로 새롭게 접근한 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디자인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발견이 되길 바란다.

디자인을 보는 또 하나의 시각 - 새로운 디자인의 지혜 발견
20세기 현대 디자인의 주된 관점은 기능과 조형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아름다운 형태와 우수한 기능은 현대인에게 정신적, 물리적 만족감을 주며 생활의 질을 높여 왔다. 따라서 현대 디자이너들은 전세계 어디서나 이러한 가치 기준으로 제품을 디자인하여 왔고, 디자인에 대한 모든 평가 역시 이러한 잣대로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였다. 우수 디자인에 관한 문헌자료나 전시는 각국의 다양한 회사들이 내놓은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디자인들을 이와 같은 가치 기준에 의해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현대 산업디자인 속성상 산업 발달의 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기술이 앞선 일부 선진 산업국가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번에 제시된 우리의 시도는 '20세기 디자인의 결과물을 위와 같은 일관된 시각에서 벗어나 각도를 달리하여 본다면...' 하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은 나름대로 독특한 생활상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산업기술의 발달 정도와 상관없이 그들만의 필요를 충족하는 훌륭한 디자인을 존재하게 하였다. 기능과 조형의 일반적인 디자인 평가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독특한 문화적 배경 아래 발전되어온 결과물 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고유 문화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러한 의문과 이에 대한 풀이의 과정이 바로 본 전시에서 보여 주고자 하는 바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전세계의 독특한 문화권을 대상으로 생활문화적 속성과 관련된 가치 기준을 마련하였으며, 이는 버내큘러(Vernacular)라는 키워드를 프리즘 삼아 해석되었다. 새로운 가치 기준에 의해 발굴된 사례들은 이해를 돕기 위해, 크게 '버내큘러 오브제'와 '버내큘러 디자인'으로 나뉜다. 버내큘러 오브제는 디자인 교육을 받은 디자이너나 그들로 구성된 디자인 조직이 관여하지 않은 채 생산된 오브제이며, 버내큘러 디자인은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직업의식을 지닌 사람들과 그들의 사회조직의 관여 아래 생산된 오브제를 말한다. 또한 '버내큘러 오브제'는 산업혁명 이전의 공예 사물들을 지칭하는 '전통적인 버내큘러 오브제'와 근대 초기와 오늘의 시대에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지 않고 생산되고 있는 '모던/컨템포러리 버내큘러 오브제'로양분된다. 각 사례들의 발굴과 구성 작업은 우리의 새로운 시각에 대한 제안을 토대로 각 문화권의 전문가, 대표적 기업 등이 참여하여 문화교감의 의미를 더하였다.

더불어 이와 같은 시도는 발굴한 사례들을 버내큘러라는 키워드에 묶어 획일적으로 재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며, 또한 용어의 정의에도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만 한 세기의 디자인을 평가하는 획일적 시각에서 다소 벗어나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풀이하는 접근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디자인의 지혜를 발견하자는 것이다.


01. 무릎에 체크무늬 담요를 덮고 차를 마시는 영국인들에게는 무릎에 놓는 티 테이블이 절실하다. 지형에 상관없이 수평을 유지할 수 있는 뛰어난 테이블이다.

02. 목각의 이 술잔은 여럿이 함께 모여 술을 마시는데 사용된다. 각자의 사용처를 정해 놓고 따로 또는 같이 마시는 술잔이다.


03. 글 쓸 때마다 먹을 간 후 짐승의 털을 모아 묶은 붓에 묻혀 쓰던 동양에서 손잡이에 먹을 담은 붓 펜이 현대에 이르러 나왔다.

04.동남아시아의 풍성한 산림자원을 이용해 소규모 수렵 채취 기구들을 만들어 쓰고 있다. 유인하는 입구로 일단 들어온 물고기는 거슬러 나갈 수 없게 되어 있다.


05. 한국의 전통 식기인 발우의 본 쓰임은, 불교사원에서 승려들 개개인이 한 벌씩 소유하고 이를 관리하면서 매 식사 때마다 소중하고 정갈한 공양에 임하게 하는 것이었다. 발우는 크기에 따라 밥그릇, 국그릇, 찬그릇, 물그릇의 용도로 쓰이며 차곡차곡 포개어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승려의 단아한 살림에 걸맞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발우를 제작하는 데에 있어 좋은 은행나무를 고르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제작 후 잘 변형되지 않으면서도 높은 내구성을 지닐 수 있도록 적당한 경도와 탄력을 지닌 자재를 골라야 한다. 또 원목의 수분이 최소가 되는 가을과 겨울 사이에 벌채한 나무를 선택해야 완성한 후 갈라지거나 좀이 스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발우와 같이 한국의 그릇은 목기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은데, 목기 표면의 마무리는 흔히 옻이라는 나무의 진액으로 만들어진 도료를 여러 겹 칠해 습기와 벌레, 화기와 산성으로부터 오는 변형을 막는다. 옻은 4,0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동양의 재료로 옻나무의 진을 채취해 모은 칠 재료이다. 나무를 깎아 지열을 이용해 은은하게 말린 후 몇 차례 깔고 말리는 반복 작업 후 나무에서 나온 자연 재료를 나무그릇에 발라 새롭게 가공을 하는데, 인공적인 재료 없이 순수한 나무에서 나온 재료끼리의 배합을 통해 완벽한 화합을 만드는 것이다. 잘 스민 옻칠 목기는 나무의 질감과 표면을 적당히 드러내는 한편, 은은한 광택이 나는 옻칠이 나무재질을 매끈하게 덮어놓기도 하여, 종종 중용의 미(어느 한 쪽으로도 지나침이 없는 상태)를 담은 철학적 도구로 간주되기도 한다. 옻칠을 한 목기는 쓰는 과정에서 사람의 손길이 닿을수록 자연스러운 색이 배어 나오며, 옻에서 나는 동양적 향은 소나무 숲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비움Vium의 발우는 오랜 전통 그대로의 수공예 제작 전통을 따랐으되, 미묘한 불교적 실루엣에 현대적 마감을 더함으로써 동서양의 문화적 장벽은 물론, 과거와 현재의 문화적 거리를 뛰어 넘는, 클로컬라이제이션 시대의 가치와 미덕을 획득하고 있다.

06. 핀란드는 어린이 교육에 공예 교육을 세계 최초로 의무화 하였다. 그 중 연령별 발달 특성을 고려한 나무 장난감 만들기는 어린이들의 학습에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대물림을 할 정도로 단단하다.


07. 핀란드는 어린이 교육에 공예 교육을 세계 최초로 의무화 하였다. 그 중 연령별 발달 특성을 고려한 나무 장난감 만들기는 어린이들의 학습에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대물림을 할 정도로 단단하다.

08. 머리를 기대 쉴 수 있는 점은 베개 본연의 용도이나 이 도구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아프리카인의 머리장식을 할 때 쓰인다는 점이 다르다.


09.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철학의 근본이 되었던 중국문화권의 산물이다. 자연 요소인 해, 달, 불, 바람, 생명 등의 요소 중 불을 모티브로 제작한 시계이다.

10. 풍성한 육류와 넓은 뜰을 가진 나라의 식생활은 작은 부엌에서 적은 양의 고기를 곁들인 요리보다는 밖에서 고기만을 구워먹는 생활이 어울린다. 솥을 내건 듯 한 바비큐 그릴.


11. 버들가지로 만든 고리 세공품 기법으로 만든 공이다. 일반적 공이 가죽이나 플라스틱으로 되어 공기의 탄력을 담는 반면 서로 엮이는 힘으로 공의 탄력을 유지할 수 있다.

12. 건축을 비롯하여 생활소품에까지 항상 큰 것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테이블은 너무 넓어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손쉽게 서빙할 수 있는 새로운 주전자를 만들게 되었다.


13. 할리-데이비슨은(Harley-Dgavidson) 미국의 전설적인 오토바이로서 말론 브란도가 주연한' 더 와일드 번치"나 데니스 호퍼, 피터 폰다 그리고 젝 니콜슨의 "와이드 라이더" 같은 영화로 인해 유명해졌다. 이 오토바이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터의 소리만으로도 즉각 구별해낼 수 있을 것이다.

14. 일본은 고온 다습한 섬나라이므로, 전통 가옥들은 통풍이 잘 되고 습기를 방지할 수 있는 자재와 구조로 건축되어 있다. 가옥의 높이는 높으며, 목재를 사용하였고, 급한 경사의 지붕을 지닌 경우가 많다. 일본 전통 주거에서 방바닥은, 180㎝x90㎝ 가량의 짚으로 만든 매트리스인 다다미로 매워져 있다. 이 다다미의 개수로 방의 크기를 가늠하고, 방과 방 사이는 미닫이문으로 되어 공간의 개폐가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되어있다.

잘 짜여진 짚풀 매트리스인 다다미는 여름에 습기를 막아 주어 쾌적하고 겨울에는 어느 정도의 방한 기능을 담당하지만, 한국의 온돌처럼 바닥에 난방장치가 되어있는 것이 아니어서 별도의 난방 장치 없이 겨울을 나기에는 곤란한 형태이다. 따라서 일본에는 겨울나기를 도와 주는 두 가지의 난방 형태가 발전되어 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로리'인데 마루방의 바닥을 네모나게 파서 그 안에 화덕을 넣은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다다미 방에서 사용하는 화로인'고다쯔'이다. 고다쯔의 기본 이용 방식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기발하다. 전기를 이용해 보온을 유지하는 작은 용기 위에 야구라라는 나무틀을 설치하여 그 위에 이불을 덮는다. 그리고 그 이불 위에 네모난 판자를 놓아 책상과 식탁으로 사용한다. 이불을 덮어 온도를 보존하는 방법은 참으로 경제적이며 가족생활을 모아주는 차노마(거실)의 구심점으로서도 작용한다. 산업화를 진행한 다이쇼 시대에 전기 고다쯔가 등장했다고 전한다. 아직도 방들 중 하나 정도는 다다미 바닥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가정에서 전기 고다쯔는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_ 은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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