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중심으로 미투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성폭력에 노출된 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여성의전화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상담이 전년도 대비 23.5% 증가했으며 100건 중 28건은 미투 운동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비단 성폭력뿐만 아니다. 우리는 가정, 학교. 데이트 등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폭력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 이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두번째 이야기
#데이트 폭력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은 정당화될 순 없다. 데이트 폭력은 가족처럼 가까운 연인이 가해자라는 사실에 더 큰 트라우마를 남긴다. 피해자 또한 사랑하니깐, 그는 원래 안 그래 등 스스로 위로 하며 폭력에 무기력해진다.
이아리 작가는 이런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 스스로 사랑이 아닌 폭력이라는 점을 상기할 수 있도록 웹툰을 그리고 있다,
Jungle(이하 J)
데이트 폭력은 웹툰으로 그리기에 다소 무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데이트 폭력을 주제로 삼은 이유가 있을까요?
이아리(이하 이) 사실 제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되었어요.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뒤로 몇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이 종종 저를 괴롭혔어요.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는 이야기를 꺼내면 조금은 후련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처지에 놓인 분들이 이 만화를 보고 괴로운 연애를 끝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J
그래서 만화를 보다 보면 경험담인가? 싶을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가 많았던 거였군요.
이 모두 직접 경험한 것들이어서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사건과 당시의 감정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디테일한 부분은 그 당시에 썼던 일기를 다시 보면서 콘티를 짰습니다. (제가 스무 살 때부터 일기를 매일 써왔거든요.)
최근 화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 시사프로그램의 내용 일부를 가지고 왔습니다. 제가 당시에 보고 충격을 받고, 마음을 다잡은 계기가 되었던 방송이었습니다.
J
여주인공은 가녀린 체구에 만화적인 느낌의 캐릭터고 남자 주인공은 사실적인 인물 묘사에 가깝지만 얼굴 노출이 없어서 여자 캐릭터와 대비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캐릭터 콘셉트가 있을까요?
이 일단 캐릭터를 잡을 때 공통으로 중요했던 건, 실제 인물의 이미지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실존하는 그를 세상 앞에 고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업을 하다보니 두 캐릭터를 모두 만화적으로 잡으면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이 들어 남자의 무서운 모습이 표현되지 않을 것 같았고, 둘 다 실사에 가깝게 그리면 여자 주인공을 스케치할 때마다 제 모습을 그리는 느낌이 들어서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자 캐릭터는 귀엽고 단순한, 마치 인형 같은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고, 남자 캐릭터는 사실적이고 무섭지만, 얼굴 노출을 하지 않음으로써 그 전 남자친구의 외적인 이미지가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실제로 만화에서는 그의 외모뿐 아니라 교제 기간이나 나이, 직업 등 그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J
작가님이 이번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요?
이 데이트 폭력은 단순한 연인 간의 다툼으로 치부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폭력을 가할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또 피해자들이 스스로 그 관계를 벗어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많은 피해자분이 이 만화를 보면서 그 관계를 끊어낼 의지와 용기를 가지길 바랐습니다.
J
데이트 폭력을 당했거나 여주인공과 똑같은 상황에 부닥친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이 만화를 연재하면서 본인이 겪었던 일과 매우 비슷하다며 많은 분이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우선은, 그간 너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많이 힘드셨을 거라는 걸 알아요. 주변에 털어놔도, 왜 헤어지지 못하냐는 말을 들을까 봐, 혹은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맘 놓고 모든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그 아픈 연애는 그만두었으면 좋겠다고, 얼른 벗어나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당장은 허전하고 외로울지 몰라도, 그 잠깐의 외로움에 속지 말고 관계를 잘 끊어내셨으면 합니다.
혹은 그 사람이 보복할까 두렵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혼자 해내기가 버겁다면, 가까운 사람들(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를 걱정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몰래 카메라
가장 안전하고 개인적인 공간이어야 하는 화장실도 안전하지 못하다. 곳곳에 나 있는 구멍에서 카메라가 있는 건 아닐지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화장실 수호대는 자신이 직접 몰래카메라를 경험하고 스스로 몰래카메라에 대처하며 행동할 수 있도록 화장실 몰카 금지 키트를 만들었다.
“화장실 몰카 금지 키트를 만들기 전에 주변에 많은 조언을 구했어요. 어머니나 20대 중반의 친구들에게도 들었습니다. 공통으로 나온 말이 자신도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화장실에 난 구멍을 휴지로 많이 막아뒀어요. 많은 여성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몰카를 근절하기 위해 이번 키트를 디자인했어요.
이 키트로 불법촬영에 대해서 알게 되고, 늘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화장실수호대가 만든 쳐다보지 말라는 뜻을 가진 배지(Badge)
화장실 몰카 금지 키트는 불법촬영의 법적 처벌을 알리는 경고문 스티커와 구멍을 막는 소형 스티커, 카메라 구멍을 부수는 송곳, 구멍을 막는 실리콘, 쳐다보지 말라는 뜻을 가진 배지 그리고 파우치로 구성되어 있다.
이 키트는 화장실 수호대 대표가 직접 디자인을 맡아 구급약 통처럼 휴대하며 대응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공개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으며 펀딩에 성공해 화제에 올랐다.
“제가 기대하는 것은 모든 불법촬영과 불법 촬영 영상, 리벤지 포르노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불법촬영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 키트가 이슈화되어 불법 촬영이 없어지고 법과 처벌이 강화되길 바랍니다. 또 몰래카메라 판매제지가 정립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