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1
꽃과 나무, 돌 등으로 조화롭게 꾸며놓은 정원은 아름다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거문화는 물론 생활문화와 예술의 총체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정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원에서 안락한 쉼을 얻는 것도 이러한 이유인 것 같다. 자연을 갈망하면서도 도시와 문명생활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에게 정원은 꼭 필요한, 딱 적당한 공간이다.
자연과 인공을 구분하기보다 그 둘의 만남과 조화를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친근해 보였다. ‘블로잉 로맨스 인 워터 가든(Blowing Romance in Water Garden)’을 말하는 하우스오브콜렉션스(House of Collections, HoC)를 만났을 때 든 생각이었다.
삶과 예술의 경계에 물음을 던지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하우스오브콜렉션스는 현대사회의 도시인들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예술,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상 속 예술품’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유니크한 하우스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리빙 프로덕트 브랜드 ‘Art in House by HoC’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이번엔 도심 속 한가운데에 꽃이 흩날리는 로맨틱한 정원을 설치했다. 정원의 이름은 ‘블로잉 로맨스 인 워터 가든’. 도심 속 보태니컬 가든 시리즈의 두 번째 프로젝트로 복합문화공간 에이바이봄(A. by BOM)이 후원하고 하우스오브콜렉션스의 작품으로 진행되는 전시다. 인공적인 재료와 자연물의 혼합재료로 예술 가든을 구현, 자연뿐 아니라 가든과 같이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로맨틱한 조화 속에서 아름다움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풀 향기와 흙 내음, 새소리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구조물과 그 위를 장식하고 있는 꽃과 풀들을 보게 된다. 맞은편으로는 반짝이는 은빛 연못과 잎사귀와 꽃잎들로 이루어진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발걸음을 움직일 때마다 일렁이는 볕과 같은 금빛 캔버스를 지나면 본격적인 정원이 펼쳐진다.
전시의 주제가 ‘물의 정원(Water Garden)’인 만큼 전시장 곳곳에는 연못이 설치돼 있다. 물이 주는 여유와 잔잔함을 공간 전반에 걸쳐 표현한 것이다.
은빛 연못 위 버드나무는 흐드러지게 반짝이는 잎사귀를 늘어뜨리고,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100% 핸드메이드 카펫 작품이 정원의 생동감을 더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거울방’은 모네의 〈물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이다. 둥근 형태로 만들어진 이 공간에 들어서면 꽃이 그려진 거울에 둘러싸인다. 하우스오브콜렉션스가 직접 염색하고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제작한 샹들리에는 거울방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가든과 예술의 공통점은 우리에게 ‘쉼’을 준다는 점이다. 예술과 만난 가든, 예술이 된 가든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 모두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복잡한 도심 속 달콤한 휴식과 로맨틱한 낭만을 동시에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성동구 성수이로 140에서 5월 10일까지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