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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디자이너 이석태의 노란 작업실, Prototype

2004-06-29

‘건물 지하 1층에 노란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 되요.’
지하와 노란 문.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화라 생각하며 디자이너 이석태를 찾았다.
그의 작업실 이름은 Prototype.
노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칙칙한 지하라고는 생각이 들 수 없을 만큼 밝은 prototype만의 세상이 펼쳐졌다. 특별한 오브제가 나를 맞이한 것도 아닌데 노란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다닐 듯 밝은 prototype의 분위기에 압도되었고, 패션 디자이너 이석태의 작품을 보기도 전에 그의 디자인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 | 호재희 정글에디터 (lake-jin@hanmail.net )



‘직접 하신 거에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하셔도 되겠어요.’
Prototype은 공간 용도별로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천정에는 형광등의 직접적인 투사를 노란색의 노방으로 가려 세 개의 공간을 하나로 통일시키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타이백이 드리워진 한쪽 구석은 디자이너 이석태만의 작업공간.
합판으로 가려진 한쪽 구석은 옷이 만들어지는 공간.
그 사이엔 만들어진 옷을 전시하는 동시에 손님을 맞이하는 접객공간.
세 공간이 서로 자기만의 색채를 가지고 있었지만, 모두 하나의 공간임이 느껴지는 조화로운 통일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천정을 노방으로 가려 하나의 공간으로 통일감을 주었으며, 전체공간은 작업·전시·생산의 공간으로 나뉘어있었다. 디자이너 이석태씨의 작업공간은 천정에서 와이어를 내려 타이백으로 파티션을 대신했으며, 옷이 만들어지는 공간은 합판으로 파티션을 세웠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왼편에는 옷이 생산되는 공간인 chemical prototype이 위치하고 있었다.

일렬로 늘어선 유아용 의자.
이것만으로도 prototype은 재미있는 공간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이석태씨의 작업공간은 원하는 것은 어디서든 찾을 수 있게 반듯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공장의 작업실인 듯 전시회장의 한 코너인 듯 작업실 prototype은 디자이너 이석태의 작업실이자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2004년 2월 작업실의 목적으로 오픈하였고, 현재는 맞춤 고객을 중심으로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으나, 계속되는 작업을 통해 shop으로 발전시키거나, 전시회 기반으로 삼을 예정이라고.

Prototype.
특별한 의미는 없다.
모든 작품은 디자이너의 피땀어린 작업으로부터 출발하고, 그저 디자인을 위해 고민하는 작업실이란 의미를 담고 싶었을 뿐.
작은 부분 하나하나 세심한 배려 끝에 탄생한 작업실인 듯 싶었다. 이름하나도 소중한 듯 공간의 한 부분인양 전혀 어색하지 않게 ‘prototype’이라는 작업실명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었다. 길게 늘어져 있는 아동용 의자나 무명천, 노란색의 플라스틱 쓰레기통.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소재들이 조화를 이루며 prototype만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로 찾아온 선배를 보고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을 뿐, 특별한 이유나 배경은 없었다. 그날 이후, 자연스레 패션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섰지만, 쉬이 결정한 만큼 쉬운 길은 아니었다. 수도 없이 많은 순간 후회해 보았지만, 다른 길을 찾으려 떠나보아도 돌아오면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고.
평생 디자이너로 살아가리라는 생각으로 조급한 마음, 남을 이기려는 마음을 버리기로 했다. 훌륭한 디자인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무엇인가로부터 나오고, 그를 위해선 그런 마음을 방해하는 다른 마음은 버려야 한다.

디자이너에게는 두 눈에 보여지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 된다.
만나는 사람, 그 사람과의 대화, 함께 하는 일…
새로이 하는 경험들이 모두 디자인에 녹아져 나온다. 때문에 디자이너 이석태는 모든 새로운 경험을 좋아한다. 그 새로운 경험은 패션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패션뿐만 아니라, 건축, 가구, 음악, 영화 등 모든 예술 분야에 걸쳐 새로운 것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접근한다. 언젠가 패션 디자이너 이석태가 아닌 영화감독 이석태, DJ 이석태로 우리 곁에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때로는 무작정 길거리로 나가보기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디자인 영감을 받는 것은 디자이너 이석태에게는 일상이다.
특히나 새로운 자극을 위해 패션 피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보는 편이다. 보는 것으로 즐거움을 얻을 뿐 아니라, 그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이석태의 디자인 스타일은 contemporary modern.
많은 경험 끝에 얻은 스타일로 예술을 위한 옷이 아닌 이상 ‘옷’이라는 것은 대중들에게 입혀져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시장성이 있는, 많이 팔 수 있는 스타일의 것이어야 한다. 디자이너 혼자 만족하는 디자인은 그저 예술에 지나지 않는다.
주로 20-30대를 위한 여성복을 디자인하지만 남성복을 완전 배제한 여성복 디자이너는 아니다. 디자이너 이석태는 극단적인 여성성을 표현하는 옷이 아닌 남성 여성이 하나의 관념에서 나올 수 있는 디자인을 한다.
가죽 소재의 멋스러움을 좋아한다. 색상에 대한 특별한 선호는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나의 느낌을 즐긴다. 오늘은 노란색이지만, 내일은 보라색이 좋아질 수도. 이러한 변화가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매력이 아니던가.
디자이너 이석태는 prototype이 대량생산을 하는 내셔날 브랜드가 아닌 contemporary modern style의 디자이너 브랜드로 하나 하나 정성들여 손수 지은 옷이 소중한 고객에게 줄 만족감을 최우선으로 한다.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고 모두 디자인만이 내 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라 생각 하지만,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디자인을 하고 싶은 후배 디자이너들이라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노력하다 보면 분명히 기회는 온다. 그리고, 그 기회가 눈앞에 왔을 때, 절대 놓치지 말아라.’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패션산업 또한 뿌리 없이 성장했다. 바닷가 모래성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 패션산업은 조금씩 세분화되면서 선진국화 되어가고 있다. 시장상황 뿐만이 아니라, 국민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기에 디자이너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디자이너가 되고픈 열정있는 학생이라면, 언젠가 나에게 올 기회를 기다리며 늘 노력하는 자세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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