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5
세계디자인수도 서울 2010(WDC 2010 : World Design Capital 2010) 총감독을 맡은 나건 교수는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IDAS 디자인경영학과 교수다. 그의 교수실은 자문을 구하는 제자와 지인들도 늘 북적이고 나건 교수는 무엇이든 뚝딱해내는 타고난 자질과 지혜로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그런 그가 WDC 2010 총감독을 맡았으니, 주변의 기대와 관심이 높을 수밖에. 부담과 고민 많겠지만 그는 특유의 타고난 식견과 재치로 WDC2010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역시 타고난 학자요, 디렉터요, 디자이너다.
에디터 | 이찬희, 사진 | 스튜디오 salt
2007년 10월 21일 Icsid 샌프란시스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도시는 서울. 서울은 2008년 11월 8일 WDC 시범도시인 토리노로부터 WDC 타이틀을 공식 인수받으며 본격적인 WDC 2010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WDC 시범도시였던 토리노의 주요사업은 토리노지오디자인(제품), 드림(자동차), 디자인카사(도시전) 등의 전시회와 컨퍼런스, 대학생서머스쿨 등이었다. 그렇다면 WDC 2010의 주인공인 서울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모든 준비는 과연 어떤 꿈과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WDC 2010 총감독을 맡은 나건 교수를 만나 그에게서 WDC 2010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WDC, 세계디자인수도가 디자이너에게는 관심분야이지만 아직까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단어일텐데요, WDC는 무엇인가요?
WDC는 세계디자인수도라는 의미로 Icsid에서 격년제로 지정해 디자인에 있어서 우수한 도시를 세계 도시간의 경쟁을 통해 지정하는 것입니다. 디자인으로 경제, 문화발전을 이루는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서울은 2010의 세계디자인수도로 지정된거죠. 지금은 그 준비에 한창이고요. 관련된 사업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월드디자인마켓 등으로 서울의 디자인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사업입니다.
WDC 지정이 디자인서울에 가지는 의미는요?
디자인서울의 비전과 디자인서울의 추진의지에 대한 국제적인 공인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또한 세계디자인도시 서울의 세계적인 도시브랜드 제고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WDC 2010의 전반적인 추진계획은요?
4대 추진전략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WDC 기념행사입니다. 이 행사는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임을 세계에 알리는 기념행사로 ‘2010 전야제 및 시민축제’, ‘개막행사’, ‘서울디자인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야제와 시민축제는 올해 12월 말부터 내년 1월 초까지 열릴 예정이고, 개막행사는 2010년 2월 중에, 서울디자인올림픽은 올해 10월 9일 열릴 예정입니다. 두 번째는 디자인서울 기반 구축에 있습니다. 서울의 디자인 기반구축에 기여하는 WDC를 계획하고 있는 거죠. 앞에서도 말했지만 예를 들면 서울디자인자산51, 월드디자인서베이, 월드디자인마켓,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등으로 서울의 디자인적 가치를 높이는 사업입니다. 세 번째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시키는 계획입니다. 시민고객의 관심과 참여가 없이는 WDC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WDC 로고표출 등 차별성 있는 홍보와 시민참여 공모전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서울은 시민의 것이고 시민만이 서울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음을 시민과 시, 정부 모두가 인지하고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해외마케팅을 강화이며, 이를 통해 서울의 도시브랜드를 제고하고자 합니다. 2010년은 한국방문의 해이며 상해 엑스포 공동마케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민-관의 통합적인 마케팅으로 일굴 예정인데, 결과적으로 서울을 세계디자인중심도시 세계 5대 디자인도시로 진입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과정들은 서울시민들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것이고요.
WDC2010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입니까?
세계디자인 중심도시가 되는 것은 단순하게 디자인에서 우수한 도시가 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소프트서울을 지향하며 결국은 맑고 매력있는 세계도시로 향하는 과정입니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요?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WDC2010이 끝난 다음의 마스터플랜을 어떻게 짜서 이후의 서울을 계획할 것인가입니다. 그것이 제일 고민이고 이슈입니다.
시민참여는 어떻게 일굴 생각인가요? 일반인과 디자이너의 입장이 다를 텐데요.
물론 다르죠.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들만의 잔치로는 절대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미 과거에 충분히 디자이너들만의 잔치는 해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입니다. 시민의식의 성숙을 바라고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도시디자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역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시와 시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저는 시민들 다수 속에 있는 디자이너, 그 디자이너의 지인들, 그 지인들의 지인들, 이런 네트워크로 점차 퍼져나갈 수 있는 아이템을 구상중입니다. 결국 WDC 2010은 소통의 문제이거든요. 그 소통의 역할자로
<정글>
과 같은 디자인 매체들이 나서주어야 하고요.
정글>
나건 스타일 인터뷰
1. 디자인파이 키우기
학교에서 강의를 하든 책을 쓰든 WDC 2010 총감독으로 일을 하든 내가 궁극적으로 갖는 일관성 있는 지상목표는 디자인 파이 100배 키우기이다. 디자인 파이가 커지면 우리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 길이 넓어질 것이고 그러면 자연적으로 디자인산업은 선순환을 이루며 발전할 테니, 디자인학교와 관련기관, 기업들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그럼 교수들도 좋은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보람도 느끼겠고. 나는 그것을 꿈꾼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의 가장 취약점은 전략이 없다는 것. 반면 전략을 제일 잘하는 사람들은 공무원들이다. 공무원들은 무엇이든 다 플랜을 짜고 진행한다. 디자이너들과 다른 사람들, 공무원들은 구체적이고 전략적이기에 아이디어는 디자이너들이 내고 계획하고 기획하여 전략화하는 것은 서울시가 할 것이다. 이러한 상호보완의 관계가 잘 이루어져야 WDC 2010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2. WDC 2010에서의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디자인은 크게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것이 있고, 또 하나는 ‘유에서 유’’로 만드는 것이 있는데 지금 WDC의 일은 ‘유에서 유’‘에 해당된다. 그래서 더욱 복잡하다. 없는 일을 한다고 하면 일이 쉽다. 얼마든지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어 가면 되는데 유에서 유’는 기존에 있던 것을 더 좋게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복잡하다. 벌써 누군가에 의해서 언제 했든, 어떻게 했든, 그리고 그것을 얼마의 비용으로 풀 것인지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6하 원칙에 의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즉 서울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개념, 즉 How much!, Who!, What!, How! 등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해놓을 일을 약간 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면 60년대 서울을 개발하기 위해서 삼일고가도로를 만든 것도 다 사살은 큰 도시계획 하에서 이루어진 일이기도 하다.
3. 디자인, 그 헛갈리는 단어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가장 일반적인 단어일수도 있지만 가장 헛갈리는, 즉 다의적인 의미를 가지는 단어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서울시티투어버스가 천연버스로 바뀌었다는 말을 하면서 ‘디자인도 다 바뀌었습니다’ 그러는데 보니까 버스 외관 프린트가 바꼈더라. 이런 경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프린트, 외형적인 디자인이죠. 하지만 디자인은 그것이 다가 아니거든요. 덴마크디자인센터에서 나온 ‘Design Infusin Step' 자료를 보니까 디자인이 퍼져나가는 단계에 대해서 정의내린 것이 있더라. 4단계로 나눠져 있는데 4단계는 ‘No Design', 아예 디자인이 없는 단계. 3단계는 'Design Styling' 디자인은 스타일링이다. 2단계는 ’Design = Process/Method' 디자인은 프로세스다. 1단계는 ‘Design = Innovation' 궁극적으로 디자인은 이노베이션이다라는 개념이죠. 기업으로 보면 가치창출이고 시의 입장에서 보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총체적인 가치를 주는 것이죠. 심지어 도시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가치까지도 높이는 것.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제는 한 조직 안에 이 네 가지 단계가 모두 혼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1단계를 생각하고 시민은 3단계와 4단계 어디 즈음에 존재한다. 문제는 역시 소통의 문제, 이것을 어떻게 풀 것인가를 고민할 때 학계나 매체들의 숙제라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이해하고 원하는 것을 파악해 그것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한 거죠. 디자인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디자인이 도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개념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외관적인 모양으로써의 디자인이 아니라는 거죠.
4. 택시를 탑니다
본부장이 된 이후 시청에 자주 가는데, 그럴 때면 일부러 택시를 타고 운전기사분께 가면서 묻습니다. “아저씨 좀 엉뚱한 질문인데 죄송합니다. 디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정말 기분 나쁘게 10명이면 8~9명은 낭비라고 말합니다. 시민을 대변하는 분들이 택시기사분들일텐데, 대부분의 시민들이 디자인을 낭비라고 생각한다니, Design Infusin Step 제일 하단에 5단계를 더 만들어야 합니다. 디자인은 낭비라라는 개념은 시민들에게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 되고 수익을 일으킬 수 있는 경제용어임을 알려주는 것으로 풀 수 있습니다.
5. 디자인노믹스(Designomics)
디자인은 저비용으로 고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귀걸이가 참 예쁘구나, 집사람에게 선물해야겠다. 얼마주고 샀니? 이십만원은 줬겠다” 그러면 학생은 기분 좋은 웃으며 대답합니다. “교수님 제가 하나 사드릴까요? 오천원인데요.” 실제의 돈과 효과는 차이가 납니다. 가치는 즉 절약과 효과를 주는 거죠. 이러한 개념이 바로 디자인노믹스 개념입니다. 기존의 것이 있는데, 그것에 적절한 디자인을 해 가치와 효과를 높여주어 그 수익을 얻게 하는 것, 그것으로 현재의 불황을 극복할 수 있음을 시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합니다.
6. 찰리와 초콜릿 공장 = WDC2010
WDC 2010은 전야제와 시민축제, 선포식, 서울디자인올림픽 등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앞서 자세하게 설명 드렸듯이 이 부분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일궈내기 위해 전야제 행사에서 포토존을 만들어 세계유명디자이너와 일반인의 촬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마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처럼 시민들이 유명디자이너와 즐거운 파티를 즐기기 위해 지원하고 선택되어 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시민참여를 일궈내려고 합니다.
7. Coffee Table Book
디자인 매체, 잡지가 중요한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디자인계와 시민 그 사이에는 매체가 있고 잡지가 있습니다. 정보를 전달함에 있어 전문용어가 아닌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 그것은
<정글>
과 같은 디자인잡지에서 해야 하는 일이고 이러한 관계형성을 잘 하는 잡지가 정말 좋은 디자인잡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디자인산업의 육성을 모두 바랍니다. 하지만 거꾸로 디자인산업의 육성은 우리 스스로의 노력여하에 달려 있습니다. 문화가 키워드인 세상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문화입니다. 문화를 가시화시키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잡지도 이제는 전문영역에서 벗어나 일반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읽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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