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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한국의 1세대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슈콤마보니

2011-02-09


구두의 종류는 두 가지로 나뉜다. 그냥 신고 다니는 신발과 예쁘게 디자인된 구두. 일상적인 외출을 할 때 신는 것이 그냥 구두라면 더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을 때 신는 것이 ‘디자인된’ 구두다. shoes design에는 모든 종류의 구두디자인이 포함되지만 모든 구두를 design shoes라 부르는 건 아니다. ‘design shoes'는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 일반적이지 않은 구두를 표현할 때 일컬어진다. 중요한 날,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구두 말이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 | 슈콤마보니 제공

뉴욕에 머무르던 시절, 정신을 앗아갈 만큼 예쁜 구두를 파는 브랜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인인 지인을 통해 듣게 된 이 소식은 너무나 당연하게 뉴욕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 브랜드가 한국의 브랜드임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 디자이너가 CEO라는 사실과 함께. 미국, 유럽, 홍콩, 두바이, 일본 등 이미 세계의 여러 도시에 그 이름이 알려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한국의 브랜드일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이국적인 이름과 디자인으로 한국 여성뿐 아니라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suecomma bonnie는 2003년에 탄생된 ‘순 우리 슈즈 브랜드’이다. 슈즈의 sue와 디자이너이자 CEO인 이보현 대표의 영문이름 bonnie가 합쳐진 것이 sue comma bonnie다.


슈콤마보니의 이보현 대표는 원래 남성복 디자인을 했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만 9년이라는 시간을 남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한 후 패션 일을 떠나려고 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의 머리에는 패션에 대한 아이디어만 맴돌았다. 그러던 찰나 우연한 기회에 스페인 에이전트와 일을 하게 되었고 외국에서 슈즈 샘플을 받아 국내에 판매하는 무역 일을 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판매하는 세일즈인 셈인데 바로 거기에 슈콤마보니의 시작이 있었다.


세일즈를 통해 그가 배운 것은 ‘구두의 모든 것’이었다. 그는 하루 종일 공장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기술자들에게 ‘신발’을 배웠다. 그들의 작업을 통해 신발을 만드는 메커니즘을 배웠고 신발 디자인을 배웠다. “신발디자인을 따로 한 적은 없어요. 무모하지만 도전 할 수 있었던 것은 9년간 옷을 디자인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10여 년간 옷을 만들었는데 구두라고 못 만들겠나’ 싶어서 뛰어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많이 다르더라고요.” 많이 달랐기 때문에 그는 공장에 머물면서 작업방식을 익혀나갔다. “옷과 신발은 정말 많이 달라요. 신발의 메커니즘을 모르면 디자인을 할 수가 없어요. 지금도 디자이너들에게 공장에 가서 직접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몇 년을 그렇게 보내면서 공장에서 늦은 밤을 맞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사실 ‘슈즈디자인’하면 고상하게 책상에 앉아서 화려한 슈즈를 멋드러지게 드로잉 하는 장면을 상상하지, 공장에 쫓아다니며 씨름하는 모습을 떠올리진 않는다. “화려한 모습을 상상하면서 구두 디자인을 꿈꾸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그런 생각만으로는 슈즈 디자인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런 환상을 갖고 시작하게 되면 얼마못가 그만두게 되죠.” 진짜 구두 디자인은 현실과 부딪친 후 완성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의상디자인을 했던 그의 경험은 원단, 부자재 등을 선택하거나 트렌드를 읽고 활용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유없는 시간, 이유없는 과거는 없는 것 같아요. 의상을 했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더 빨리 슈즈 디자인을 습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무턱대고 했다면 어려움이 컸을 거예요.”


이보현 대표의 이미지와 너무 상반되는 스토리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편안하게 브랜드를 이끌어왔을 것 같은 외모와 달리 그는 철두철미한 ‘일벌레’다. 평소 머리 질끈 묶고 운동화 신고 직접 시장을 누비며 재료를 구입하는 그는 우아하게 해외출장만 다니는 경영자가 아니라 발로 뛰고 눈과 손을 통해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하는, 움직이는 디자이너다. 그는 가죽이나 부자재 등 재료를 구입할 때도 직접 나서서 시장 구석구석을, 원하는 재료가 나타날 때까지 누빈다. 늘 힐만 신을 것 같은 그도 굽이 낮은 플랫슈즈를 즐겨 신는다고 한다. 시장에 다닐 때, 특히 걸을 일이 많을 땐 운동화를 신고, 힐을 신는 날에는 굽이 낮은 신발을 챙긴다.


슈콤마보니가 유명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디자인’. 슈콤마보니가 런칭됐던 시기는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라는 용어자체가 생소했던 때였다. 슈콤마보니 런칭 이후에 수많은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오랜 시간 유지되는 곳은 없었다. ‘한국의 1세대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과거에나 지금에나 변함없이 이어지는 것은 그 이름에 대한 노력 때문이다. “1세대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라는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정말 끝없이 개발하고 노력하는 거예요. 언제 사라지는지도 모르게 금방 없어지는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들이 많은데 참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정말 괜찮은 디자인으로 경쟁할 수 있을만한 국내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가 생겼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슈콤마보니가 한 시즌에 선보이는 스타일은 250~300여 개. 드롭되는 디자인을 제외한 개수다. 추구하는 디자인은 ‘내가 신고 싶은 구두’이다.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이 구두, 신고 싶으세요?’ 알록달록 다양한 컬러부터 화려한 장식, 반짝이는 보석까지, 여성들은 사소한 요소들에 더 끌린다.


그의 구두에 대한 취향은 극과 극이다. 중간 높이는 단 한 켤레 8cm 짜리 펌프스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운동화나 플랫, 혹은 아주 높은 힐이다. 힐을 신으면 힐의 높이만큼 키가 커진다. 그렇지만 힐은 단순히 키를 커보이게 하기위한 장치가 아니다. 몸매를 더 아름답게 만들고 걸음걸이와 자세도 곧게 만든다. 높아진 힐만큼 더 많이 세상을 상대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어느 여성이 말했다, ‘힐은 여자의 자존심’이라고. 힐은 다리도 길어보이게 하지만 말로 포현하지 못하는 여자의 그 무언가를 치켜세워준다.
작지만 여성들이 꼭 원하는 그 무엇이 슈콤마보니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아주 작은 라인, 단 하나의 컬러, 단 하나의 장식. 하나의 작은 디자인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여기기엔 그 결과가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무모하리만큼 새로웠던 도전과 그 무모함을 확신으로 변화시킨 노력이 맺은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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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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