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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디자인은 바다와 함께 숨쉰다

2011-08-11


바다는 수많은 해석이 감추어진 공간이며 실제로도 지구상에서 인간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닿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바다의 이런 성격은 때로 사람들의 탐험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이에 앞서 무엇보다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바다를 정복하기 보다는 바다와 공존하는 법을 먼저 배우는 것일 것. 지난 해 처음으로 진행된 대한민국 해양디자인 공모전은 바다와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대상 수상자 이승진씨의 ‘Interactive Island’는 바다와 어우러지는 수변공간을 다룬 매력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고. 새롭게 2회를 준비하고 있는 해양디자인 공모전에 앞서 전년도 수상자 이승진씨를 만나 공모전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Jungle : 해양디자인 공모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1년 동안 준비했던 졸업 작품 전시회를 막 끝내고 난 뒤에 학교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해양 디자인 공모전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졸업 작품 주제가 북항 재개발에 대한 인공섬 디자인으로 해양디자인 공모전과 딱 맞아 떨어지기도 했고, 졸업 전에 마지막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Jungle : 이승진씨의 대상작 ‘Interactive Island’의 전체적인 디자인적 요소로 중점적으로 고려한 것은 어떤 것들입니까?

북항 재개발은 현재 아주 이슈화되고 있는 곳이고 건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깊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주제입니다. 저는 이곳의 역사적, 지리적 특성과 독특한 항구만의 풍경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항구는 없어지더라도 컨테이너를 들어 옮기던 대형 크레인이나 부산의 산지, 북항대교 등의 이미지를 본 따 건물디자인에 적용하고 싶었고 이런 과정에서 경사진 건물의 큰 형태를 잡았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 곳이 항구대신 어떤 기능들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프로그램들의 배치가 전체 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랫동안 고립되어 왔던 북항의 문화공간은 누구나 이용 가능하면서도 부산의 새로운 국제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비 계층적이고 적극적인 문화행위가 가능한 제2의 국립도서관과 경제적이고 독립된 종합문화행위가 가능한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해서 자연과 도시의 물리적인 상호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친환경 에너지발전시설 (풍력, 파력, 태양광)과 섬 전체에 어우러진 수변공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북항의 자연조건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발전시설은 기울어진 건물 mass특성과 긴 선형의 배치를 이용하여 태양광 발전, 파력 발전과 풍력발전이 복합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또한 이런 배치 디자인은 부산 수변 문화공간들의 중심축에 위치한 북항의 지리적 기능과 이점을 잘 살릴 수 있고 산-주거-상업-기찻길-항구의 평행하는 도시layer들과 마주보며 상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도시에서 바다 쪽으로 이어져 흘러 들어와 연결되는 수직적인 흐름을 유도, 대응함과 동시에 육지와 바다의 유기적인 상호관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Jungle : 이승진씨의 디자인에서 수변공간은 친환경 에너지 시설과 문화 공간이 집적되어 있는, 일종의 대안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해양 디자인의 제반 요소 중에서 특히 수변공간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북항은 물류의 중심지로써 오랫동안 한국을 대표해 왔지만 항구라는 특성상 일반인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었고 그로 인해 고립되어 왔습니다. 재개발이라는 국면을 맞아 새로운 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이곳을 도심 속 수변 문화중심지로 바꾸어 보고 싶었습니다. 늘 통제하고 대항하는 대상이었던 항구의 자연환경, 즉 바람과 파도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생각한 게 아니라, 거꾸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건축에 끌어와서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공간과 자연,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가 물과 직접적으로 관계 맺으면서 공존하는 동시에 환경과 도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친환경에너지 수변 문화공간’, 이것이 북항이 꿈꿀 수 있는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Jungle : 디자인의 진행과정에서 참고가 되었던 다른 디자인 작품들이 있었는지요?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아무래도 수변에 위치한 오페라하우스나 외국의 다양한 워터프론트 디자인들을 많이 찾아보았습니다. 각기 다른 도시의 수변공간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공간적으로 풀어나갔는지 여러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Jungle : 육지에서 진행되는 다른 디자인에 비해 이승진씨에게 있어 해양 디자인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해양에서는 육지에서와는 전혀 다른 주변환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교통체계나 건축물의 구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물, 바람, 파도 등과 같은 유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같이 대응하면서도 고정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다라는 큰 맥락을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젤 중요한 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는 어떻게 보면 디자인하는데 있어 뛰어 넘어야 할 큰 장해요소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큰 가능성과 다양성을 끌어낼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점은 디자이너에게 있어 다른 관점에서의 다양한 해석과 시도를 끊임없이 요구하므로 아주 흥미롭고 유익한 경험이 되는 것 같습니다.

Jungle : 앞으로의 진로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올해 졸업 후 건축설계사무소에 입사했습니다. 건축디자인을 실제로 실현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새로 배우고 있는 단계입니다. 지금까지는 좁은 시야로 너무 제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높아지는 것 못지않게 넓은 사람이 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걸 사회에 나와서야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될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긴 시간 동안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따뜻하고 유쾌한 건축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이 열정과 꿈을 잃지 않도록 정진하는 것, 당분간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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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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