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6
해외 3D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토이스토리, 벅스라이프, 개미 등의 계보를 이어 슈렉과 파이널 환타지가 얼마전 극장가를 강타하며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도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 이런 인기가도에 편승하듯 국내에서도 현재 제작중이거나 상영을 시작한 TV용 또는 극장용 작품들이 속속 재 모습을 들어내고 있다.
씨즈엔터테인먼트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마리이야기', 8월말 미국내 공중파 방송을 따기 시작한 씨네픽스의 '큐빅스', 필름앤웍스 양철집에서 12월 개봉을 목표로 하는 '원더풀 데이즈', 미래 환경오염을 주제로 한 싸이퍼 엔터테인먼트의 '제5 빙하기', 태권V의 3D화를 추진중인 디지털드림스튜디오 등 그 수를 모두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
그중 지난 8월 서울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발 2001(Seoul International Cartoon & Animation Festival)에서 베스트 TV 시리즈 부문상을 수상해 애니메이션 전문가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은 '꾸러기 더키(Ducky the Perky, 이하 더키)'를 제작중인 나래디지탈엔터테인먼트(이하 나래)를 찾아 캐릭터 디자인 과정을 소개하고, 향후 3D 애니메이션의 발전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복합적·유기적 작업공정
나래(대표 장민호)는 3D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사로 게임, 인터넷, 디지털 무비, TV시리즈를 주 사업으로 한다. 미국 지사로 (주)나래디지탈아메리카가 있으며 주로 해외마케팅, 기획, 연수교육 등을 담당한다. 인원은 90여명 정도로 이중에서는 상당수의 수준급 인력들이 포진해 있다.
3D 애니메이션 작업 공정을 소개하면, 먼저 기본 시나리오를 구성한 후 초기 콘티 작업과 원화 스케치에 돌입한다. 콘티와 원화 스케치는 각 파트의 팀장들이 한데 모여 설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아트팀이 캐릭터·소품·배경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다. 다음으로 모델링과 매핑이 시작되는데, 모델링은 2D에 입체감을 넣는 3차원 처리과정이고 맵핑은 쉽게 말해 캐릭터에 옷을 입히는 채색 작업이다. 완성된 모델링과 맵핑은 애니메이터, 매퍼, 라이팅, 페이셜 애니메이터 등이 한 팀으로 구성된 제작 1, 2. 3팀에 각각 분배되어 하나의 영상물로 탄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 구조가 반드시 단선적이지만은 않다. 업무간 복합적인 결합이 수반된다는 의미.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과부하가 심심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D와 3D의 엄격한 차이로 인해 입체화의 과정에서 2D 디자인의 적잖은 제안 부분이 많은 변화를 맞게 된다.
자연히 각각의 파트가 상대방의 작업논리를 충분히 이해해야만 돌발적인 수정사항을 원활히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나래는 작업물의 이동 중간중간에는 팀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도록 유기적이며 탄력적인 팀 운영을 원칙으로 한다.
이러한 작업 공정을 기반으로 현 3D 애니메이션 사업부분에서는 더키와 더불어 TV용 애니메이션 '위즈몬', 극장용 무비 '태시대전'의 데모를 준비중이다. 게임사업으로는 'The Fate'라는 빠른 게임진행과 각각의 특수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전성이 강한 액션RPG 게임을 곧 출시할 예정이며, Fate의 온라인·비디오·무선인터넷 게임 등도 기획 중이다.
더키, '은은한 엽기'로 매혹한다
이들 작품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최근 종횡무진 활약상을 펼치고 있는 더키를 꼽을 수 있다. 더키는 암울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한 FX물이나 통쾌한 웃음을 유발하는 패러디물과는 극명하게 구분되는 유쾌하고 따뜻한 내용의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다.
요즘 MBC의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를 통해 방영중인 코믹 시트콤으로써 여섯살난 주인공 더키가 가족 및 이웃과 함께 벌이는 일상생활 속의 에피소드를 교육적으로 풀어낸다. 어린이들의 흥미유발을 위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재를 선택하고 날씨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더키의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했던 신동민 씨는 캐릭터의 컨셉이나 디자인을 두 가지 방향에서 설정했다.
첫째,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 아닌 일상적인 가족의 모습에서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
"일상에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부딪힐 수 있는 이야기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보다는 이웃 가정의 삶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거기에 더키의 '은은한 엽기'를 곁들어 재미를 유발했다."
오리라는 동물 캐릭터를 차입한 것도 보면 볼수록 친밀감을 유도하고 부드럽고 포근한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동물 캐릭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생명력을 특징으로 한다. 도날드덕이나 미키마우스에서 보듯이 어린 시절이 사랑했던 동물 캐릭터는 초등학교, 중학교 등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더욱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는 학부모에게도 인지되기 쉬워 대중적인 파급력이 매우 강하다.
"이는 결국 더키에게 장기간 사랑 받는 지속적인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한번 상영되고 그치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이후에도 얼마든지 재창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획했다."
둘째, 3D 애니메이션 본연의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린다는 점. 흔히들 다양한 표정연기나 독특한 움직임 등을 위해 등장인물들을 완전실사에 가깝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얼마전 극장가에서 조용히 꼬리를 내렸던 파이널 환타지가 그것이다. 개봉 전부터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등장인물들로 인해 언론에 떠들썩하게 회자되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현재로써 그 이유를 단정짓기 어렵지만 신 씨는 '완전한 실사가 주는 부자연스럼'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인간을 판박이 하는 3차원 캐릭터라면 굳이 3D 애니메이션을 볼 필요가 없는 듯 하다. 인간의 표정과 행동의 리얼함을 통해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미세한 감정을 관객이 전달받고자 한다면 실사 영화를 볼 것이다. 아무리 완전한 실사를 구현한들 가상인물임을 뻔히 다 아는 한 손에 땀을 쥐는 감정이입은 불가능한 것 같다."
따라서 더키는 인간의 일상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똑닮은 인간을 표현하기보다 반실사체로 다소 과장되거나 의도적인 단순화에 초점을 맞췄다.
시놉시스
과학이 발달할수록 자연의 소중함은 커진다. 과학의 편리성과 자연의 생명력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시대에 자연의 법칙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하늘 위 구름 나라에 파견된다. 구름을 만들어 바람을 일으키고, 번개를 만들어 비를 내리게 하고, 비가 그친 뒤엔 무지개를 만드는 등 구름 나라 사람들이 하는 일은 다양하다.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슈퍼마켓 비행선이 생필품을 지상에서부터 배달해 주기 때문에, 구름 나라 사람들의 생활은 지상의 사람들과 똑같다. 기후가 좋아서 풍년이 든 해엔 고마움의 표시로 지상의 사람들이 그 해 가장 크게 열린 과일 등을 보내올 정도로 구름 나라 사람들과 지상의 사람들은 정신적인 교감을 이루고 있다.
지구 곳곳에 여러 나라가 있는 것처럼 하늘의 구름 나라도 여러 곳이며, 지역의 기후 특성에 따라 구름 나라의 모습도 약간씩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키가 사는 구름 나라는 사계절의 특징이 뚜렷한 지역 위에 있기 때문에 여름엔 번개 할아버지가 바쁘고, 겨울엔 바람을 만드는 더키의 아빠가 바빠진다.
그런데 더키가 있는 곳엔 어김없이 사건이 터진다. 구름 공장 기상대에 있는 기계를 잘못 만져 태풍을 일으키기도 하고, 번개를 무서워해서 몰래 번개 재료를 버리려다가 들키기도 하는 등 더키의 말썽은 끝이 없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은 이런 더키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 더키가 일부러 장난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왕성한 호기심에서 오는 탐구 정신이 과했기에 생긴 불상사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