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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지도에게 길을 묻다 - 일본의 지도 디자인

문주영통신원 | 2008-01-08




요즘은 지도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지만 일본만은 예외인 것 같다. 아무리 작은 시골역이라도 몇 종류의 지도가 갖추어져 있고, 도쿄의 경우 공항이나 관광정보센터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반드시 여러 종류의 지도가 갖추어져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대중교통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세계 각국에서 찾는 관광객이 많다는 사회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이든지 매뉴얼화 하여 안내하는 이들의 습성 때문이기도 하다. 덕분에 도쿄를 처음 찾는 이들도 그러한 정보만 잘 이용한다면 전혀 문제없이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취재 ㅣ 문주영 도쿄 통신원



내용을 살펴보면 역시 주변의 지리를 안내하는 일차적인 기능의 지도가 가장 많지만 맛집, 교통정보, 쇼핑, 문화공간 등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특색 있게 만들어진 지도도 많다. 이를테면 록폰기나 아자부주반의 경우 대사관 로드맵이 준비되어 있다. 그곳에는 각국의 대사관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위해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





텍스타일이나 부자재 등을 많이 파는 닛포리의 경우 원단 상가를 중심으로 만든 지도가 있다. 주로 역을 중심으로 비슷한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길은 간단하게 표현하는 대신 상호를 강조하고 있다. 여백에는 일상적인 모습을 일러스트로 그려 넣어 텍스트 중심의 단조로운 지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돋보인다.





아사쿠사는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만큼 관광명소들을 중심으로 지도를 꾸몄다. 레스토랑이나 상점 등도 밀집된 곳이지만 불필요한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시키고 그림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명료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손으로 낙서를 한 듯한 느낌의 일러스트는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전통 마을의 느낌이 전달되어 촌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정감이 간다.


 




도쿄 크루즈를 안내하는 지도를 보자. 아사쿠사에서 출발하여 오다이바에 이르기까지 크루즈를 타고 거치게 되는 강 주변의 명소들과 그 강을 따라 놓여있는 다리를 안내하고 있다. 각각의 크루즈 라인은 굵은 선과 선명한 색으로 명료하게 구분해 두어 한눈에 쉽게 알 수 있도록 했으며 다른 불필요한 요소는 전혀 담지 않아 가독성이 좋다.





이번에는 23구를 중심으로 도쿄의 좀 더 넓은 면적까지를 포함한 지도이다. (사진은 전체 지도의 일부분임) 다이나믹한 도쿄의 느낌을 입체적으로 전하고 있다. 복잡한 듯 하지만 상징적인 부분을 채도와 크기로 강조하고, 중요한 지역은 선으로 구분하여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음을 보면 항구를 중심으로 발달한 공원과 역사적 건축물이 많은 요코하마는 지도 역시 그러한 도시의 성격을 잘 반영하고 있다.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에 전철노선보다는 걸으며 찾아 다닐 수 있도록 주변의 건축물을 클로즈업하여 눈에 잘 띄게 표시해 두었다.





이번에는 킹, , 잭이라고 불리는 요코하마 삼탑을 안내하기 위한 지도로 무엇보다 세 탑의 위치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세 탑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를 발자국 모양으로 표시해두고 각각의 위치에서 보여지는 각도까지 표시해 둔 것이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컬러 또한 바다와 개항기의 건축물들이 가진 역사적인 느낌을 동시에 전하고 있어 한편의 이야기를 보는 듯 하다.





역시 같은 지역이지만 아카이구쯔라는 관광버스 노선도를 그린 것이다. 버스 정류장과 노선을 강조하기 위해 전철역이나 다른 곳들은 배경에 흡수시켜 버렸다. 재미있는 것은 컬러나 서체가 실제 버스에 쓰여진 색이나 서체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시각적인 느낌을 통일하여 지도의 주제가 잘 전달된 사례로 볼 수 있다.





비슷한 예로 호카이도의 오타루를 들 수 있다. 요코하마와 도시의 성격이 비슷한 오타루는 운하를 중심으로 관광지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지도 역시 그와 성격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 많다.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형성된 역사적 건축물이 지도의 주제가 되고 텍스트보다 일러스트를 강조하여 한눈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표현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지도에서도 보듯이 같은 지역의 지도라 하더라도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지도의 일차적 기능인 지리적인 정보에 콘텐츠가 더해져 새로운 정보전달의 기능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에 디자인의 핵심이 있다. 지도를 디자인할 때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무엇을 담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역이 중심이 될지, 도로가 중심이 될지는 바로 그 무엇이 결정되고 난 뒤에 생각해볼 문제이다. 그것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될 수도, 전혀 필요 없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제가 결정 되었다면 다음으로 어떻게라는 표현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주제를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러스트로 할지 텍스트 중심으로 할지 등의 세부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강약의 조절이다. 주제가 되는 것은 과감하게 드러내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미련 없이 생략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텍스트 중심의 지도라 하더라도 쉽고 명백하게 눈에 들어오는 지도가 있는가 하면 정보의 양이 너무 많거나 강약의 조절이 되지 않아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사실 도쿄처럼 세계 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도시를 한 장의 지도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가장 보편적인 형태를 갖춘다 하더라도 거미줄처럼 얽힌 전철과 모눈종이 같이 많은 길을 한정된 면적에 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담고자 하는 주제가 명백하고 효율적인 표현 방법을 선택할 수만 있다면 세계지도라 하더라도 한 장의 종이에 멋지게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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