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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펩시 로고의 Redesign 이야기

이윤주 | 2009-12-29

 




2009
년 개인적으로 가장 큰 가십거리를 가져다 준 로고는 펩시의 새로운 로고라 할 수 있겠다. 레트로 폰트의 사용과 간결하면서 새로운 트윅(tweak, 비틀기)을 가미한 이미지의 새로운 펩시 로고는 2009년 로고 시장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이다.


 


| 이윤주 Source Interlink Media Art Director, 에디터 | 이지영


 
태극기의 태극 문양과 함께 자라온 한국인에게 펩시는 마치 국가기관의 드링크인양 쉽게 오해를 자아냈다. 많은 혹평과 너무 단조롭다는 지적도 많지만, 태극문양을 벗어난 이미지는 한국인에게는 적어도 국기와 드링크와의 차이점을 주고 펩시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시도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포토샵의 효과와 각종 장식이 난무하는 배경의 패키지가 성행하는 요즘, 단순한 솔리드 컬러의 배경에 간결한 카피와 로고의 배열은 오히려 새로운 충격으로 여겨진다.

현대 서체는 각종 텍스처와 장식으로 지저분하게 가려지고 짓눌려 그 본색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현대 서체의 사용 속에서 과거로 혹은 디자인의 원점, 즉 기본을 따져가겠다는 의지로 보이는 미니멀한 로고의 변형과 레트로 느낌의 폰트를 선택 및 사용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 비대칭적인(Asymmetrical) 미소를 형상화하여 기존의 색과 결합한 새로운 이미지, 레트로 폰트의 사용, 그리고 그 둘을 연결시키는 곡선(이미지의 미소를 딴 곡선과 레터 'e'의 물결을 따온 듯 한 곡선)은 로고 디자인의 측면에서 보면 잘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로고도 얼마나 지속적으로 사용되느냐, 즉 얼마만큼의 대중의 호응과 사랑을 얻느냐에 따라 그 성공의 여부를 논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였을 뿐 아니라, 간결하며 레트로한 요소를 현대화 시킨 전반적인 로고의 디자인은 성공적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로고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인 고유의 아이덴티티 창조에 있어서는 상당히 반감을 가져올 만한 변화이기도 하다. 70년대 이후의 세대, 즉 현재를 살고 있는 대다수의 세대는 태극문양의 펩시 로고와 함께한 것이 사실이다. 펩시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릴 적 한국 콜라라는 혼돈을 가져왔던 태극문양의 로고일 것이기 때문이다. 음료수 패키지의 태극문양은 곧 펩시를 의미했고,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의 시점을 떠나서라도 펩시 로고는 성공적인 로고였다.


 


물론 새로운 판매전략의 하나로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 등의 변화가 모든 기업에서 행해져 온 것은 사실이다. 펩시 또한 경쟁사인 코카콜라와의 시장점유에서 중요 타겟으로 삼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고, 그로 인한 변화가 바로 2009년 로고에서 나타났다고 생각된다. 젊은 계층의 선호도는 오바마 대통령 선거 포스터 중 하나의 모양과 펩시의 로고가 흡사해진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광범위한 세대를 아울러야 하는 펩시 측에서 노년층의 입맛에도 구색을 맞춰야 하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에서 비롯된 또 하나의 시도가 ‘Pepci-cola Throwback’이다. 저칼로리 혹은 무칼로리의 음료수를 제조하기 보다 처음 콜라가 제조되었을 당시처럼 설탕 등을 사용하는 펩시 스로백은 장년층의 노스텔지아를 자극하기 위해 1906년의 로고를 재등장시켰다. 필요성과 탄생배경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이 역시 로고의 특징을 다시 한번 혼돈케 한다. 고유 아이덴티티의 배반인 것이다.



모든 라인의 패키지 디자인과 로고 디자인을 그저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인 미적 기준만으로 평가한다면, 2009년의 로고는 분명 새롭고 깔끔한 디자인적 시도가 돋보이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로고가 존재하는 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 로고와 공존하는 여러 의미들을 되돌아 본다면, 2009년의 로고는 분명 다수의 혼돈스러운 생각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변화임에도 틀림없다. 혹은 이렇게 많은 혼돈을 낳음으로써 여럿에게 회자되고, 그로 인해 더욱 많은 이에게 각인이 되는 것을 펩시가 의도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패키지의 변화가 있었으나 꾸준히 그들만의 로고 하나를 고수하는 코카콜라가 있는 반면, 비록 코카콜라만큼 확고한 로고는 없으나 꾸준히 변화를 꾀하는 펩시콜라가 있기에 우리에게 대형 회사들의 로고에 대한 고민과 그 결과물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마 펩시콜라가 1973년의 로고에 만족을 하고 꾸준히 사용하고 있었다면, 우리에게 지금과 같은 토론은 없지 않았을까.   펩시가 2009년 우리에게 선보인 로고의 성공 여부는 이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연명하느냐에 달렸다고 하겠다. 이번 로고의 추후를 살펴보며 대중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1898년부터의 펩시의 로고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좋아하는 로고를 꼽자면 2009년 새롭게 디자인되어 선이 가늘고 깔끔한 로고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며 디자인이 잘 된1973년의 로고, 그리고 펩시 콜라의 상품 이미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1959년대의 로고를 들 수 있다. 과연 대다수의 대중에겐 어떤 로고가 가장 선호되는지 글을 마치며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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