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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움직이는 이미지의 모든 것

유수민│뉴욕 | 2012-10-22



복잡한 맨하튼에서 잠시 벗어나 퀸즈의 아스토리아로 발걸음을 돌려본다. 사실 퀸즈나 브룩클린에도 알짜배기 구경거리들이 많다. 롱아일랜드 시티(Long Island City)에 있는 모마(MoMA PS1)를 비롯해서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Williamsberg) 주변 아기자기한 갤러리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의 벼룩시장 안에서 볼 수 있는 앤틱 작품들은 웅장하고 규모가 큰 전시가 많은 맨하튼과는 느낌이 다르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충분하다. 그중에서 다소 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변두리(?) 퀸즈에 위치한 ‘움직이는 예술’을 소개하는 무빙 이미지 박물관을 찾았다.

글, 사진 │유수민 뉴욕 통신원(smyoo1017@gmail.com)


‘무빙 이미지 박물관(Museum Of The Moving Image)’은 이름부터 사람들의 호기심을 끈다. 모션(Motion), 필름(Film)이나 영화(Movie)와 같은 단어는 평소에 쓰는 단어라 어색하지 않지만 무빙 이미지(Moving Image)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무빙 이미지, 말 그대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모든 것이 이에 속한다. 영화의 원형도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인 것을 빠르게 보여주면서, 사람들 눈에 착시효과를 일으켜 그것이 움직인다고 인식하는 것이 었으며, 사람 대신 캐릭터가 움직이는 카툰(Cartoon)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렇듯 사진의 발명으로 인해 기존 회화(Painting)의 흐름이 판이하게 바뀌었듯, 무빙 이미지는 정적이던 예술을 동적으로 발전시킨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곳은 움직이는 이미지에 관련된 예술, 역사, 테크닉과 이론 등을 다루는 박물관이다. 19세기 광학을 이용한 장난감에서부터 최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아트까지 전시분야 역시 광범위하다. 또한 이곳은 전시를 위한 프로덕션, 프로모션과 보다 효과적인 설치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모션이나 영상, 공간 연출 등에 관심이 있다면 꼭 둘러 봐야 하는 성지나 마찬가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영상에서 펼쳐지는 축구선수의 모습이었다. 영상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축구선수가 넘어진 후 마치 유튜브에서 볼 법한 다른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이런 것도 전시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이 박물관이 어떤 곳인지 더욱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볼 수 있었다. 1층에서는 이 동영상 외에도 여러 웹사이트의 성격과 특징을 대표하는 로딩페이지만을 모아서 상영해주는 'Pretty Loaded' 전시와, 미국에서 유명한 꼭두각시 인형 쇼인 머펫(Muppet)쇼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공간도 있었다. 이렇듯 이곳은 정말 움직임에 관한 것들은 모두 가치 있게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2층에서는 인터렉티브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 특히 영상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하얀 공간에 천장 위에 매달린 헤드폰의 모습 자체도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전시장에서는 다큐멘터리 필름메이커인 캐롤라인 마텔(Caroline Martel)의 ‘INDUSTRY/CINEMA’ 설치 전이 열리고 있었다. 1903년부터 1991년 사이에 만들어진 산업 이미지들을 열거함으로써 필름의 역사와 흐름을 규명한 전시이다. 관객들은 소리, 이미지와 기타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작품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이 가능했다. 토마스 에디슨, 찰리 채플린, 그리고 스탠리 큐브릭등 거장들의 작품들이라 더더욱 시선을 끌었다.  이 전시는 10월 28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박물관에서 열리던 전시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비하인드 더 스크린(Behind the Screen)’은 이름 그대로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모든 과정을 다 보여주었다. 연기자, 의상, 분장, 아이디어 스케치, 세트, 그리고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 상업적 마케팅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실제로 영화에 쓰여진 소품들이어서 전시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배우들의 사진이나 영화 속 의상들도 많았지만, 특히 관객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특수분장 파트였다. 요즘은 컴퓨터 기술이 워낙 발전해서 실제 분장보다는 CG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지만, 불과 한 15년 전만 해도 실제로 사람이 원숭이나 괴물로 분장을 직접하고 나왔었다. 이때의 영화를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과정을 보는 것에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시장 한편에는 영화 ‘맨인블랙3’에 등장한 레이저 총이나 다양한 외계인들의 분장들이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컴퓨터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특수분장이나 소품의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 외에도 실험적인 영상과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등 다양한 전시가 동시에 펼쳐지는 무빙이미지 박물관은 건물 내부도 전시와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바쁜 도시에 비하면 조금은 한적해 보일지 모르는 거리지만, 그 속은 많은 볼거리들로 바쁘게 돌아가는 생생함과 특별함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홈페이지: http://www.movingimag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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