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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사물들의 박물관(Museum der Dinge) ①

이상혁 | 베를린 | 2013-01-09



공예예술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 바우하우스(Bauhaus), 신조형주의운동(De Stijl), 구성주의(Constructivism), 모더니즘(Modernism) 등의 굵직굵직한 역사의 이름들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지만 이러한 디자인의 역사가 현재를 말해주고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근대 디자인 역사에 가장 중요했던 사상과 정신은 단연 바우하우스이다. 바우하우스의 근원이 되고 독일 디자인의 시초가 되었던 독일공작연맹(Deutscher Werkbund). 디자인 역사의 가장 중요하고 공예와 대량생산의 기점에 있던 독일은 이 운동을 통해 독일 디자인을 정의했고 또 독일 근대 디자인의 표준을 만들었다. 베를린에 있는 독일공작연맹의 박물관, 사물들의 박물관(Museum der Dinge)를 다녀와 그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아본다.

글, 사진 | 이상혁(hello@leesanghyeok.com)



베를린 오라니엔거리(오라니엔슈트라세, Oranienstrasse)에는 꾸밈없는 빈티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카페부터 항상 줄을 서야 하는 싸고 맛있는 피자집, 예술 서점, 페인트샵, 클럽 등 여기저기 젊음과 예술의 향기가 난다. 이 거리에 사물들의 박물관(Museum der Dinge)라는 곳이 있다. 베를린 주말 벼룩시장에서 판매되는 오래된 사물들은 역사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그 형태와 재료의 숭고함에 소장의 마력을 느끼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사물들의 박물관은 이런 매력적인 사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독일공작연맹(Deutscher Werkbund, DWB)이 탄생한 1907년도부터 1960년대 좋은 형태(Good Form)를 위한 수업재료들까지 시대 순으로 진열되어 있었고 최근에는 프랑크푸르트 부엌(Frankfurt Kitchen)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었다.




독일공작연맹은 일종의 유토피아적 디자인 운동(Movement)이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불필요한 장식은 버리고 기능에 충실한 것들만 모아보자라며 협회를 만들었다. 모던하고 기능적인 산업제품들, 건축과 환경 분야에 걸쳐 자신들의 철저한 생각을 홍보하고 그것을 표준화하려 했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개인의 표현 수단으로 미학적인 교육에도 활용했다. 역사의 흐름은 당시 현재의 시대흐름에 반하여 탄생한다. 독일공작연맹도 대량생산되는 디자인을 공예로부터 독립시키고자 공예의 장식을 철저히 부정했다. 공작연맹의 뜻을 알리고자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프랑스 디자인 박람회와 건축 박람회에 참가했다. 독일공작연맹은 독일 디자인의 이미지를 탄생시켰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취향도 바뀌어 산업 전반적인 시스템에도 영향을 주었다. 바우하우스로 알려진 마르셀 브루어(Marcel Breuer) 공작연맹의 회원이었다고 한다. 근대 디자인은 바우하우스부터라는 역사의 흐름 속에는 근원이 되었던 독일공작연맹이 있었다. 독일공작연맹은 1933 나치에 의해 해체되었다. 하지만 2 세계 대전이 끝난 뿔뿔이 흩어졌던 회원들이 다시 뭉쳐 독일 디자인 표준화에 참여하게 되어 오늘날 기능에 충실하고 간결한 형태의 독일 근대 디자인을 완성하게 되었다.


“독일 베르크분트(Werkbund, 공작 연맹)는 이때에 이미 오늘날 우리들이 현대 디자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산업 디자인의 보편적인 조형적 특성, 이른바 기능적이고 구조적이며 기하학적이고, 순수하면서도, 추상적인 디자인을 성취함으로써, 미술과 산업을 밀접하게 결합하는 독일 디자인의 목적을 잘 실천하였으며,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 미술가의 역할을 재정립하였던 것이다.” - 정시화 ‘산업디자인 150년’


독일공작연맹은 20세기 초에 공예와 디자인 개혁을 위해 오스트리아, 스위스, 스웨덴 그리고 영국 등 유럽 전 지역에 걸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운동에 많은 영향을 주어 그 모델이 되었다. 이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공헌했지만 독일 디자인 양식으로 지나치게 부각되어 이와 다른 것은 받아들이지 않아 더 이상의 발전되진 못했다. 새로 뭉친 공작연맹은 그 정신을 학교에서 가르쳤다. 수업재료로 만들어 좋은 디자인의 예로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 배움의 자유를 원했던 학생들에 의해 더 이상 사용될 수 없었다.


사물들의 박물관은 비영리 단체로 베를린 시와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며 독일 공작 연맹의 생각을 바탕으로 사물들을 모아 진열해 놓았다. 선반에 놓인 사물들은 독일 공작 연맹이 생각하는 좋은 사물은 왼쪽에 놓고, 그 당시에 유행하거나 주류를 이루었던 장식주의의 사물들은 오른쪽에 놓아 대조를 이루어 진열했다.


그리고 오른쪽 벽면에 놓인 사물들은 1970년대부터 박물관에서 모아온 20세기 근대 디자인 물품과 이름도 출처도 알 수 없는, 우리의 삶과 같이 해 온 다양한 사물들을 모아놓았다. 최악의 앨범으로 평가 받긴 했지만 2011년 발매된 루 리드(Lou Reed)와 메탈리카(Metallica)의 공동작업 앨범인 루루(Lulu)의 표지 모델이 되었던 마네킹도 이 사물들 중 하나이다. 관계자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해 모델이 되었다고.


2010년 봄부터는 마르가렛테 슛테-리호츠키(Margarete Schuette-Lihotzky)여사가 디자인한 프랑크푸르트 부엌도 전시되고 있었다. 박물관 입구에는 베를린과 유럽에서 공수한 특이한 사물들이나 디자인 제품을 파는 박물관 샵이 있고 옆 건물 2층에는 도서관이 있다. 원하는 책을 예약하면 하루 종일 책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에 베를린 시민들과의 교류도 빼놓을 수 없는데, 박물관을 후원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시민들에게 아직 박물관에 소장되기 전의 사물들을 관리하는 일종의 사물의 입양이라는 프로젝트가 흥미로웠다. 시민들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사물을 박물관으로부터 입양하여 1년 동안 관리한다. 그런 사물들은 관리자의 이름과 같이 박물관에 기증되는 방식이다.




관련링크
독일공작연맹(Deutscher Werkbund)  : http://www.deutscher-werkbund.de
사물들의 박물관(Museum der Dinge) : http://www.museumderdinge.de
바우하우스(Bauhaus, Berlin) : http://www.bauhaus.de
바우하우스(Bauhaus, Dessau) : http://www.bauhaus-dessau.de


관련문서
산업디자인 150년, 정시화, 미진사, ISBN 89-408-00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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