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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제12회 디자인은 하나다 “Design is one.”- Massimo Vignelli

강신현  | 2006-09-26

듣기만 해도 가슴 뜨거워지는 이름,
마시모 바넬리(Massimo Vignelli)

한 평생을 디자인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오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원히 식지 않는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채 평생을 살아온 마시모 바넬리(Massimo Vignelli)의 삶 또한 그렇다.
“디자인은 하나다.” “창조적인 디자이너는 빌딩에서부터 숟가락에 이르기까지 모든것을 디자인 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말하는 그는 마치 자신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그래픽디자인, 건축디자인, 제품디자인 그리고 패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보석같은 디자인들을 탄생시켜왔다. 마시모 바넬리의50년 디자인 인생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향한 그의 메세지가 한데 모여 한권의 책안에 담겨졌다. “Lella and Massimo Vignelli: Design is One.” 모던 디자인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거장으로서, 그가 말하는 창조적인 디자이너 그리고 좋은 디자인(Good Design)이란 무엇일까?

>> Lella and Massimo Vignelli (사진출처: www.aiga.org/www.rit.edu)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사회의 급격한 다변화와 다원화로 점점 복잡해져 가고있다. 이러한 사회의 복잡성은 구조적인 요소와 기술의 발전등 여러가지 원인들이 동시에 작용하여 직업의 세분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직업의 세분화는 사회로 하여금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보다는 한 분야의 전문적이고 깊은 지식을 요구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Flash Designer”, “Architecture Designer”, “Interaction Designer”, “Fashion designer”, “Multimedia Designer”, “Motion graphic Designer”, “Industrial Designer”, “Furniture Designer”, “Web Designer”…등등등 이와 같이 “디자이너” 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큰 카테고리의 직업군 안에 상당히 전문화된 또 다른 직업군들이 생겨나면서 직업 세분화의 추세는 점점 가속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흐름과는 다소 무관하게 마시모 바넬리는 창조적인 디자이너는( “A creative designer should be able to design everything – from a building to a spoon.” ) 빌딩에서부터 숟가락에 이르기까지 모든것을 디자인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기본적인 개념은 디자인의 원칙과 방법론은 어떠한 조건하에서든지 동일하기 때문에 한 가지를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면 모든것을 디자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Lella and Massimo Vignelli의 다양한 작업물들 (사진출처: http://www.vignelli.com/

그는 어느 정도 전문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지만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가 디자이너들에게 요구되어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지나친 전문화와 세분화는 디자인의 유사성을 야기시키고 이러한 유사성은 크리에이티브의 죽음을 가져오게 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나는 종종-마시모가 언급한 것처럼- 세분화된 영역 안에서 울타리를 치고 그 영역을 넘지 않으려는 디자이너들을 만나게 된다. “ 나는 멀티미디어 디자이너니까…,” “ 나는 제품 디자이너니까…” 건축이나 패션이나 다른 디자인의 영역과는 무관하다고 여기거나, 간혹 자신이 속해 있는 영역의 우위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편협한 생각과 시야를 가진 디자이너들도 적지 않다. 주제, 재료, 혹은 과정이 달라질 지언정 주어진 문제에 대한(Design Problem) 해결책(Design Solution)을 찾는 그 모든 과정들은 공통적으로 디자인 원칙과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탐구의 정신을 수반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Compact Stacking Dinnerware, 1964 (사진출처: http://www.moma.org)

편협한 생각과 시야를 버리고 스스로를 노출시키자. 모든 것은 현실에 대한 자기 자신의 해석과, 자신이 경험하고 노출되어 있는 모든 것에 달려있으며, 그것이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고 그는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마시모가 말하는 창조적이고 좋은 디자인(Good Design)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I like design to be semantically correct, syntactically consistent, and pragmatically consistent, and pragmatically understandable. I like it to be visually powerful, intellectually elegant, and above all timeless.”

>> (이미지 출처: http://www.vignelli.com/vignelli/intro.html)

디자인은 항상, Semantically correct
그 의미가 명확해야 한다. 다루려는 주제의 정확한 의미를 찾고, 그 주제에 내포된 상징의 뜻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 구성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각각의 디테일이 그 자체로 일관적이어야 하며, 전체를 구성함에 있어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구성을 흐트러트리는 다른 외부적 요소를 용납하지 말고, 모든 디테일이 하나의 같은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 Lella and Massimo Vignelli의 다양한 작업물들 (사진출처: http://www.vignelli.com/)

현실적으로 모두에게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디자인은 모두 실패다. 디자인 자체의 아름다움은 그 다음 문제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일차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이며, 범용적으로 수용 될 수 있어야 한다.

>> Lella and Massimo Vignelli의 다양한 작업물들
Knoll Brochure, 1972 (상), Knoll Books, 1981(중), Murano Exhibition Catalog, 2001 (하단 우측)
(사진출처: http://www.vignelli.com/)

시각적으로 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민하고 통찰력 있는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여기에 적당함이란 용납될 수 없다. 강하지 않으면 무가치하고, 그 무가치함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러므로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적으로 세련되어야 한다. 틀에 박힌 세련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세련됨을 말한다. 그 반대의 개념은 천박함이다. 천박함은 무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앞서,

시간과 시대를 초월하는 동시대성의 가치가 우선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더불어, 우리의 고객과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의 커뮤니티를 향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시대에 뒤떨어지고 쇠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동시대성을 띄지 않는 디자인은, 그 목적이 다수를 반하고 소수만을 위하는 사회적 범죄와 같다. 디자이너는 이런 비열한 음모 안에 갇혀서는 안 된다. 디자인은 우리에게 최선을 요구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를 최고의 반열에 올려 줄 것이다. 디자인은 단순한 일이나, 영업행위가 아니다. 모든 것을 포괄하고 망라하는 이 작업은 우리가 그 자체를 떠 안건, 혹은 밀어내건 간에 우리의 완벽을 요구하는 과업이다. 여기에 실리만을 추구하는 속물이나, 무지하고 천박한 이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 우리 디자이너의 임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디자이너에게 스스로를 디자이너라 칭 할 수 있는 것은 허락될 수 없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디자인은 이토록 위대한 임무다. 자 이제 세상을 향해 나서라, 지금 바로 당신의 차례가 돌아왔다.


* 이번 컬럼은 지난 11월 R.I.T (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열렸던 마시모 바넬리의 초청강연“Design is One”과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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