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22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는군요.
푹푹 찌는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는군요. 여름에 축축 늘어졌던 마음들을 다시 추스르면서 가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핑계가 되겠지만 아무튼 여러가지 사정으로 업데이트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여러분의 용서를 바라면서....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
캐릭터를 개발할 때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위하여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다 아실 겁니다. 지금까지 다루어 온 주제도 그런 것이 였지요.
하지만 디자이너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캐릭터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 디자이너 머리 속에 어떤 캐릭터가 숨어 있는지 디자이너 자신이 직접 우리에게 꺼내어 보여 주기전까지는 말입니다.
속으로 아무리 기발한 생각을 하여도 그것이 표현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표현하느냐? 말로 아무리 설명해도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역시 이미지! 손으로 표현된 이미지가 모든 것을 보여 줍니다.
자-아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바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스타일에 관한 문제입니다.
스타일을 다시 구분하면 캐릭터 자체의 스타일이 있겠고, ‘어디에 이용되는 캐릭터냐?’하는 용도에 따른 스타일이 있을 겁니다. 용도에 관한 스타일은 그 캐릭터가 ‘어디에 쓰여지냐’하는 것으로 구분이 되는데 팬시캐릭터, 기업캐릭터, 만화캐릭터, 이벤트캐릭터 등등.... 으로 나눕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도 정확한 것은 아니며, 최근에는 이러한 구분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즉 'one source-multi use'로 하나의 캐릭터가 일단 뜨면 다방면에서 사용되면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게 한다. 그래서 구분이 따로 필요가 없습니다.
용도에 관한 이야기는 후에 다시 다루기로 하지요. 우선 아래 그림을 봐 주세요.
어떠세요? 위의 9컷은 제가 드로잉한 것들입니다.
서구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 문제로 고민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저의 아이디어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더 고민거리입니다. 그림 자체의 스타일은 아이디어의 전개방향에 따라서 ‘얼만큼 효과적으로 바꾸어 나가느냐’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나의 캐릭터는 주로 일본식이다, 미국식이다, 한국식이다’하는 문제가 아니라 ‘음~ 이번 캐릭터는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전개하면 재미있겠는데 스타일은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군!’하고 임의대로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그것이 미국식이던, 일본식이던, 한국식이던, 혹은 짬뽕식이던 간에...)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는 말입니다.
캐릭터를 드로잉하는데 있어서 스타일에 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 드로잉 속에 디자이너의 생각이 녹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타일이 미국식(서구의 디자이너들의 스타일을 캐릭터 산업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일본과 비교해서 미국식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다. 또는 ‘일본식이다’하는 구분은 저의 생각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어차피 우리주변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것이 거의 대부분 이 두 부류에 속하므로 이러한 캐릭터를 계속 보며 생활하고 있는 우리들은 직, 간접적으로 이러한 스타일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문제는 캐릭터를 드로잉할 때 ‘어떠한 생각으로 접근하느냐?’하는 것이지요.
스타일에 너무 신경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본식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고 미국식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장점이 있습니다. 일본식의 캐릭터는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정리되어져 있는 그래픽적인 캐릭터를 머리 속에 떠올리고 미국식의 캐릭터는 비교적 작가의 개성이 살아있는 표현위주의 회화적인 이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것이 더 훌륭하다하고 말할 수는 없지요.
그보다는 어떤 스타일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을 따져보고 스타일의 방향을 정하고 거기에 자신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더하여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처음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는 디자이너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100%독특한 이미지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어디선가 보고, 듣고, 경험한 이미지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짬뽕이 되서 손을 통하여 표현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스타일의 어디쯤에 자신의 스타일이 놓이게 되는 거죠. 따지고 보면 캐릭터산업을 좌지우지하는 나라들이 미국, 유럽, 일본이고 이 국가들의 날고 기는 여러 작가들이 지금까지 하도 많은 스타일의 캐릭터를 창조해 왔기 때문에 그들이 창조한 스타일에 영향을 받고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들이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캐릭터라고 하는 것이 속성상 순수예술이 아닌 다수를 위한 상업적 성향의 예술이기에 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통상적인 스타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또 다른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듯이 정말 고집스럽게 자기의 색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정말 열심히 그리고, 연구하고, 고민하지요. 이런 작가들은 대부분 그리는 것 자체에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도 처음에는 모방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정말 고민하는 문제는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캐릭터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결합시키느냐하는 것입니다. 이들도 결국에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이미지화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지요. 즉,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스타일이 곧 자신을 설명한다’라고 공감하신다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장 어울리는 그릇에 담기 위해서 노력해 보시기를 바랍니다.